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공적책임은 시청률에 우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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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신임 MBC 사장 취임 첫 기자간담회

엄기영 MBC 사장이 “명품 MBC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엄 사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언론과 가진 간담회에서 “옛날의 찬란했던 영화와 영광을 재현시켜 MBC의 르네상스를 꼭 이뤄내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엄 사장의 기자간담회는 취임 보름만인 18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김종국 기획조정실장, 이재갑 편성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엄 사장은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안으로 “공영방송 MBC의 위상 강화”를 꼽았다. 그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지금의 ‘공영방송 MBC’ 체제가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체제”라고 강조했다.

엄 사장은 “공익성과 경쟁력,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두 가지 모두 어렵지만 공익성에 더 포커스를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봄 개편부터 뭔가 보여주겠다. 주말 시간대에 공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편성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엄 사장은 “시청률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공익성에 역점을 두겠다”며 “드라마 시간대를 줄이거나 폐지해서라도 공익적인 프로그램들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방송의 공적 책임은 시청률보다 우선한다”는 게 엄 사장의 말이다.

이와 관련 이재갑 편성본부장은 “MBC가 추구하는 경쟁력은 수치상으로 나타난 시청률이 아니라 3사 관행을 실험적으로 깨가겠다는 뜻”이라며 “지금까지 견지해 왔던 ‘문패 바꿔 달기’식의 개편은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MBC는 또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내부혁신 TF팀을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김종국 기획조정실장은 “정식 명칭은 혁신추진팀”이라고 소개한 뒤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와 내부 프로세스 개선, 조직 개편, 인사 개편안 등의 문제들을 다루게 된다”고 밝혔다. 혁신추진팀은 오는 24일부터 5월 24일까지 2개월간 운영될 예정이다.

▲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엄기영 MBC 사장 ⓒMBC

한편 엄 사장은 지역MBC 사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다른 어떤 요소도 고려하지 않고 과연 합당한 사람이 누구인가에 중점을 두고 중용했다”고 일축했다.

지지부진했던 광역화 추진에 대해선 “오는 6월 부산·마산·울산·진주 등 경남MBC 광역화 첫 삽을 뜰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의 톱다운 방식, 즉 서울에서 지방으로 가는 광역화의 방향을 바꾸려고 한다”며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광역화 논의에 참여해 달라”고 요구했다.

엄 사장은 또 MBC가 위성DMB 재송신과 하나TV 콘텐츠 유료화 등 유료방송 시장을 교란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지상파 방송은 당연히 국민들에게 무료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유료사업자가 MBC 콘텐츠를 통해 이득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그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엄기영 사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계획이 있다면?

가장 큰 화두로 부상한 것이 공영방송 MBC의 위상 정립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지금의 ‘공영방송 MBC’ 체제가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체제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공영방송 체제의 강화를 위해 방송 내용의 공익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 역점을 두려고 한다. 결국 프로그램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공영방송을 지탱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써 나가겠다.

-취임사에서 TF팀을 구성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

우리가 부닥친 안팎의 어려운 문제들이 있는데 경영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 3개월, 6개월 단위로 로드맵을 세워서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방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TF팀을 곧 구성하려고 하고 있다.

-KT와 콘텐츠 회사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들었다.

그 부분은 전임 최문순 사장께서 추진해오셨던 일이다. 방송은 콘텐츠를 갖고 있고 KT는 광대한 망을 형성해놓은 상태라 방송과 통신이 서로 협력해서 좋은 협력 모델을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 MOU 내용은 지금 말씀 드린 내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수준이었다.

-공영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시청률이란 숙제도 있다.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공영방송 MBC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방송을 공익적으로 해야 하지만 동시에 수신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경쟁력을 위해 시청률에만 치중해서도 안 된다. 또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선 물적 토대가 되는 수익성도 고려해야 한다. 경쟁력과 공익성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쫓느냐 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자 숙제다.

두 가지 모두 어렵지만 공익성에 더 포커스를 두려 한다. 결국 방송 내용의 공익성이 어떻게 표출되는가 하는 문젠데, 봄철 개편부터 뭔가 다른걸 보여주도록 하겠다. 주말 시간대에 방송의 공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

-MBC의 공익성은 무엇을 의미하나. 또 그동안 어떤 면에서 주말의 공익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가.

