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동안 제대로 '달인' 개그, 이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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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그콘서트> 화제작 '달인' 김병만

16년간 방귀를 연구, 본인이 원할 때 자유자재로 방귀를 조종하시는 방귀의 달인, 모봉 김병만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방귀의 종류는 3700가지가 돼요. 우리나라 언어도 문법이 있듯이 방귀에도 문법이 있습니다. 방금 들려드린 소리가 평서문입니다. 그리고 의문문이 있죠. (아니 '의문문 방귀'도 있나요?) 이런 겁니다. 뽀오오옹. (아! 방귀 끝이 이렇게 올라가네요?) 물어보는 것 같죠?"

보다가 뒤집어지고 뱃살에 금 갔다. 미치겠다. 간만에 제대로 웃기는 코미디가 나타났다. 이 '달인'에 비하면, 허경영은 약했다.

바로 <개그 콘서트>의 '달인' 이야기다. 제대로 웃음보를 조리고 '달인' 코미디가 나타났다. '달'나라에서 뚝 떨어진 '인'간이라 그런가?

▲ KBS 2TV 개그콘서트 '달인' 코너에 출연중인 개그맨 김병만.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 분은 항상 16년간 뭔가 이룬 달인이다. 16년 동안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는 '참을 인'의 달인, 뚜껑 김병만 선생님, 16년 동안 단 한 번도 추위를 못 느끼고 살아오신 오한 김병만 선생님, 16년 동안 미각을 잃으셔서 아무런 맛도 느끼시지 못하시는 설태 김병만 선생님…….

'베스트 오브 베스트'가 아니라, '달인 오브 달인' 김병만 선생님을 20일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 모셨다. 16년이 아니라 9년간 웃음코드를 연구, 본인이 등장할 때 자유자재로 웃음소리를 조종하시고자 하는 개그의 달인, '(한 때) 손오공' 김병만 선생님은 그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눈이 좀 동그래지죠. 옛날보다. 데뷔 때, 신인 때 됐으면 더 좋았을 텐데, 지금은 '아! 신난다' 이런 건 없는데 아, 이제야 주목받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들죠."

또 무궁무진한 아이디어 창출의 비밀도 살짝 고백했다.

"8년 하다 보니 습관이 돼있어요. 뭘 해도 웃길 걸 생각하고 상(喪)가에 가도 웃길 걸 생각하고, 절하면서도 웃길 걸 생각하고…. 그러다 아 이거 직업병인가? 생각할 정도로요."

우기기 '달인'이, 웃기기 '달인'으로

사실 '달인'은 과거가 있다. 탄생설화랄까. 원래 다른 방송에서 '고수를 찾아서'란 걸 했다. 그 때도 코너와 코너를 이어주는 짧은 꼭지, 일명 '브릿지'였다. 그런데 반응이 별로였다. 그러니 사라졌다. 그러다 또 다른 버전으로 다듬은 '달인'을 공연 무대에 올렸다. 말만 '달인'인 '엉터리' 선생님 이야기였다. 무술 좀 한다면서 실은 하나도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달인'이었다.

어? 그런데 반응이 왔다. 다른 것보다 웃음이 많이 터졌다. 바로 '감'이 찾아왔다. 이거 되겠는데? 그렇게 김병만이 수년간 달여 온 '달인'은 드디어 <개그콘서트>에 전격 입주했다. 김병만·노우진·류담이 3인조 콤비였다.

달인도 살짝 진화했다. 그 때만 해도 '달인'은 어벙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뻔뻔하게 이게 잘하는 거라고 우겼다. 곧 죽어도 자기는 잘하는 거라 우겼다. 화장실용처럼 종이를 마구 구기고 이게 '기린'이라고 우겼다. <개그콘서트> 한 번에, 세 번이나 우겼다. 우기는데 장사 없고, 웃기는 데 장사 없었다. 우기니 웃겼다.

