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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흑백영화 시대 느와르 영화의 독특한 영상을 창조하는 데 공헌하였던 촬영감독 존 올튼(john alton)은 ‘조명에 있어서 진실로 중요한 것은 켜 놓지 않은 라이트들’이란 명언을 남겼다. 올튼은「빅 컴보」라는 영화에서 평소 그가 주장해 온 어둠의 미학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보여 주었다. 강력한 서치라이트가 어둠 속을 이리저리 비치는 가운데 주인공이 회색 안개 속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실루엣으로 처리한 마지막 장면은 단 한 개의 조명만을 사용하여 촬영한 것으로 유명하다. 인물의 성격창조에 조명을 활용한 대표적인 경우로 「대부」를 들 수 있다. 이 영화에서 감독을 비롯한 전 제작진은 대부 돈 콜레오네 라는 인물을 부각시키기 위해 분장 조명 촬영 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배려를 하였다. 대부 말론 브란도가 등장하는 주요한 장면들은 대부분 그의 눈이 잘 드러나지 않도록 조명이 되었는데 그것은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대부의 성격, 즉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미스테리적인 인물임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연출이었다. 촬영감독 고든 윌리스(gorden willis)는 「대부」1편을 찍을 때 황색과 적황색을 많이 사용하였는데 이런 색조는 대부 톤 콜레오네의 차가운 냉혈한적 분위기를 상징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진1)영화 「천국의 나날들」은 인공조명을 피하고 자연조명을 고수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스토리보다는 시각적 이미지에 중점을 두고 촬영된 이 영화에서 말리크 감독은 풍요로운 에덴 동산을 암시하기 위한 배경을 원하였고 알멘드로스(nestro almendros)로 하여금 가능한 한 시각적으로 매력 있게 촬영할 것을 권했다. 밀 줄기를 갉아먹는 메뚜기를 클로즈업으로 포착한 것이라든지 전원의 일출을 익스트림 롱쇼트(大遠寫)로 잡은 것 등, 알멘드로스의 영상은 그 서정성에 있어서 매우 뛰어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석양 속에 서 있는 농부들의 모습을 자연광만으로 포착한 매혹적인 장면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밀레의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환상에 젖어들게 한다.(사진2)“「천국의 나날들」을 찍을 무렵엔 지금과 같은 고감도 필름이 없었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 석유등불의 빛만으로 촬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좀더 밝은 빛이 필요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석유등 속에 전구를 넣어 촬영하는 방법이었다. 중요한 것은 등으로부터 실제 빛이 나오는 것이었고 가공의 조명을 사용치 않고 그 불빛만으로 효과를 내고 싶었다.”고 알멘드로스는 술회하고 있다. (사진3)스텐리 큐브릭 역시「베리린든」(1975)에서 18세기적인 분위기를 묘사하기 위하여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양초불빛 만을 사용하여 효과를 살리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빛을 많이 흡수하는 특수렌즈가 필요했다. 큐브릭은 결국 nasa(미국 항공 우주국)에서 개발한 특수 렌즈를 구입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사진.4)감독들이 매직 아워(magic hour)라고 부르는 시간이 있다. 이것은 해가 막 떨어지고 본격적인 어둠이 찾아오기 직전까지의 20분~25분 사이를 말한다. 이때 하늘엔 아직 태양의 잔영이 남아 있고 그 빛은 대단히 부드럽다. 이 제한된 20여분간은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이때 촬영된 영상은 스크린 속에서 마술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때문에 감독들은 푸르스름한 스카이 라인이 시시각각 검푸르게 변하면서 이내 컴컴한 어둠 속에 잠겨들기 전까지의 이 짧은 순간을 포착하여 촬영하기를 즐기는 것이다. 오스카상을 세 번이나 받은 촬영감독 비토리오 스테라로(vittorio storaro)는 「마지막 황제」를 찍을 때를 회고하며 “나는 빛과 인생 사이에 유추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베르톨루치 감독에게 푸이 황제의 인생역정을 각기 다른 형태의 색을 통해 표현해보자는 제안을 하였고 그는 이런 나의 생각을 흔쾌히 받아 주었다.”고 술회하고 있다.영화의 도입부에서 처음 푸이가 손목의 정맥을 베면서 관객은 붉은 색을 보게된다. 붉은 색은 시작의 색이다. 그가 태어나서 처음 본 것은 피였다. 다음으로 어린 푸이가 말 타고 온 사람들을 따라 자금성으로 들어갔을 때는 노란색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은 자아(自我)의 색이며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다.(사진5) 초록색은 지식의 색이다. 「마지막 황제」에서 처음으로 초록색을 보게 되는 것은 황제의 가정교사가 등장 할 때이다. 피터 오툴이 끌고 오는 초록빛 자전거는 지적인 그 무엇을 상징하고 있다. 그때까지 푸이는 자금성(금지된 성)에 살면서 금지된 색상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붉은색, 오렌지색, 노란색의 벽에 갇혀 있던 황제 푸이는 비로소 초록색, 푸른색, 보라색과 같은 새로운 색상을 접하게 됨으로서 신지식에 눈을 뜨게되는 것이다. (사진.6) 「똑바로 살아라」를 제작하면서 스파이크 리가 촬영감독에게 일차적으로 주문한 것은 무덥고 지루한 여름 한낮이란 느낌을 화면을 통해 나타내 달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세트장의 집들은 붉은 색으로 칠해졌고 붉은 색조의 조명이 사용되었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든 리얼리티를 통하여 푹푹 찌는 여름날의 무더위가 영상을 통해 표현될 수 있었던 것이다.(사진7)|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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