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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의 주간 미디어 리뷰]

뜨거운 논란과 시비 끝에 최시중 씨가 마침내 3월 26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장을 받았습니다. 송도균, 이경자, 이병기, 형태근 씨도 방통위원 임명장을 받았지요.

이 대통령은 최 위원장에게 "방통위원회 역할이 막중하다. 방송이 특별히 여당을 편들 것 없이 공정하게 하면 된다. 선진화라는 게 모든 것이 본래 있어야 할 자리로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답니다. 이어 "방송, 통신이 융합되는 새 시대에 신성장 동력인만큼 앞서 가야 한다"면서 "정치논리를 빼고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정책에만 신경 써 달라"고 덧붙였다네요.

이에 최 위원장은 "이번에 선임된 방통위원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라면서 "언론을 장악한다는 개념 자체가 후진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최 위원장은 임명장을 받은 뒤 광화문 방통위 청사(구 정보통신부)에서 취임식을 열었습니다. 그가 취임사에서 강조한 것은 크게 네 가지였지요. ▲융합 환경에 맞도록 법과 제도 개정 ▲사업자간 경쟁 촉진을 통한 서비스 품질 향상과 국민 부담 경감 ▲방송의 독립성과 공익성 수호 ▲지상파TV 디지털 전환 차질 없이 추진이 그것입니다.

최 위원장은 "디지털 혁명이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하고 있는 이때에, 방송통신 융합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자 국가적 과제"라면서 "이미 선진국은 관련 기구를 통합하고 다양한 융합서비스를 제공할 기반을 갖추고 있으나 우리는 그동안 방송과 통신의 영역 구분에 얽매여 세계적 흐름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제 국민은 '정보화의 기적'을 이룬 역량을 바탕으로 관련 제도와 기구를 통합해 21세기 디지털 융합시대의 글로벌 리더로 나설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면서 "방송통신 관련 산업은 한 해 매출이 55조 원에 이르고, 디지털 융합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생산 효과가 160조 원 이상, 새로운 일자리가 100만 개 이상이 생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가경제의 새로운 활력"이라고 역설했지요.

그에 따라 방송과 통신의 칸막이를 헐어 그 융합의 시너지로 국가 경제를 살리는 한편 국민 편익과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풀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업의 경쟁과 투자가 국민 편익으로 돌아가고 그 성과가 수요의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지요.

지극히 당연하기도 하고 또 기대를 부풀리기도 하는 말이지만, 현업 언론인 단체나 시민사회단체 등이 우려하는 것처럼 신문-방송 겸영 허용과 공영방송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대규모 통신회사를 비롯한 대기업에 문호를 대폭 열어주겠다는 뜻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는 언론관련 단체 등의 반발과 우려를 의식한 듯 "방통위는 합의제 행정기구로서 방송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이미 훌륭하게 갖추고 있다"면서 "저 또한 네 분의 위원님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사회적 공익성을 확고하게 지켜나갈 것"이라는 다짐도 잊지 않았지요.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서도 "전국 어디서나 디지털TV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 간, 계층 간 정보 불평등을 줄여 국민 통합에 기여하겠으며, 국민 모두가 인터넷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화 역기능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다짐과 약속에도 불구하고 불신의 시선은 좀처럼 거둬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 위원장 취임을 전후해 현업 언론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항의와 규탄 성명이 줄을 이었지요. '언론 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은 26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임명 철회를 촉구했고, 이날 저녁 언론연대가 설립한 공공미디어연구소 개소식에서도 전규찬 이사장은 "최 위원장 임명과 공공미디어연구소 개소식이 같은 날 있게 된 것은 필연적 마주침"이라며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시사했습니다. 28일 오후 방통위 건물 앞에서는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과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등의 회원들이 최 위원장 임명 철회와 함께 장애인의 미디어 접근권 보장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도 일제히 반대 의견을 쏟아냈더군요.

이에 앞서 한국기자협회가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3월 20~24일 현직 기자 25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84.0%가 '최시중 씨의 방통위원장 임명이 적합하지 않다'고 대답한 반면 적합하다는 응답자는 10.4%에 그쳤지요. 특히 방송기자들의 반대 의견은 98.6%에 달했고 신문기자에서는 78.3%를 나타냈습니다.

언론계 분위기로 보아 최 위원장 임명에 찬성하는 기자들은 기자협회 조사에 아예 응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다 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반대 비율입니다. KBS '미디어포커스'가 방송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70%가 반대했고, MBC가 전국 성인남녀 1,000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65%가 부정적이었지요.

이제 막 출범하는 방통위호에 선장으로 승선한 최 위원장은 야당과 언론시민단체의 반대와 세간의 불신이라는 거센 파도를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은 물론 곳곳에 숨어 있는 암초를 슬기롭게 피해나가야 하는 큰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법과 제도의 개선을 공약 1호로 내세운 만큼 이번 총선 결과도 방통위호의 항로를 결정짓는 큰 변수가 될 겁니다. 여당이 안정적인 국회 의석을 얻는다면 과감한 규제 완화에 힘이 실리겠지만, 여권의 일방적인 추진으로 인한 저항과 부작용도 뒤따를 겁니다. 반대로 여소야대가 된다면 공공성을 기조로 한 현재의 법제 틀이 유지되면서 방통위 내부에서는 물론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하겠지요.