그 뿐이면 조금 약했게? 다른 버전의 '마빡이'가 따로 없었다. 16년간 미각을 못 느끼는 달인, '설태 김병만' 때였다. 그걸 증명하느라, 그는 청양고추도 먹고, 팥알만큼만 먹어도 혀가 화끈거리는 고추냉이를 주욱 짜서 두껍게 바른 소시지도 먹었다.

그 뿐이면 다행이게? 청양고추보다 100배는 매운 태국 고추를 한 움큼 집어 냠냠 씹었다. 보기만 해도 혀가 화끈거리는데, 김병만 선생님은 눈물을 글썽이며 "하나도 안 맵다"고 말했다. 미안하게 그게 너무 웃겼다. 우리 모두 변태인가?

"거기선 태국 고추 몽땅 먹었잖아요. 감독님이 몸에서도 최대한 리얼을 보여줘야 한다고. 리허설 할 땐 먹어보지 말라고. 가학적인 거 할 땐 직접 애드립을 보여주라고. 네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거기에다 연기를 넣으라고 그러셨어요. 마빡이는 힘들게 몸으로 하면서 했잖아요. 우리는 못 먹는 거 먹어가면서 그런 가학적인 걸 하는 거죠."

"개그하면서 슬픈 생각 하고 그랬다, 안 웃으려고"

▲ ⓒ오마이뉴스 남소연
추위를 못 느끼는 달인 땐, 그는 반바지 혹은 수영팬티 하나 달랑 입고 커다란 얼음덩이 위에 올라가 철퍼덕 누웠다. 저러다 살갗이 쩍 달라붙는 게 아닌가 걱정스러울 정도였는데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정말 힘들 줄 알았어요. 어느 정도 차갑고 되게 차갑다가 아플 정도로 차갑다가, 조금 있으니까 없어져요. 감각이. 그러다 나오니까 아프더라구요. 확실히 관객 앞에서 그런 건 모르겠더라구요. 참겠더라구요. 기를 받아서 그런가? 무대에 능력 있는 뭔가가 있나 봐요. 하하."

그런데 보는 사람은 이리도 웃긴데, 바로 앞에서 방청객들도 뒤집어지는데, 정작 그는 어쩜 그리 웃지도 않고 천연덕스럽게 잘 할까? 정말 안 웃길까?

"많이 웃어요. 그 부분이 편집돼서 그렇죠. '방귀의 달인' 할 때, 제가 이러고 춤을 춘 게 웃느라고 그런 거였어요. 원래는 무표정으로 뿡뿡뿡 이러는 건데, 도저히 얼굴 들고 못 있겠는 거예요. 민망하기도 하고. 거의 엉덩이가 다했잖아요. 입이 말한 거고. 감독님도 인정을 하세요. '너 정말 웃는다'고. '아. 녹화 땐 안 웃겠습니다.' '내기할까?' '내기 하시죠.' 내기 했는데, 제가 졌죠. 결국 또 웃고…. 하하하. 정말 개그하면서 슬픈 생각하고 그랬어요. 안 웃으려고. 제가 최대한 안 웃어야 사람들이 많이 웃거든요."

어려서 "개그맨 돼라" 소리에 키운 개그맨 꿈

그런데 그는 왜, 세상 많은 직업 가운데 개그맨이 됐을까?

"'어! 너, 이 다음에 개그맨 돼라' 그런 말을 되게 많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 제가 사실 되게 내성적이거든요. 그런데 친한 친구들한텐 많이 까불고 장난도 많이 쳤거든요."

그도 솔깃했다. 대학 '연극영화과'에 도전했다. 하지만 안 됐다. 떨어졌다.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순 없었다. 달랑 30만원 들고 무작정 상경했다. 스무 살 때였다. 그리고 연극계에 투신했다. 그런데 웬 연극?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면서?

"아. 내가 기초가 없고 끼도 없고, 그러니까 연극부터 시작하자. 연극이 연기의 기본이라 생각하고 연극부터 시작한 거죠."

그리고 낯가리고 내성적인 성격 고치기에 들어갔다. 멍석만 깔아주면 버벅거리고 책을 읽는 것도 문제였다.

