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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인상 좌절 · 광고 급감으로 드라마 손질 …2TV 시트콤 MBC·SBS와 맞대응


오는 31일 단행하는 KBS 봄개편안을 두고 KBS 안팎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KBS 개편안에 대해 “공영방송 KBS가 상업논리로 무장해 KBS 2TV 민영화 논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KBS 임원진 등은 “공영방송다운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KBS는 이번 개편에서 현재 1TV 주말에 방송되고 있는 대하사극〈대왕세종〉을  주말 2TV  오후 10시대로 옮기고 2TV 평일 오후 6시대에 방송되는 시트콤 〈못말리는 결혼〉을 오후 8시대로 이동, MBC와 SBS 일일연속극과 맞대응 편성한다. KBS는 시트콤을 옮긴 자리에 현재 오후 8시에 방송되는〈뉴스타임〉을 오후 6시에 편성한다. 또 〈드라마시티〉도 제작비 부족과 시청률 저하를 이유로 폐지된다.

▲ KBS는 대하사극 〈대왕세종〉을 1TV에서 2TV로 옮기는 개편안을 확정했다. 〈대왕세종〉의 한 장면ⓒKBS

1TV 주말의 경우 대왕세종을 2TV로 이동하면서 공영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방향이 잡혔다.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오후 10시30분에 방송되는 〈미디어포커스〉와 〈취재파일 4321〉은 현재 방영시간보다 한 시간 앞당겨 〈9시 뉴스〉에 이어 〈대왕세종〉 시간대인 9시 40분에 편성된다. 또 이와 별도로〈시사기획 쌈〉(월 오후 11시 30분)도 화요일 밤 10시로 전진 배치된다.

KBS가 이 같이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KBS는 지난해부터 광고급감에 따른 타개책으로 1TV 대하사극과 일일연속극을 2TV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왔지만 수신료 인상 국면과 맞닿아 있어 최후의 보루로 남겨뒀다.

그러나 수신료 인상안의 임시국회 통과가 좌절되고 광고매출도 급격히 떨어지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지난 1~2월 광고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비교해 84.4%밖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금액으로 따져보면 약 100억 원 가까이 매출이 떨어졌다. 남성우 KBS 편성본부장은 “수신료 인상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재원 마련’이 이번 개편에서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을 부인하진 않겠다”며 “개편의 성공여부는 미지수지만, 제작비는 프로그램 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대책을 세울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 KBS 시트콤 〈못말리는 결혼〉이 오후 8시 프라임 타임대로 이동한다. ⓒKBS

하지만 이번 개편에서 KBS가 수익성이 높은 시트콤을 프라임 타임대에 전진 배치하고, 광고가 없는 1TV에 편성돼 공영방송 KBS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해온 대하사극까지 2TV로 옮기면서 “공영방송의 가치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미 MBC와 SBS는 광고비 등 수입 감소를 이유로 평일 오후 일일연속극 신설하거나 시트콤 등을 연달아 편성해 지상파방송의 프라임타임대 드라마 과다 편성이 문제가 된지 오래다.

다매체 다채널 상황에서 점차 수익이 감소하자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 수익을 확보하려는 일종의 자구책으로 드라마 중심의 편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교양, 시사보도, 예능의 편성 균형은 깨지고 프로그램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

특히 이번에 폐지되는 단막극 〈드라마시티〉는 드라마 PD와 드라마 작가들에게 등용문인 동시에, 드라마에 대한 다양한 실험정신을 투여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KBS 드라마 PD․작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KBS는 이번 개편안을 이사회에 상정 최종 결정을 내렸다. 주사위는 던져진 셈이다. KBS 안팎에서는 KBS가 이번 개편을 통해 기대했던 광고수익도 얻지 못하고 ‘공영방송 KBS’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신뢰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때문에 모험일 수밖에 없다.  KBS 개편이 재원 위기를 타개하고 성공을 거둘지는 일단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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