소비자 고발의 이영돈 PD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이하 소비자고발)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뜨겁다. 8월 녹차 티백의 농약 검출을 보도하면서 식약청으로부터 ‘관련 제품에 대한 수거’를 이끌어 냈던 〈소비자고발〉은 10월에도 “미용으로 쓰이는 황토팩에 중금속이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방송 시작 5개월 만에  〈소비자고발〉의 평균 시청률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인 수치인 10%를 넘나들고 있다. 〈소비자고발〉의  핵심에 있는 진행자이자 책임 프로듀서인 이영돈 PD를 만나 그의 방송철학과 계획을 들어보았다.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 느끼고 있나.

나도 요즘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가수라면 팬들이 이렇게 열광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소비자고발〉은 ‘소비 우선’이 되는 시대 코드를 읽은 프로그램이다. 지금은 자본이 정권이나 이념을 우선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4000만 명 국민 모두임에도 소비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시민단체, 정부기관이 없다. 소비자의 권익이 제대로 보호받고 있지 않다. 그런 소비자의 요구를 〈소비자고발〉이 나서서 하고 있다.
 
- 아이템들이 대부분 생활과 직결된 문제라서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오류에 따른 위험성도 있다. 

나도 요즘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가수라면 팬들이 이렇게 열광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소비자고발〉은 ‘소비 우선’이 되는 시대 코드를 읽은 프로그램이다. 지금은 자본이 정권이나 이념을 우선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4000만 명 국민 모두임에도 소비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시민단체, 정부기관이 없다. 소비자의 권익이 제대로 보호받고 있지 않다. 그런 소비자의 요구를 〈소비자고발〉이 나서서 하고 있다. 

인정한다. 최근 가처분 신청을 낸 기업의 임직원이 한 말이 생각난다. 〈소비자고발〉은 기업의 살생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얘기 들으면서 〈소비자고발〉의 책임감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기업의 생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주 방송하는 아이템은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프로그램에만 자문 변호사가 6명이 구성돼 있고 한 아이템에 대해 2명 이상의 변호사가 의뢰해 방송 전에 법률문제를 검토한다. 해당 기업에 대한 화면 모자이크 처리, 업체 명 공개 여부 등을 비롯해 기업들의 반론권도 보장한다. 송사 등을 고려해 취재 과정에서 전화통화 시간 등도 모두 기록, 녹취한다. 

- 아이템 발굴은 어떻게 하고 있나.

생활용품에 대한 ‘맹목적 신뢰’를 ‘뒤집어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대부분 생활용품에 대해서는 의심을 하지 않는다. 당연히 ‘녹차는 웰빙식품’이라는 인식이 있다. ‘황토’ 또한 예전부터 황토물을 ‘지장수’라고 부르며 광물성을 섭취할 수 있는 ‘건강에 좋은 물’이라고 알고 있다. 기존 관념에서 어떻게 농약이나 중금속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생활용품의 문제는 곧 이를 생산하는 기업과 직결된다. 그래서 문제에 대한 파장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 전문 PD라고 내걸 만큼 전문적인가.

‘전문 PD’라고 하는 것은 ‘전문 기자’와 같은 개념이다. 처음부터 전문 PD라 할 수 없지만 관심있는 분야에 아이템을 꾸준히 하다보면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쌓일 수밖에 없다. 전문 PD제는 2002년 KBS 〈추적 60분〉의 책임 프로듀서를 맡았을 때도 시도한 적이 있다. PD는 앞으로 전문 분야로 승부해야 살아남는다. ‘이영돈 표’ 상품이 있어야 한다. 연예인들만 브랜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PD들의 전문분야는 ‘PD브랜드’로 이어지고 브랜드는 이제 방송사 PD들에게 예외가 아니다. PD들을 직접 실험에 참여시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 〈소비자고발〉의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물건을 무조건 싸게 구입했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계란을 사러 갔을 때 브랜드 없는 일부 계란은 싸게 판매한다. 유통구조 속을 살펴보면 기업들은 비싼 브랜드 영양란을 팔기 위해 출혈경쟁을 하지만 브랜드 없는 계란을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계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결국 소비자들에게도 그 피해가 전가된다. 〈소비자고발〉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단순히 합리적인 소비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엉망이 된 유통구조까지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는 것이다.

