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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채널 4(Channel 4)>가 디지털 시대를 위한 변신을 선언했다. <채널 4>는 공공소유지만 광고수익으로 운영되고 있는 방송사로, 작년에 인종주의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빅브라더 사건’처럼 선정적인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끌어 모아, 영국의 미디어 규제기구인 오프콤(Ofcom)과 정부로부터 공공서비스에 적합하게 방송사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실행하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 3월 16일 <가디언>에 실린 ‘채널 4 정체성의 위기’기사. 사진제공=<가디언>

<채널 4>의 최고 경영자 앤디 던캔(Andy Duncan)은 지난 13일 <채널4>의 공공서비스 청사진을 제시하며, 비싼 미국 프로그램을 수입하는데 쓰는 비용을 줄이고, 대신 새로운 인재와 쇼,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채널4>는 <심슨>, <어글리 베티>, <위기의 주부들>과 같은 미국 제작물을 방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미국 프로그램 수입에 책정되어 있는 예산을 20%까지 삭감할 예정이다.

그러면 일 년에 방영되는 미국 시리즈물의 수가 3개 줄어들게 된다. <채널4> 텔레비전 콘텐츠 담당자인 케빈 리고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값싼 가격에 원하는 미국 프로그램을 살 수 있는 좋은 시절이 있었지만, 많은 디지털 채널들이 미국 제작물을 원하면서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며, 더 이상 미국 프로그램들이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금이 영국 자체 생산물을 만드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3월 13일자).

미국시리즈물이 나간 자리는 새로운 국내제작 프로그램들이 채울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앤디 던캔은 황금시간대에 새로운 쇼와 다큐멘터리, 그리고 10~15세를 겨냥한 프로그램과 소수자 시청자들을 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채널4>는 디지털 시대에 자사가 집중할 새로운 타깃으로 10대와 소수자를 내걸고 있다. 특히 최근 오프콤이 10대들의 삶을 반영하는 국내산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것을 받아들여, 10~15세를 겨냥한 드라마를 내년에 만들고, 베보와 같이 파트너십 업체들을 통해 젊은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약속도 했는데, 이는 그동안 뉴스나 다큐멘터리와 같은 공익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는 거의 오르지 않은 반면, <빅브라더>와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는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업계의 비판에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채널4 정체성의 위기”라는 기사에서(3월 16일자), 공공 서비스 채널로서 정체성을 강조하는 <채널4>의 행보가 시청자수, 광고 수익, 제작물에 대한 신뢰성을 모두 잃고 있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시청자와 광고 수익은 떨어지고 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계속 되면서, 상업방송으로서의 재정적 안정성과 공공서비스 방송사로서의 존재 근거가 모두 문제시 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채널4>는 자신들의 재정적자를 매울 수 있는 1억 5천만 파운드의 정부보조금을 받기 위해, 공공서비스방송사로서 자신이 존재해야할 이유를 입증해야할 입장에 서있다.

영국=채석진 통신원 / 서섹스 대학 미디어문화연구 전공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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