그는 별짓 다 해봤다. 지하철 타고 내리는 앞에서 "다리 바꿔 가! 계속 바꿔 가." 그러고 소리 지르며, 까불며 척척척 걸어갔다. 버스를 타면,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바깥에 서있는 사람을 향해 이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인도로 차가 못 들어오게 막으려고 박아놓은 동그란 돌 위에 올라가 동상처럼 서있었다. 사람들이 웃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개그맨 하려고 했던 사람들 중에 그런 거 안 해본 사람 거의 없을 거예요."

해병대 가고 싶었지만, 키 때문에

그리고 드디어 기회가 왔다. 2000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개그콘서트>였다. 스물다섯 살 때였다. 신났다. 다 된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2002년엔 개그맨 공채에 붙었다. 그 때 한 게 '무림남녀'였다. 그 뒤 계속 무술 코너를 했다. 남들이 안 하는 코너니까. 그가 무술을 좋아했으니까.

"무술은 몸을 보호하려기보다요, 몸 쓰는 걸 되게 좋아했거든요. TV보고 액션 따라하는 걸 되게 좋아했어요. 스턴트 무술 같은 거, 성룡 하는 거 많이 따라해 보고, 건물 난간에서 물구나무도 서보고. 그런 스릴 같은 걸 되게 즐겼어요. 스무 살 땐 결국 현장에서 떨어졌죠. 떨어져서 머리에 금 가고…. 무술을 좋아했어요. 지금도 무술 하는 걸 많이 봐요."

그래서 그런가? 해병대에 가려고 했다던데?

"진짜 가고 싶었어요. 운동 좋아했으니까. 고등학교 때 사진 보면 맨 다리 찍고 액션하고…. 그런 거였어요. 3층엘 물통만 타고 올라가고, 그런 걸 즐겼거든요. 그런 걸로 애들한테 영웅심을 발휘해갖고 '니네들은 이거 못하지?' 그러면서 막 해서, 그 때 별명이 손오공이었어요. <드래곤볼>의 손오공, 장 클로드 반담….

그 발차기를 계속 연습했거든요. 비디오를 보면 비디오 내용 볼 생각은 안 하고 발차기만 보는 거예요. 되감아서 다시 따라서 하고. 심형래 선배가 예전에 코너 했던 거 있어요. '조지 똘마니'라고. 그 <대부> 패러디 한 거 있었어요. 그런 슬랩스틱도 많이 하고, 선생님한테도 장난을 되게 많이 하고 그랬어요. 그 때부터 몸으로 웃겼나 봐요."

하지만 그는 해병대에 가지 못했다.

"못 갔죠. 키 때문에. 그 때가 157까지 군대를 안 갔어요. 면제가 됐어요. 제가 그때 157 신검 받고 나서 컸어요. 남자는 스물다섯 살까지 크잖아요. 그것도 겨우겨우 올라오더라구요. 진짜 안 컸어요. 중학교 1학년 때 키가 139였어요. 입학식 날에 저보다 훨씬 키 큰 여자애하고 손잡고 다니면서 '누나, 누나'하고 따라다녔는데, 알고 봤더니 동창인 거예요."

황당했다. 군대 면제였다. 단지 키 때문에?

"<청춘 신고합니다>란 프로를 했거든요. 군대 찾아가서 체험하고 여러 부대를 다녔어요. 이기자부대 수색대 가서 특공무술 시범을 보이는데, 병만씨도 같이 해보라고 해서 했어요. 기왓장 격파하고, 짚차 뛰어넘고, 불 사이를 뛰어넘고. 그러니까 감독님이 '아후, 군인들 기 살려주려고 왔는데 병만씨 자꾸 그러면 안 돼요, 좀 못하는 걸로…….' 그래서 '저도 무술 잘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못하면 안 되죠.' 막 이러고.

총도 다 쏴보고 군대에서 하는 거 다 해봤어요. 그러니까 거기 대대장님이 '왜 군대를 안 왔냐?'고, '이해가 안 간다'고 그래서, '오고 싶었지만 키 때문에 못 왔습니다' 그랬죠. 그런데 몇 년 뒤는, 저보다 키가 훨씬 작은 사람도 군대를 가더라구요. 그게 낮아져가지고, 155까지 군대를 가더라고요."

