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 비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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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발연 토론회를 보도한 신문기사를 보고

지난 3월 21일 프레스센터에서는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공발연, 공동대표 유재천 한림대 특임교수) 주최로 <시청자에 대한 공영방송의 책무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그동안 공발연의 행보를 비춰어 보았을 때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공발연이 비로소 공영방송과 관련된 중요하고 의미있는 의제들을 다루기 시작한 것 아닌가라는 기대감을 심어줄만한 것이었다.

직접 토론회에 참석해서 토론에도 참여했던 소감으로 보면 여전히 공발연 회원들의 고정된 인식의 틀이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나름 유연해지고 진지해진 공발연의 긍정적 측면도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이 토론회를 비중있게 보도한 동아와 중앙일보의 기사와 사설들을 읽으면서는 ‘역시나’ 하고 공발연이 탄생하게 된 정치적 배경들을 되새겨야 했다.

사실 ‘시청자와 공영방송의 책무성’이라는 주제는 최근 국내외 언론학계에서 공영방송 제도개선과 관련해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연구분야 중 하나다. 공공재이자 희소한 자원인 전파를 (국민으로부터) 수탁받아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공영방송에게 시청자에 대한 책무성은 숙명적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그 책무성의 범위를 정의하고 그 수행 결과를 측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책무성의 범위는 일정한 사회적 비용을 요구하는 공영방송의 역할범위의 설정과도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또한 공영방송에 대한 과도한 책무성 요구와 이에 상응하는 규제는 공영방송 조직의 창의력과 비판적 정신을 제한할 우려도 크다.

그러나 ‘디지털 다매체 시대’라는 최근의 방송환경은 공영방송의 책무성에 대한 또다른 문제의식을 낳고 있다. 즉, 새로운 매체들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하지 않는 매체들과 혹독한 시청률과 효율성 경쟁을 벌이며 훼손되고 있는 공영방송의 정체성 문제, 엘리트 중심의 일방적 소통형식인 ‘방송(broadcasting)’을 넘어 쌍방향의 소통형식을 요구하고 있는 시청자들에 대한 새로운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공공·공익적 가치 추구라는 공영방송의 전통적 이념체계에서 강조되넌 ‘시민’으로서의 시청자에 더하여 ‘소비자’로서의 시청자라는 이중적 속성에 대한 새로운 개념정립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날의 토론회는 불행히도 이런 논의지형을 세밀하게 살피지는 않았다. 첫번째 발제를 맡은 김주원 변호사(법무법인 디지털밸리 대표)는 <KBS 정보공개 판결의 시사점>을, 두 번째 발제는 이창근 교수(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는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의 주권을 회복하기 위한 제언> 부분을 맡아 발표했는데, 각각의 발제문은 나름 충실하게 정보공개법의 긍정적 취지와 활용방안에 대해, 그리고 공영방송의 보편적 위기구조와 바람직한 지배구조에 대한 연구결과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논의들은 공영방송의 책무성이라는 틀로 놓고 보면 너무 지엽적이거나(첫번째 발제) 또 너무 일반론적인 견해(두번째 발제)였다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정작 더 안타까웠던 사실은 이 토론회의 발제문 중 일부가 객관적으로 검증되기 힘든 정치적이고 주관적인 몇몇 문장들 때문에 정작 시청자에 대한 공영방송 책무성이라는 중요한 논의들이 왜곡되어버렸다는 점이다.

토론회 다음날 동아와 중앙일보가 뽑아낸 토론회 관련 기사제목들은 그 문제의 문장들을 더 왜곡되고 뒤틀린 기사로 재생산한다.

“盧정부때 KBS 편파방송, 선전에 가까워”(동아, 3.22 A10면 종합), “‘그들만의 공영방송’ 개혁”(중앙 3.22 2면 종합), “국민이 아닌 그들만의 방송이었다”(중앙 3.22 사설)

이들 신문들이 인용하고 있는 자못 선정적인 발제문의 몇몇 문구들만 아니었다면, 사실 이번 토론회는 그동안 공발연에서 개최한 어떤 토론회보다도 의미있는 통찰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부분을 제대로 살펴 본 언론은 없었다. 이는 물론 전적으로 그동안 공발연이 보여온 정치적 행보때문일 것이다.

늦었지만, 발제문의 의미를 여기서라도 짚어보자.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주원 변호사가 그의 발제에서 주로 2심까지 진행된 ‘KBS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의 논점과 법원의 판결요지 등을 다루었고, 아직 심리중인 사안에 대해 여론화하는 것은 금기시하는 법조계의 전통을 따라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김주원 변호사는 그동안 KBS가 소송과정에서 공발연이 요구한 정보의 상당부분을 공개한 점을 평가하고 향후 공발연이 이 소송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발제문 말미에서 KBS 시사기획 쌈, ‘“그건 몰라도 돼!”-정보 공개율 91% 허상’이라는 프로그램을 인용하며 이 프로그램이 이번 소송과 관련된 중요한 의미의 대부분을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한 사실이다.

동아와 중앙일보의 공영방송 KBS비틀기 기사의 핵심적 논점을 제공한 이창근 교수의 발제문조차도 주요한 내용은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라 공영방송 제도는 보편적 위기를 맞고 있으며, 이는 전파사용의 특권적 지위 상실 · 방송시장 개방 · 매체간 경쟁 격화와 공영방송의 상업화 압력 등에 대한 지적이었다.

그리고 그는 사회적 영향력이 큰 방송 프로그램이 저질화 되는 상황은 사회적으로는 큰 손실이며 이를 막기 위해 공영방송은 투명성과 책무성 등을 강화하고 본연의 공공·공익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아울러 바람직한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조건이라는 대안까지를 살펴주고 있다. ‘공공서비스 계약제도 도입’, ‘경영평가제도의 개선’, ‘외부감사제도의 도입’과 같이 이미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선진공영방송사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들의 사례를 언급한 것도 분명 진일보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회가 끝난 지금 공발연에 대한 공영방송 KBS 종사자들의 눈총은 더 따갑다. “KBS의 기자와 PD들이 대통령의 정치적 노선과 정책의제를 시대적 소명으로 인식하여 지원하려고 한 점은 좋게 말해 ‘주창저널리즘’이고, 나쁘게 말하면 ‘선전’ 수준”이라는 도대체 검증되기 힘든 그의 이 주장은 왜 발제문의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을까?

동아와 중앙일보가 이창근 교수의 발제문에서 유독 이 문구를 찾아내 보도하는 이유가 그들의 방송사업 진출의 명분을 다지고자 한 것이라면, 도대체 공발연은 왜 매번 토론회를 통해서 공영방송 KBS 비틀기의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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