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 49%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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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칼럼] 49%의 경고
최시중씨 내정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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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0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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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조사 결과가 기사화됐다. 취임 초기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수치였다. 49%. 대선에서 2위 후보에 대해 압도적 차이로 승리했다고 떠들썩했던 게 불과 두세 달 전이다. 전임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직 대통령들의 취임 직후 지지율이 대략 70~80% 선이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영어 몰입 교육, 언론사 간부 사찰 파동 등 인수위원회의 독선과 실책, ‘고소영 에스라인’, ‘강부자’ 등의 유행어를 낳은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 내정 파동, 이어서 벌어진 최시중씨 방송통신위원장 내정 파문 등등. 한마디로 상식을 벗어나고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밀어붙이기식 인사와 정책 추진이 빚은 결과다. 

  얼마 전 한국을 대표하는 정치학자이자 지식인인 최장집 교수가 ‘이명박 대통령이 무기력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내 놓았다. 정당의 책임 정치에 제대로 기반 하지 않을 경우 헌법이 대통령에게 강한 권한을 부여해도 허약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처럼 민주화가 진행된 사회에서 민주적 절차와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것은 사회적 혼란과 여론의 역풍을 불러오고 이는 결국 대통령을 무력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대선에 승리했다고 국민 의사와 무리하게 공약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기력한 대통령이 어떻게 경제를 살리고 서민 경제를 챙길 수 있을 것인가? 허약한 대통령이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려 할 경우 사회에 혼란만 가져오고 소모적 논쟁만 일으킬 뿐이다. 진정 강한 대통령은 민주적 리더십과 정치적 역량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따라서 현재 방송계와 언론 시민단체들이 모두 격렬히 반대하고 있는 최시중씨에 대한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은 당장 철회하는 것이 맞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으로 누구나 알고 있는 그를 독립성과 중립성이 가장 주요한 덕목인 방통위원장 자리에 앉히겠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처사다. 당연히 방송 장악 의도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한나라당에서는 ‘이 시대에 어떻게 방송 장악이 가능하겠는가?’하고 반문한다. 맞는 말이라고 본다.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시중씨를 방통위원장 자리에 앉힌다는 것은 KBS, MBC 등 방송을 통제하겠다는 얘기다. PD와 기자들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안 된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저항과 이로 인한 혼란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방송 민주화와 제작 자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많은 진전이 있었다. 따라서 정권에 의한 방송 장악은 불가능한 현실이 되었다. 혹시 여전히 방송 장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에서는 최시중씨 내정 반대에 대해 좌파 세력이 방송을 놓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논리까지 펴고 있다. 그들이 어째서 좌파인가? 그들은 노무현 정권 초기 KBS 사장에 대선 캠프에 관여했던 서동구씨를 임명하자 격렬하게 반대했고 결국 노대통령이 며칠 만에 임명을 취소케 하지 않았던가? 이제 국민은 그런 논리에 설득당하지 않는다. 이른바 ‘동·조·중’이 그렇게도 새 정부를 감싸줘 왔지만 취임 초기 지지율이 50% 이하로 급락하지 않았는가? 그래도 최시중씨를 임명한다면 그 지지율은 더 추락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49% 지지율이 의미하는 바를 직시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그 경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최시중씨 임명 시도를 즉시 중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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