연기가 꿈... 영화의 감초가 되고 싶다

그는 키 큰 여성이 이상형이다.

"아무래도 그게, 제 자식한테는 작은 걸 물려주지 않아야겠다. 저도 너무 큰 건 싫은데, 제 자신이…. 아. 키가 170만 됐으면, 정말 화면에도 괜찮게 나오고 스피드도 안 떨어지면서 액션도 적당히 할 수 있는 체형이 딱 170이었거든요. 고 정도만 됐음 좋았을 텐데. 그래서 저는 제 여자 친구가 되게 크길 바래요. 저보다 5㎝ 커도 10㎝ 커도 힐 신으라고 해요. 여자는 힐 신어야 사니까. 몸매가."

키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러고 보니 이상하다. <개그콘서트>의 '키 컸으면'을 정작 왜 그가 같이 안 했을까? 이수근이 그보다 작은가?

"아. 걔네들은 사기꾼이죠. 자기네들이 무슨 160이에요. 제 키가 그건데. 자기네들은 165·167 그래요. 커요. 그러면서 '키 컸으면'을…. 그러니까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저한테 '키 컸으면' 잘 보고 있다, '1박2일' 잘 보고 있다고 그래요. 수근이하고 비슷한가 봐요. 제가 예전에 '고음불가' 행사에 수근이 대신 간 적도 있어요. 수근이가 바빠 갖고. 그래서 ('고음불가' 흉내를 살짝 내며) '아….' 이거 하고나서 '수근씨가 못 와가지고, 비슷한 제가 왔습니다' 얘기하고. 요즘은 수근이한테 '달인' 잘 보고 있다고, 저한텐 '키 컸으면'하고 '달인' 잘 보고 있다고 얘기해요. 요즘도.

▲ ⓒ오마이뉴스 남소연
수근이랑은 거의 쌍둥이처럼, 서로 그냥 친구니까요. 항상 만나면 송대관 선생님하고 태진아 선생님처럼, 두 분이 티격태격하시잖아요. 수근이하고 저하고 그래요. 제가 수근이한테 '혼자만 먹고 살고….' 계속 그러거든요. 요즘 와선 수근이가 저한테 '이 자식, 혼자만 먹고 살고…. 얼굴 좋네?' 계속 그런 얘기하다 끝나거든요. 아마 60·70까지, 평생 그럴 것 같아요. 수근이하고 저하곤, 아마! 무슨 일이 있으면 서로 달려가 주고."

"임하룡 선배님처럼 되는 게 내 꿈"

그런데 영화는 뭘까? 그는 영화도 부지런히 출연 중이다.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도 찍었고, <라듸오 데이즈>에도 출연했다. 혹시 영화배우가 꿈?

"수근이하고 꿈이 다른 게 그거죠. 저는 연기 쪽이 제 꿈이고 수근이는 버라이어티가 꿈인데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게 영화 속 희극인이거든요. 예전에 구봉서 선생님, 배삼룡 선생님이 코미디 프로를 하면서 영화도 주역을 맡아서 하셨잖아요. 저도 그런 분들처럼 그렇게 활동 하고 싶은 게 제 꿈이에요.

임하룡 선배님처럼 되는 게 제 꿈인 거죠. 코미디는 어떻게 보면 한계가 있잖아요. 영화에서 막 개그를 하겠다가 아니라, 어떤 감초 같은 역할을 하고 싶은 거죠. 빠져선 안 될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영화를 볼 때, 이문식 선배가 항상 기다려지듯이요. 정말 보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최종원 선생님 같은."

아참. '달인'이 뭐든지 꼭 16년간 연구를 하는 이유? 그 비밀을 알려드리겠다. 그 이유는…. 없다. 앞으로 16년간 골똘히 연구해보면 또 그 이유를 알 지도 모르겠지만.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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