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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좋은 프로그램인가?좋은 프로그램의 정의와 방송비평의 현주소

|contsmark0|이 글은 한국방송진흥원이 이달 발간하는 반년간 프로그램 비평 전문학술지 ‘프로그램/텍스트’ 창간호에 실린 창간기념 좌담회 ‘무엇이 좋은 프로그램인가?’를 요약・발췌한 것이다. 좌담 참가자는 김기태 언론학 박사(사회), 오수성 kbs tv1국 차장, 주철환 mbc 예능국 차장, 손병우 충남대 신방과 교수, 배국남 한국일보 방송담당 기자, 주창윤 한국방송진흥원 객원 연구위원이다. 방송현업인과 비평가, 방송담당기자가 참가한 이 좌담내용이 ‘좋은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pd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한국방송진흥원의 동의를 얻어 요약해 싣는다. <편집자>손병우 교수는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좋은 프로그램이 뭐냐라는 것에 관심이 많아졌다면서, 처음에 시청자운동 형태로 나타났던 텔레비전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표면화된 동기는 편파보도의 문제였는데, 시민운동의 관점에서 시작된 텔레비전에 대한 관심이 점점 성숙하다보니까 이제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자체의 질(質)에 대한 평가로까지 관심이 무르익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좋은 프로그램이 어떤 프로그램이었는데 바로 이런 점들이 좋았고, 반대로 나쁜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었는데 이런 점들이 나빴다라고 한다면 프로그램 평가의 구체적인 기준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오수성 pd는 장르별로 다르긴 하지만 유익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시사 프로그램 같은 경우 공정한 프로그램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제작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주철환 pd는 모든 pd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면서 대부분의 오락 pd들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프로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좋은 프로그램의 정의 중에는 나쁜 것이 비교적 적은 프로그램이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있다면서, 좋은 프로그램은 시청자가 진정한 의미의 행복을 느끼는 프로그램인데, 그런 의미에서 시청률이 50% 이상이었으나 기자들이 나쁘게 평한 <보고 또 보고>를 보고 시청자가 행복을 느끼면 그것은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주창윤 연구위원은 좋은 프로그램을 네 가지 기준에서 볼 수 있다면서 첫 번째로 시장의 논리(수용자의 선호를 얼마만큼 극대화시켜줄 수 있는가), 두번째로 의례(ritual)로서의 텔레비전(공통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미디어라는 점에서), 세 번째로 전문가가 바라보는 좋은 프로그램(작품성, 독창성, 현실성 등이 기준), 마지막으로 수용자가 바라보는 기준(유익한 것과 재미있는 것 사이에 나타나는 모순―자기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을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인식하면서 동시에 아주 비판적으로 보려고 하는 이중적인 태도)을 제시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프로그램의 질을 평가할 때 통합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선택적인 시각을 갖고 그 시점에서 질을 평가하는 것이 더 낫고, 보편적인 시각보다는 특정 시각에서 보는 기준을 확장시키는 것이 오히려 좋은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게 한다고 말했다.배국남 기자는 유익성, 완성도, 경쟁력, 시청률이 제작 여건과 맞물려 돌아가므로 양면을 다 봐야 한다면서, 시청자들을 좋지 않은 프로그램에 길들여놓고는, 막상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인정받아도 시청률 때문에 프로그램을 중단해버리는 방송사의 태도를 지적했다. 특히 kbs조차도 시청률 논리에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한편 김기태 박사는 신문기자들이 프로그램 관련 기사를 쓸 때, 오락 프로그램의 건강한 웃음을 칭찬하는 경우보다는 방송 매체에 대한 엘리트 의식에서 쓰는 비판적 경향이 있다는 지적과 더불어 다른 한편으로 신문의 방송평이 비판적으로 쓰여지는 것은 일종의 신문이 해야 할 역할이라는(비판이라는 고유의 성격)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한편 오수성 pd는 어려서부터 미디어 교육이 시작되어야 하고, 비평가 그룹이 더 육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사 출입기자, 신방과 교수들이 하는 비평만 가지고는 시청자들이 좋은 프로그램을 고르는 안목을 높여 주는 데는 역부족이이라는 것이다.또 지금 하고 있는 비평들이 제작자들에 도움이 되는 것은 틀림이 없지만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비평의 수준을 좀더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리고 방송비평이 단지 나타난 현상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방송제도, 구조 같은 것을 종합적으로 전제조건으로 깔고 비평해주기를 주문했다. 단순히 “nhk는 이런데 너희는 왜 이러냐?”는 식의 비평은, 현상만 놓고 보면 그렇지만 실제 제작 여건을 감안하면 그럴 수밖에 없다라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주철환 pd는 오수성 pd와는 다른 각도에서 여건을 고려하지 말고 비평하되, 그 대신 뽐내기 대회를 하지 말고 도움이 되는 비평을 해달라고 요구했다.그는 또 비평을 할 때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는 pd, 이를테면 베끼더라도 시청자가 원하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된다는 pd를 실명을 거론해서 꾸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내용보다 형식의 창의성을 쫓는 pd가 훌륭한 pd라면서 포맷을 개발하는 pd를 칭찬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배국남 기자는 비평에는 저널리즘 비평과 학술적인 비평이 있는데, 유일하게 방송사를 견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신문비평이라고 말하고, 문제는 전문적인 지식과 토대를 갖추고 난 후에 프로그램 비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료만 가지고 쓰는 비평도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실성이나 전문적 지식이 담보되지 않았을 때, 그 비평은 단지 지면만 때울 뿐 강한 반발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는 신문사의 담당 시스템이 2~3년, 짧으면 1년만에 돌아가는 풍토에서 전문기자라는 것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말했다. 주창윤 연구위원은 텔레비전 비평을 한다면 첫번째로는 일부러 특정시야로 좁혀서 보고 두 번째는 그 시야를 일관되게 가져가는 비평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텍스트 비평만을 일관되게 가든지, 아니면 페미니스트 비평만을 일관되게 끌고 가면 오히려 그것이 인상 비평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제일 비평하기 어려운 게 오락 프로그램이라면서, 내러티브가 있으면 따라가면 되는데 오락 프로그램 비평은 그게 잘 안 되고, 포맷만 가지고 비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김기태 박사는 비평이 정기적으로 실릴 수 있는 지면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평가들이 자기 생각을 갖고 쓰고 싶어하는 잡지는 대부분 존속이 어렵고, 공공단체에서 발간하는 매체에 글을 쓰는데 대중한테 전달이 잘 안된다는 단점을 지적했다.손병우 교수도 사실 텔레비전 비평은 방송사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지금 텔레비전 비평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 비평가들이 발언할 수 있는 통로가 전혀 없다면서, 항상 지면이 열려 있어야 텔레비전을 일상적으로 보려는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이다. 또 비평가와 제작자와의 대화 모임도 자주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또 방송비평과 관련해 손병우 교수는 신문기자들은 비평가가 아니라 취재기자라면서 방송기사를 방송비평과 동일시하는 일반적인 인식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전문 비평의 임무와 성격에 대해서는, 프로그램 비평의 경우에는 그 프로그램에 고유하게 해당하는 비평을 해야 할 것이고, 포맷에 대해서라면 바로 그 포맷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되고 심층적인 분석이 전문 비평의 몫이고 존재 이유라는 것이다. 물론 비평 부분은 기자가 평론가에게 문의하고 취재 부분은 평론가가 기자에게 문의하는 방식의 역할 분담이나 협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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