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언론유관기관 사장 흔들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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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균․오지철 사장 줄줄이 사퇴…정연주 사장 지목 파장 예상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임기가 보장된 언론유관기관 수장들의 사퇴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사퇴요구를 받았던 언론유관 기관장들이 줄줄이 사의 표명을 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언론의 독립성’을 무시한 “자기 사람심기에 혈안이 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청와대가 퇴출 기관장들의 명단을 작성한 ‘살생부’를 작성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정연주 KBS 사장을 비롯한 언론 기관장들까지 퇴출대상으로 공공연하게 언급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심재철 · 안상수 의원을 비롯해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까지 나서 ‘참여정부 출신 기관장 출신 자진 사퇴’ 등을 거론하며 언론기관장들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14일 문화관광체육부 업무보고에서 ‘코바코’와 ‘한국관광공사’를 배제해 우회적으로 사퇴 압박을 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사퇴압력을 받았던 정순균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 신현택 예술의 전당 사장 등이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정순균 코바코 사장과 오지철 사장의 임기는 각각 1년 2개월, 2년 8개월 씩 남아있다.

정순균 사장은 사퇴 이유에 대해 “정치적 정체성과 소신이 맞지 않는 현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사퇴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고 밝힌 뒤 “그러나 법을 무시하고 점령군처럼 완장차고 사냥몰이감처럼 이런 저런 이유대면서 기관장들에게 나가라고 하는 것은 새 정부가 법과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몰아치기’식 사퇴압박을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유관기관장들을 포함한 공공기관장들의 ‘살생부’를 작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파장을 커지고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 15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참여정부 출신 기관장’ 자진사퇴 요구에 앞서 청와대가 지난주 정부 각 부처에 퇴출대상 기관장 명단을 제출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단독 보도했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각 부처는 살생부 작성을 위해 최근 산하기관장 및 임원들의 임기와 경영실적, 임면절차 등을 담은 자료와 함께 기관장·임원 교체 여부에 대한 의견을 청와대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자료에는 참여정부 기간 이들의 경력과 구여권 핵심부와의 관계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재 산하기관장 가운데 교체대상 1순위에는 정연주 KBS 사장과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13일에 이어 17일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사퇴를 촉구했다.

이 외에도 문화관광체육부 산하의 한국언론재단,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등도 교체 대상으로 분류돼 직간접적으로 사퇴압박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언론시민단체․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방송인총연합회는 17일 성명을 내고 “사퇴압박을 가한 모든 기관장들이 언론관련 기관장”이라며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이들에게 ‘사퇴하지 않으면 해당 기관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으로 협박하는 것은 마치 5공식 언론통제에 다름 아니다. 분명 이는 언론 장악 의도로 받아 들여 질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강상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임기가 보장된 언론유관기관 수장들의 용퇴는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며 “사퇴 압박을 하는 것은 그 자체가 힘을 행사하는 것으로 자칫 언론의 공공성, 독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언론의 공공성, 독립성을 보장해 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유관기관 수장들의 임기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라고 하는 것은 정파적 이해에 기반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실제 국정 운영과 관련해 언론유관기관이 국정운영의 코드하고 맞아야 하는 것인가 하는 부분에는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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