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현 EBS 기획다큐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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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수십개의 프로그램이 새로 만들어지고 전파를 탄다. 재방송과 케이블을 통해 다양한 통로가 만들어졌지만 대부분의 PD들은 단 한번의 방송을 위해 수십개의 테이프를 써가며 촬영을 하고, 편집기 앞에서 몇날 몇일 밤을 샌다. 디지털 시대라고 하지만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다. 2008년에도 어김없이 방송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릴 PD들과 4인 4색 인터뷰를 가졌다. <편집자주>


“우리만의 특색 있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지 못하면 다큐 시장은 미국과 영국에 금방 잠식당할 것이다.”

EBS 교육기획다큐 TF팀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문동현 PD는 EBS의 대작 다큐멘터리 제작에 사운을 건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지난해 7월, EBS는 교육기획다큐 TF팀을 신설하고, 모두 17명의 PD를 배치했다. EBS는 교육과 과학, 역사, 환경, 의학 등을 주제로 오는 4월부터 8월까지 총21억원을 투여해 모두 51편의 다큐멘터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문동현 EBS PD

문동현 PD는 “최근 다큐멘터리 예전보다 형식과 영역에 있어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제작기간이 오래 걸리는 소위 고품격 다큐멘터리는 많이 나오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제대로 된 다큐를 제작하고 싶어 이번 기회에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 PD는 “다큐멘터리 영역에도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지적했다. BBC와 같은 해외제작사들이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이미 여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선진화된 제작기법을 가진 영국의 BBC나 미국의 디스커버리(Discovery)가 이미 10억원 가량을 들여 서울시에서 의뢰한 청계천 다큐를 제작하기도 했다”며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말레이시아 홍보물을 찍기도 하는 등 거대 다큐멘터리 제작사를 통한 ‘다큐 신자유주의’가 시작됐다”며 다큐멘터리 시장의 잠식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문 PD는 “그렇기 때문에 EBS 교육기획다큐 TF팀의 ‘실험’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EBS 자체적으로도 많은 비용과 인력이 투입된 만큼 성공을 거두기도 해야겠지만, 우리의 ‘실험’이 성공해 다른 방송사도 다큐멘터리 제작에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1994년에 EBS에 입사한 문동현 PD는 지난 2001년에 특집자연다큐 2부작 <개미>와 <장수말벌>을 제작해 한국PD연합회로부터 <이달의 PD상>과 <올해의PD상-TV작품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 PD는 현재 멸종 동물과 웰빙을 주제로 두 편의 다큐를 제작 중이다.

문동현 PD는 “<개미>와 <장수말벌>을 제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최근에도 PD들로부터 잘 봤다는 전화가 오기도 한다”며 “당시에 영상적인 측면에서 기존의 틀을 깼던 것이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자연과 환경에 관심이 많은 문 PD는 “태안의 기름유출 사고를 비롯해 환경의 재앙이 이미 시작됐다”며 “이 같은 문제에 대해 PD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잊지 못할 기억으로 문동현 PD는 ‘사수’였던 박수용 PD와 <시베리아 호랑이>를 제작할 때를 꼽았다.

문 PD는 “AD말년 때 차도 들어가기 어려운 강원도 원주의 한 오지마을로 전기선을 끌고, 발전기를 짊어 매고 호랑이를 찍기 위해 산길을 걸어 올라갔다”며 “쭉 뻗은 나무를 손과 발을 사용해 그대로 올라가는 박수용 PD를 보고 촌에 살지 않은 나는 큰 충격을 받고 다큐제작에 대한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회상했다.

문 PD는 “새 한 마리가 먹이를 물고 들어가는 한 컷을 찍기 위해 여관방을 잡고 한 달씩 생활하거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을 돌파하려는 노력들을 보면서 여건을 고려하기 전에 일에 임하는 자세를 배웠다”며 입사 3년차였던 그 때를 떠올리기도 했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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