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노출 간접광고 될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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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노출 간접광고 될수 없는 이유
영국 오프콤, 간판·의류 로고 등 규제 대상에서 제외
  • 런던=장정훈 통신원
  • 승인 2008.03.05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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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하나의 실험처럼 보인다. 그것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전체가 나서서 벌이는 국가적 차원의 실험처럼 보인다. 실험이라니? 우리가 무슨 실험을 하고 있다는 거지? 하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여기 사진 몇 장을 늘어놓겠다.

상표와 <버거킹> 상호 등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방송되고 있다.

이 사진들은 영국의 TV 화면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장면이다. 작품사진이 아니니 감상을 하실 필요는 없다. 대한민국이 도대체 무슨 실험을 하고 있다는 건지 말해 주려고 몇 장면 담은 것뿐이다. 첫 번째 사진은 요즘 한참 떠들썩한 저지섬의 어린이집 문제를 BBC가 보도하고 있는 장면이다. 생방송 중인 기자의 가슴 부분에 우리에게도 익숙한 ‘The North Face’ 로고가 선명하다.

다음 사진은 역시 BBC로 이른 아침 오늘의 날씨를 전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이다. 역시 <The North Face>를 입었다. 그리고 영국 최고의 인기 드라마 BBC <이스트 앤더스(East Enders)>의 한 장면에선 영국의 대중지 <데일리 익스프레스(Daily Express)>가 보인다. 이 드라마엔 낡은 벤츠 자동차도 간간이 등장한다. 공항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다큐멘터리형식으로 담아 소개한 ITV의 리얼리티 쇼 <에어라인(Airline)>엔 버거킹과, 금융회사 HSBC, 버버리 등 공항 내 면세점의 간판이 등장하고 프로그램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한 방송사의 길거리 인터뷰엔 맥도널드와 각종 글로벌 브랜드 상점들이 배경을 이루고 있다.

상표와 <버거킹> 상호 등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방송되고 있다.

그렇다. 간접광고 이야기다. 영국은 간접 광고를 규제하지 않냐고? 규제 한다. 그런데 어떻게 브랜드들이 위풍 당당하게 소품과 배경으로 등장을 하고, 기자는 어떻게 광고판 처럼 로고도 선명한 브랜드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서느냐고? 혹시 모종의 (합법화된) 거래가 있는게 아니냐고? 아니다. 간접 광고에 관한한 모종의 거래도 없고, 합법화도 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영국의 오프콤(Ofcom) 즉 ‘방송통신 조정 기구’(오프콤을 흔히 규제 기구라고 하지만 규제만이 목적인 기관은 아니다. 방송통신 서비스와 소비자 간의 이해와 발전을 돕기 위한 연구?조정기관 이라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는 간접 광고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선전될 수 없다. (그러나) 이 규정은 프로그램 관련 물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프로그램을 통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지나친 부각을 금지한다.”

오프콤은 프로그램과 광고는 철저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광고는 광고시간에만 하고,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으로만 보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은근슬쩍 광고가 끼어들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프로그램 관련물품(programme-related material)이라는 표현을 써 예외를 인정 하고 있고-상품소개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같은 것을 염두에 둔 배려겠지만-이런 예외와 함께 ‘지나친 부각’은 안 된다는 다소 어정쩡한 자세를 보인다. 한마디로 도만 넘지 말라는 이야기다. 정말로? 정말이 아니면 어쩌라 말인가? 오프콤은 현실과 이상을 혼동하는 바보가 아니다. 오프콤의 생각은 이렇다.

“브랜드는 현대사회에 있어서 절대적인 부분으로 TV나 라디오에 비추어 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프로그램 안에서 브랜드 상품이나 서비스가 비추어 지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

BBC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현실세계를 반영할 수 있어야한다. 현실세계에 대한 반영은 상업적 상품, 조직, 서비스를 모두 포함한다.”

기본적으로는 영국도 규정을 통해 지나친 브랜드의 노출을 막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속에서 브랜드를 노출 시킬 것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은 상당부분 편집자 즉 프로그램 책임자의 몫이다.
그러니 드라마에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진짜 신문을 보여줄 수도 있고, 기자가 한겨울에 따뜻하고 기능 좋은 브랜드 점퍼를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출연자의 가슴에 로고를 가리기 위해 쇼를 하지 않아도 되고, 길거리 촬영을 하면서 광고 투성이 세상을 원망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편집실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하느라 PD가 밤을 꼬박 새지 않아도 된다. 시청자는? 유기체처럼 둥둥 떠다니는 모자이크 가득한 기괴한 화면을 감상하지 않아도 되겠지.

은근슬쩍 브랜드를 보여줄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런데 이 ‘은근 슬쩍’과 ‘프로그램’ 사이에 절대로 끼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돈’이다. 오프콤은 돈 냄새나는 간접광고에 대해서는 조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제재에 들어간다. 수 천 만원에서 수 억 원에 이르는 벌금 고지서를 날리는 거다. 그렇게 오프콤의 철퇴를 맞은 예는 얼마든지 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무엇을 걸치고 있고, 무엇이 당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지 돌아 보라. 도대체 어디 한구석 브랜드 없는 것이 있단 말인가? 바야흐로 21세기 첨단 자본주의 시대 아닌가? 영국의 경우를 들어 브랜드 없이 살아보겠다는 결의에 찬 실험을 집어 치우라는 건 아니다. 살짝 융통성을 발휘해 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방송 아닌가? 현실을 비추는 거울, 방송 말이다.

런던=장정훈 통신원/  KBNe-UK 대표, www.kbn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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