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기술을 과학적으로 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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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동만 KBS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PD


12일 메이킹 필름 방송…10%가 넘는 시청률 기록

“호랑이, 늑대, 여우 등 맹금류가 사라진 한반도에 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을까. 바로 ‘수리부엉이’다. 수리부엉이가 어떻게 사냥을 하는지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지난 5일 오후 10시 KBS1에서는 방송 81년 특별기획 자연다큐멘터리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연출 신동만, 이하 밤의 제왕)가 방송됐다. 시청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평균 시청률 10%가 훌쩍 넘어섰다. 시청자게시판에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다큐멘터리를 봤다”(오은주), “눈을 뗄 수가 없었다”(서주완) 등의 호평이 올라왔다.

▲ 신동만 PD
신 PD는 “수리부엉이의 생태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는 있었지만 수리부엉이 ‘사냥의 기술’을 중심에 놓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경우는 없었다”며 “이런 점들이 시청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고 말했다.

신 PD는 수리부엉이의 사냥 메커니즘을 보여주기 경기도 파주, 강화 등 5군데 9쌍의 수리부엉이를 촬영했다. 준비기간만 3년, 실제 촬영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촬영에 쓰인 테이프양도 40분짜리 500여 개였다.

일부에서는 신 PD가 1쌍의 수리부엉이를 꾸준히 촬영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 동안 자연 다큐멘터리는 한 개체의 동물의 일생을 따라가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신 PD의 생각은 달랐다. 다큐멘터리 PD로 살아오면서 “같은 종의 개체를 여러 쌍 관찰해 일반화된 특징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학적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 PD의 이런 다큐멘터리 철학은 제작과정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다큐멘터리의 핵심인 수리부엉이의 촬영 장면은 어려움 그 자체였다. 천연기념물 제324호인 수리부엉이는 주로 토끼, 꿩, 쥐 등 소형 포유류 등을 사냥했다. 하지만 야행성 동물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촬영이 야간에 이뤄졌다.

“정말 힘들었다. 깜깜한 밤에 움직이는 수리부엉이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수리부엉이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빛만 공급된 상태에서 카메라의 촬영 조건도 잘 맞아야 했다.”

신 PD는 수리부엉이의 생생한 사냥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조명의 양을 조절하며 1초에 500프레임, 1초의 1000프레임의 속도의 카메라가 현장에 투입됐다. 3개월 여가 지나서야 ‘감’이 생겼다. 그런 과정을 통해 수리부엉이가 사냥할 때 약 20㎞로 날아들면서 토끼 등을 낚아채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신 PD는 수리부엉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소논문 형식으로 보고서를 정식으로 제출하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수리부엉이는 번식기에만 교미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리부엉이는 번식을 한 뒤에도 교미를 했다. 이런 모습은 꾸준한 관찰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자연사한 새끼를 수리부엉이 어미가 먹는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에서는 드물게 보고되지만 국내에서는 제작진이 처음으로 확인했다.

오는 12일 다큐멘터리로서는 이례적으로 3년 동안 수리부엉이를 담기위해 노력한 모습을 그린 메이킹 필름인〈‘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3년간의 기록〉을 방송한다. 메이킹 필름에서는 수리부엉이의 사냥 장면을 잡아내기 위해 노력한 제작진의 모습이 그려질 예정이다.

신 PD는 KBS에 91년에 입사해 환경스페셜 〈공존실험-까치〉, 공사창립 30주년 기념 자연다큐멘터리 〈봉암사의 숲〉등 다큐멘터리 PD로 살아왔다. 그는 “수리부엉이처럼 한국에서는 밝혀지지 않은 동물들을 꾸준히 보여주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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