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평 이상훈SBS PD, <좋은 세상 만들기>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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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을 맞이하는 어느 방송인의 고백

|contsmark0|방송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현업 pd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나라 방송의 현황에 대해 너무나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왜 방송에는 바른 말하는 사람이 없을까! 앵무새처럼 똑같은 뉴스나 반복하고 있으면서 권력의 눈치 때문에 스스로 알아서 기는 우리의 방송, 아무리 언론의 자유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 방송인 스스로가 목에 칼이 들어오더라도 바른 말을 하겠다는 신념이 없으면 그 언론의 자유는 정치적 논리의 변명에 이용될 수밖에 없다.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게 약한 것이 방송의 속성이라 했던가! 오락 프로그램에도 예외는 아니다. 무한 시청률 경쟁 속에서 인기있는 연예인 하나 잡으려고 여러 명의 pd가 연예인 집 앞에서 밤을 새운다. 프로그램 내용이나 기획에는 신경도 쓸 틈도 없이, 무조건 연예인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러다보니 연예인들은 안하무인이다. 시청률 경쟁 때문에 pd의 위상은 사라진 지 오래이고 연예인들의 세상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 연예인 말 한 마디에 방송사 간부가 끌려다니며 프로그램 편성이 바뀌는 예도 허다하다. 이 또한 방송의 정체성이나, 윤리성이 없이 그저 해바라기처럼 권력의 눈치나 보는 것과 다름이 하나도 없다.방송뉴스,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 할 것 없이 모두가 자기의 뚜렷한 주관과 신념 없이 대충대충 눈치나 보면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시청률 챙기면서 때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방송 전반에 걸쳐 퍼져 있다.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는 우리 방송의 앞날이 없다. 모두가 멀리 바라보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것만 쳐다보면서 근시안적인 사고로 방송을 만들고 있다. 물론 그 일차적인 책임은 그 방송 현업자인 우리 pd나 방송기자의 책임이 제일 크다. 방송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싸울 때는 싸우고, 권력에 저항할 때는 저항할 수 있는 소신있는 방송 현업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 현실에 타협하고 기회주의적이고 출세지향적인 우리 방송 현업인들의 자기혁신 없이는 절대로 우리 나라 방송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항상 권력에 눈치보고 알아서 스스로 기는 방송이 될 뿐만 아니라 일부 연예인들의 전횡에 놀아나는 삼류방송이 될 것이다. 이런 방송이 지속된다면 정말 국민은 방송을 외면하게 되고, 방송에 대한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국민들이 방송을 신뢰할 수 있고, 또한 국민들이 방송을 통해서 건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방송인의 의무이다.방송이 정치권력 한두 사람의 지시에 의해 좌지우지되거나 몇몇 인기있는 연예인에 의해 끌려다녀서는 안된다. pd, 기자의 소신과 신념과 철학으로 꾸며져야 한다. 천편일률적인 뉴스, 획일화된 삼각관계의 드라마, 몇몇 스타에 의존하는 똑같은 오락 프로그램, 당연히 시청자들은 tv를 불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불신 속에서, 그 불신을 더욱 조장하고 있는 것이 우리 방송일지도 모른다. 그 불신의 책임은 당연히 방송의 주체인 우리 pd에게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 pd들만 우물안 개구리 식으로 멀리 보지 못하고 개인주의에 빠져 그 시간 그 시간만 때우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짊어지고 나가야 할 새로운 방송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소극적으로 대충대충 끌려다니지 말고 방송의 주체답게 적극적으로 우리의 방송을 지키고 만들어나가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새 2000년에는 정말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방송이 나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contsmark1|※ 본 시평의 의견은 연합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contsmar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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