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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PD의 엄살, 그리고 열정
김태훈
<성우>
l승인1997.04.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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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어떤 실없는 pd가 이런 말을 했다. “pd는 뒤에서 피 보는 사람이라고….”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가당찮다.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함에 있어 진두지휘자로 큰소리 땅땅치는 사람들이 ‘피’를 보다니? 괜히 복에 겨워하는 소리겠지.생각해보자. 훌륭한 학벌, 총명함, 풍부한 상식, 거기에 더하여 뛰어난 감각에 최고의 지성을 자부하는 사람들의 무리가 pd들이라고 세상이 다 아는데 무슨 쓸데없는 엄살을 하고 있는 것인가?하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한번 받아볼 일 없고, 인기 연예인들의 무대를 만들어 주는데 고달픈 뒷치닥거리가 얼마나 많으면 그런 자괴감이 들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허나 그건 정말 너무 심한 자기비하이다.자기들 좋아서 ‘pd’라는 직업을 선택했고, 방송을 이끌어 가는 최첨병이라는 자부심이 오만에 가까울 만큼 저변에 깔려있으면서도 그런 소리를 한다는 것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말이 나왔으니 얘기지만 우리네 성우를 포함한 연기자들 눈에 비치는 pd들은 그 직업의식이 정말 오만에 가까울 정도이다. 거기에 더하여 pd들에겐 무소불위의 배역 선정권이 있지 않은가? 따지고 보면 ‘캐스팅 권한’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가? 국가 통치권자가 좋은 것이 그 캐스팅권이며, 재벌회사 총수가 좋은 것이 그 캐스팅권 때문이지 그들이 사람이 좋아선가? 그저 조자룡 헌칼 쓰듯 휘두르면 그만인 것이 바로 캐스팅권인데 pd가 뒤에서 피를 봐? 얼토당토 않고 가당찮기가 이를데 없다. 우리네 캐스팅 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누구 약올리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 터.자, 이쯤 얘기하면 pd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 한번 해봐라, 그게 얼마나 골치 아픈 권한인 줄 알기나 하느냐”고, “적재적소에 사람을 써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항변하겠지. 그리고 “출연자들이란 자기가 배역을 받지 못하면 불평부터 하는 속성이 있어서 비위 맞추기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기나 하느냐”고 대들 것이다. 옳은 얘기다. 하지만 연기자들은 pd들의 입만 쳐다보고 사는 사람들이다. ‘혹시나’하고 기대하다가 ‘역시나’하고 실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불평이 없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자 이러니 pd는 적어도 우리 연기자들한테 대단한 존재가 아닐 수 없을진대. 이제까지 내가 한 말이 틀렸다면 어디 한번 나와 보라. 괜히 시비 걸자는 게 아니다. 그만큼 pd가 훌륭한 존재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유감이 있는 건 아니다. 거두절미하고, 세상 살면서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그래서 하는 소리다.방송 프로그램의 최종책임이 전적으로 pd들에게 있는 바에야 이것저것 신경 쓰이고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지독한 고생도 마다 않고 오히려 그걸 즐기며 그 멋에 사는 사람들, 이름하여 pd들. 그 고충이야 십분 이해하면서도 왠지 그들의 엄살이 부럽기만 한 심정을 표출하다 보니 공연한 말장난이 되어 버렸다.누가 뭐래도 pd들의 방송에 대한 열정은 앞으로도 식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그 열정에 동참하고 싶은 내 마음도 주체할 수 없다. 나는 pd들과 좋은 인연을 맺고 훌륭한 프로그램에서 만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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