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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가 이미 환자?

|contsmark0|다른 대부분의 백성들처럼 나도, 정치에 원수진 일 없고 정치인들에 대해 특별한 혐오감을 가질 일도 없다. 다소 구차스럽게 들릴 수 있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요즘 방송을 하다 보면, 내가 정말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해 그런 일이 없는지, 나 스스로도 혼란스러워지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은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이라는 시사 프로그램이다. 매일 두 시간씩 생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노동, 여성, 인권 등 여러 부문이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정치 아이템을 제일 많이 다루고 있다.아직도 뭐 좋은 일이 있다고 그렇게 정치 이야기를 해 대나, 이런 생각을 우리 스스로도 하고 있다. 그나마 들으면 재미있고 상쾌하고 산뜻한 이야기라면 못할 이유가 뭐 있겠는가마는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 그 반대라는 데 있다.물론 이런 모든 불쾌한 사태의 책임은 1차적으로 우리 정치와 정치인들에게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정치라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욕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욕심 채워주기에 최고의 ‘꺼리’, 또는 ‘배설구’가 돼 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 ‘욕을 얻어들을 만한 정도’가 요즘 들어와서는 조금 심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부끄러운 모습이 총선이 다가오면서 더 악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함이 있다.이쯤 되면 언론은, 그리고 방송은 뭘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누구든 갖게 된다. 그런 혐오스런 집단의 이야기를 왜 그리 열심히들 해 대는 것인지, 정치가 바람직한 모습으로 되어지도록 언론이 ‘바른 길’을 제시해야 할 것 아닌지, 이런 질문 또는 비판들이다.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비교적 쉽다. ‘바른 길’이라 생각되는 이야기를 언론은 한다. 하고 있다. 물론 그 내용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특정 언론사의 입장 때문에, 제시하는 길이 바른 길이 안 될 경우도 있으며 정치 현실을 무시한 ‘공자님 말씀’을 ‘폼만 나게’ 내놓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뭔가 이야기를 하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기여하는 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또는 실제로 없는 것은) 첫 번째 질문과 관련돼 있다고 봐야 한다. 혐오스럽고 지긋지긋한 그 놈의 정치 이야기를 왜 그렇게 해 대는가 하는 질문이다. <시사자키>를 통해서 정치 아이템을 다루면서 제작자인 나 스스로도 가장 지긋지긋해했던 문제는 내가 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시민들의 정치혐오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루게 되는 이유는? 이라고 묻는다면 “결국은 그 판에서 결판이 나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정치가 개혁을 주도하는 듯 보이면서 동시에 개혁에 가장 큰 걸림돌이 정치인 것이 너무도 확실한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 사회 주요 현안의 거의 대부분은 결국은 정치판에서 결정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 프로그램도 “그 판이 워낙 중요한 판이니까 자주 들여다보게 되지만, 그 때마다 보이는 건 치가 떨리는 난장판이더라”는 식이 되고 마는 것이다.정치 혐오를 조장하는 일 따위는 난 정말 싫다. 날카로운 비판, 같은 것도 정치에 관해서는 별로 매력적인 목표가 이미 아니다. 청취자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시사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는데, 아마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담당 pd가 이미 정치혐오증 환자가 돼 있기 때문은 아닌가?|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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