-  “‘인기’에 너무 신경쓴다”는 비판도 있다.

잘 알고 있다. 동전의 양면같은 것 아니겠나. 주위의 평가는 수용할 수 있지만 그것은 내가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이고 스스로 나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다. ‘PD브랜드’를 추구하는 나의 스타일과도 연결할 수 있다. 프로그램의 포장, 즉 표현 방식과도 연결지을 수 있다. SBS에서 연출한 〈주병진 쇼〉는 예능 프로그램이었지만 국회의원, 에이즈 환자 등이 출연했다. 〈주병진 쇼〉는 시사교양 PD가 대상을 받은 예능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2006년 다큐멘터리 〈마음〉 또한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다큐멘터리로 만들 수 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난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현실화시켰다. 서로 어울리지 않거나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은 나의 ‘무기’이다. 

- ‘프로그램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가.

‘몰입감’이다. 내 프로그램에 얼마나 사람들이 몰입해서 보는지가 중요한 잣대가 된다. 나는 사람들에게 ‘재밌냐’는 질문을 종종한다. 시청자들은 딱딱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라도 재밌으면 진지해져서 채널을 돌리지 않는다. 그래서 시청률이 중요하다. ‘시청률 지상주의’는 비판받아야 하지만 ‘시청률’은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다.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표현방법의 개발 없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해선 안 된다. 후배들에게도 “표현방법에서도 제한을 두지 말아라”고 말한다.

- 앞으로 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개그콘서트〉다. 현실적으로는 어렵겠지만 6개월간  개콘 PD로 살면서 연출에 매진하고 싶다. 개콘이 오랫동안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아이템을 시사, 현안 등과 접목하고 응용하는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배우고 싶다. 대부분 시사교양과 예능 PD는 서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끊임없이 표현방법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시사교양 PD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울 점이 많다. 시사 교양 PD임에도 개콘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제작 시스템을 바꾸는 일을 해보고도 싶다. PD들의 창의성은 시간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제작 시스템을 PD의 창의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소비자고발〉은 PD와 작가 1명을 짝지어 일한다. 일부에서는 ‘PD가 그럼 무슨 일을 하냐’며 비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창의력을 먹고 사는 방송사에서 그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을 바꾸는 일을 하고 나서도 시간이 주어진다면 제작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많다. 난 영원히 기억에 남는 PD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이영돈 PD 누구인가

지난해 1월 연출한 〈마음〉(6부작)은 이 PD의 실험정신이 잘 나타나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주제로 사람의 마음과 갈등을 일으키는 현상 등을 실험을 통해 구체적인 실체에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마음〉은 평정심을 찾고 건강하게 살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해 방송 이후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켜 19회 한국방송프로듀서상, 방송위원회대상, 삼성언론상 특별상, 카톨릭방송대상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지금은 KBS 정규 프로그램이 된 건강 과학 다큐멘터리〈생로병사의 비밀〉도 1997년 이 PD가 먼저 5부작으로 먼저 기획했으며, 〈술 담배 스트레스에 관한 첨단 보고서〉(6부작), 〈추적60분〉‘KT&G를 아십니까’, ‘담배소송의 문제점’ 등 ‘담배’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했다.

하지만 그에게 실패도 있었다. 2003년 방송됐던 KBS 생방송〈시민프로젝트 나와주세요〉는 4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시민이 고발한 생활 주변의 문제점에 대해 관련 기관 책임자를 불러 해결책을 모색한 이 프로그램은 추징금 미납자 전두환을 불러내기 위해 그의 집 앞에서 생중계하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와주세요〉는 해당 출연자가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이 PD는  “〈나와주세요〉는 실패가 아닌 미완으로 기회가 된다면 또 다시 시도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 PD는 1981년 KBS 입사, 방송계를 떠났다가 91년 SBS에 입사했다. 95년 KBS에 재입사했다. 2000년 뉴욕 PD특파원을 거쳐 2002년 11월 개편하는 〈추적 60분〉 CP이자 진행자를 맡은 바 있다.

 

이기수 기자 sideway@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