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단막극 ‘드라마시티’ 폐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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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단막극 ‘드라마시티’ 폐지 논란
드라마 PD들 반발 “수익구조 문제로 존폐 휘둘려선 안돼”
  • 이기수 기자
  • 승인 2008.03.13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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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단막극 〈드라마시티〉가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KBS는 오는 31일 단행하는 봄 개편에서 광고 수익이 적은〈드라마시티〉를 폐지 프로그램 목록에 올렸다. KBS는 이번 개편에서 〈대왕세종〉을 1TV에서 2TV 채널로 옮기고, 2TV 일일연속극 신설 등 드라마를 집중 배치하는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사측은 〈드라마시티〉폐지 이유에 대해  “실험성도 잃어버린 〈드라마시티〉를 계속 편성해 제작진 스스로도 광고수익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드라마시티〉는  최근 몇 년 간 평균 시청률은 10%를 넘지 못했다. 〈드라마시티〉는 편당 약 9200만원(미술비 포함)의 제작비가 들어간다. 하지만 〈드라마시티〉는 회당 15초짜리 광고 3편 정도로 평균 약 2000만원의 광고수익을 올리는데 그쳤다. KBS 광고팀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시티는 광고가 잘 붙을 때는 5개까지 붙는 경우도 있지만 1편도 안 붙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편성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시티〉는 드라마의 다양한 실험정신을 제대로 발현하지 못했고 고비용만큼 광고수익이 높지 않았다”며 “편성 측은 〈드라마시티〉를 무조건 폐지하겠다는 입장이 아니다. 잠시 쉬었다가 색깔이 분명한 형태로 드라마를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드라마시티〉 폐지와 관련해 드라마 PD들에게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며 “이사회에는 〈드라마시티〉를 일단 폐지하는 것으로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2006년 7월 11일 방송돼 호평을 받은 〈드라마시티〉'돌대가리2차방정식'의 한 장면 ⓒ KBS

그러나 드라마 PD들은 “수익만으로 드라마 단막극의 존재 의미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BS 드라마 PD들은 지난 11일 오후 자체 회의를 열고〈드라마시티〉 폐지 불가 입장을 사측에 전달했다. 또 드라마 PD들은 13일 오후 이사회의 봄개편안 상정을 앞두고 전체 긴급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작가들도 본격적인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방송작가협회는 12일 드라마시티 폐지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방송작가협회는 “KBS는 공영방송이다. 올바른 방송문화를 선도할 책임이 있는 기간방송사”라며 “때문에 상업적 논리로 〈드라마시티〉를 폐지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곧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드라마 PD.작가들은 “〈드라마시티〉가 단막극 이상의 의미를 가진 드라마”라고 평가하고 있다. 드라마 PD와 드라마 작가들에게 단막극 〈드라마시티〉는 신인 드라마 PD . 작가들의 등용문인 동시에 드라마에 대한 다양한 실험정신을 투여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1984년 KBS 〈드라마게임〉으로 시작한 드라마 단막극은 방송시간대와 명칭이 몇 번씩 바뀌어 왔다. 드라마 단막극은 지영수, 박찬홍, 정해룡, 기민수 PD등을 비롯해 노희경, 최완규 작가 등을 키운 산파역을 했다.

한국작가협회도 성명서에서 “〈드라마시티〉는 지금까지 신인 작가와 신인 연출자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며 “뿐만 아니라 신인들은 이 시간을 통하여 드라마의 경험을 쌓고 기량을 단련시킴으로써 이후 미니시리즈, 연속극을 감당해갈 수 있는 역량을 확장해왔다”고 밝혔다.

그런 이유에서 〈드라마시티〉는 드라마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드라마시티〉는 지상파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단막극이기 때문이다. SBS 오픈드라마 〈남과 여〉2004년 2월 28일 144회까지 방영하고 막을 내렸으며, MBC 〈베스트극장〉도 지난해 5월 막을 내리고 시즌제 드라마로 포맷이 바뀐 상태다.

KBS 드라마기획팀의 한 PD는 “〈드라마시티〉가 없어지는 것은 드라마의 모태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며 “경영진은 단순한 수익구조만을 생각해 드라마시티를 폐지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더더욱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견 드라마 PD는 “광고 수익을 위해 2TV에 일일연속극을 하나 신설해야 하니 예산 등을 고려해 기존 드라마 1편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장기적인 수익 비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답답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KBS PD협회(회장 양승동)도 13일 성명을 내고 “〈드라마시티〉의 기획의도와 순기능도 살리면서 동시에 회사와 편성의 분석과 판단도 감안하는 윈-윈의 전략이 절실하다”며 “〈드라마시티〉를 유지하면서 실효성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든지 아니면 폐지하되 새로운〈드라마시티〉류의 대안 프로그램을 개발하든지?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판단과 선택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KBS 드라마평PD협의회도 “당장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아껴둔 종자로 밥을 지어먹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3사를 통틀어서 KBS에서만 유일하게 유지되고 있는 단막극을 없앰으로써 실험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말살시키는 것은 공영방송을 씹을 기회만 노리는 보수언론에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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