방송의 공적 책임은 MBC 존립의 근거인 방송문화진흥회법 제1조에도 나와 있다. 공적 책임은 무엇보다, 시청률보다 우선한다. 지금은 프로그램들이 너무 시청률 위주로 가는 듯해서 시청률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편성에 변화를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드라마 시간대를 줄인다든지, 가령 드라마 시간대를 폐지해서라도 공적인 프로그램 심을 수 있다면 할 계획이다. 그 여파가 아주 커서 시청률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할 거다. 공적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딱딱하고 재미없는 건 아니다. 재미를 주면서도 유익한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민영화 압박이 거세다.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

▲ 엄기영 MBC 사장 ⓒMBC
정권이 바뀌었고, 한나라당에서 MBC 위상의 관해 일부 논의가 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공영방송 MBC 대해선 많은 시청자와 국민들이 KBS처럼 국민에 직접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시청률 지상주의로 치닫지 않으면서, 방송의 공적 책임을 가지길 바란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고 본다. 많은 국민들이 지금 MBC의 상태가 좋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새 정부도 MBC의 위상을 아주 바로 바꾸려하진 않을 것 같다.

-지역MBC 사장 선임을 두고 잡음이 있었다. 선임 기준을 밝힌다면?

다른 어떤 요소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합당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지역사 사장의 경우는 그동안의 경영 실적을 참고했고, 전임지에 있으면서 어느 정도의 실적을 보였으며 도전적으로 경영에 임했는가와 앞으로의 전망, 사내 분위기 등을 감안해서 인사를 했다.

-본사 전 임원들을 대부분 지역사 사장으로 발령했다. 어떤 의도인가.

관계회사를 폭넓게 보며 경영 평가하는 작업을 지역에 가서도 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광역화는 MBC가 꼭 해야만 할 과제다.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그동안 광역화 방향이 서울에서 지방으로 갔는데, 방법을 바꾸려고 한다.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생성시킬 수 있는 광역화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일단 약속하기로는 금년 6월에 부산․마산․울산․진주 등 경남 4개사가 첫 삽을 뜨기로 했다. 쉽진 않겠지만, 이를 기점으로 해서 자발적으로 광역화에 참여해 진행하도록 하겠다.

-위성DMB인 TU미디어에 송출하고, 하나TV에 유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유료방송을 교란한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앞으로 투자할 게 엄청 많다. 아날로그 종료 시점인 2012년 말까지 장비 구입 등으로 디지털화에 투입될 비용이 1500억 원이나 된다. 이를 KBS는 수신료를 통해 재원을 충당할 수 있겠고, 상업방송은 주주에 대해 배당이 되지 않나. 하지만 MBC는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녹록치 않다. 시청률을 높여서 수익을 늘리는 방법 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청률 지상주의로 나갈 수도 없다. 

지상파 방송은 무료로 한다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유료방송 사업자가 MBC 콘텐츠를 받아 그걸 방송함으로써 이득을 얻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MBC의 콘텐츠 제공에 대해 돈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다. KBS와 SBS도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갈 거라고 본다.

-MBC 내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문제의식을 같이 한다. 전향적으로 되도록 하겠다. 그들도 같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고, 그들이 없으면 방송이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전향적으로 그들의 합당한 요구는 수용할 방침이다.

-앵커 생활을 오래 해 경영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기사를 쓸 때 모든 것을 종합해서 쓰듯이 앵커는 뉴스를 전달하면서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다 감안해서 멘트를 작성하곤 한다. 그런 측면에서 앵커링 자체가 고도의 경영행위의 일부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변에 유능한 책임자들이 있다. 이 인재들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정책적 판단을 내려서 운영할지가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 임기가 끝나는 2011년이면 창사 50주년이 되는데, 옛날에 찬란했던 MBC의 영광과 영화를 재현해 MBC의 르네상스를 이루겠다. 국민들이 꼭 필요한 공영방송 MBC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온 몸 바쳐 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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