화학적 융합은커녕 물리적 결합도 난항

외부의 파도와 암초 못지않게 더욱 중요한 게 선장을 필두로 항해사, 갑판장 등 선원들이 일치단결하며 제 몫을 해내는 건데 자칫 잘못하면 선원 간의 반목과 갈등으로 배에 균열이 생겨 좌초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큰 현안이 방송위원회 출신 직원들의 직급 문제라고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부칙 5조를 보면 방송위 사무처 소속 직원 중 방통위 근무를 희망하는 자는 방통위원장이 임명된 날부터 10일 이내에 방통위 소속 공무원으로 특별 채용하도록 돼 있고, 국가공무원법 28조에도 불구하고 임용 예정 직급에 상응한 소요근무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요. 또 이들의 호봉ㆍ수당ㆍ경력평정ㆍ최소승진소요연수ㆍ연가일수 산정시 근무경력을 계산할 때는 방송위(구 방송위 및 종합유선방송위원회 포함)에서 재직한 기간은 모두 인정하도록 명문화했습니다.

정부는 7급 체제의 방송위 직원을 9급 체제의 방통위 직원으로 전환하면서 2직급씩 하향 조정하되 특정직급으로 일정기간(3~5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 대해서는 1직급만 하향 조정하기로 했지요.

이에 대해 행정부 공무원노조는 28일 성명을 발표해 엄격한 적용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현재 중앙부처 공무원의 경우 9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 데 평균 22.5년이 걸리는 반면 방송위는 7급에서 3급으로 승진하는 기간이 13.4년으로 두 배 가까이 빠르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지요. 임용 부적격자에 대한 특혜적 상위직급 부여를 금지할 것도 요구했습니다. 여차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불사할 태세라는군요.

이에 반해 방송위 출신 직원들은 "방송위 시절에 비해 임금도 대폭 깎이는데 직급마저 더욱 하향조정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지요. 부서 배치에 관해서도 방송위 출신 직원들은 "현재의 방통위 편제를 보면 방송 관련 부서가 축소 조정돼 있다"면서 불만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 위원장이 취임사 맨 마지막에 강조했던 "무엇보다 마음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방송과 통신이 하나로 묶였듯, 우리도 하나가 돼야 한다. 그동안의 이질적인 문화는 융합으로, 갈등은 조화로 녹여내야 한다"는 당부도 쉽게 먹히지 않는 분위기지요.

기구를 합쳐놓더라도 당분간 방송위 출신들은 방송 관련 업무를, 정통부 출신들은 통신 관련 업무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긴 했지요. 방송통신융합정책실 등 일부 융합 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하면서 차츰 화학적 융합을 꾀해나간다는 것이 목표였는데, 물리적 결합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으니, 방송과 통신의 칸막이를 헐어 그 융합의 시너지로 국가 경제를 살리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다짐이 언제 실현될 수 있을지 까마득해 보이네요.

방통심의위 구성 지연으로 공백 장기화

방송과 통신의 제도적 측면과 함께 정책적 방향을 다루는 것이 방통위라면 내용적 측면을 꼼꼼히 따지는 것은 방송위의 심의부문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합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입니다. 방통위설치법 제18조의 규정대로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에서의 건전한 문화를 창달하며 정보통신의 올바른 이용환경 조성을 위하여 독립적으로 사무를 수행하는" 방통심의위를 두기로 한 것인데 법이 발효된 지 한 달이 넘도록 아직 구성조차 되지 못한 것이지요.

방통심의위는 방송위 구성방식처럼 대통령이 지명하는 3명, 국회의장이 원내교섭단체와 협의해 추천하는 3명, 해당 상임위가 추천하는 3명 등 모두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됩니다. 2주 전 제가 이 글에서 쓴 대로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는 백미숙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윤덕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전문위원(이상 민주당), 김규칠 전 불교방송 사장(한나라당)을 이미 추천했고 대통령 지명 몫으로 양휘부 전 방송위원, 김창곤 한국정보사회진흥원장, 류필계 정통부 정책홍보관리 본부장이, 국회의장 추천 여당 몫으로는 박정호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와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가, 국회의장 추천 야당 몫으로 (정훈 전 한국DMB 회장을 제치고) 엄주웅 전 스카이라이프 고객센터장이 사실상 내정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임채정 국회의장이 자신의 추천권을 주장해 혼선이 빚어지고 있고, 방통심의위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양휘부 전 방송위원도 고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현재 여야가 4ㆍ9총선에 올인하고 있어 국회의장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양당 원내교섭단체와 다시 협의해 심의위원을 추천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언론에서도 방송과 통신 심의의 공백이 길어져 폭력 및 선정성 프로그램이 난무하고 편법 광고 등이 판을 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데, 이쯤으로 정치권이 책임을 느끼고 방통심의위 구성을 서두를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겠지요.

DMB 도입 역설하던 학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가 자본잠식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습니다. 32.76%의 최대주주인 SK텔레콤이 3월 28일 이사회를 열어 550억 원 이내에서 TU미디어에 증자를 하기로 결정한 덕분이지요.

2003년 12월 회사를 설립한 뒤 2005년 개국한 TU미디어는 2006년 12월 가입자 100만을 돌파하며 꾸준히 외형 성장을 이뤄왔으나, 지난해 말 납입자본금 2,681억 원(주식발행초과금 미포함)을 초과한 누적 순손실 2,701억 원을 기록했으며 주식발행초과금을 포함한 납입자본금 2,866억 원마저도 4월 중에 잠식될 상황에 놓여 있었지요.

비록 당기순손실이 2005년 965억 원으로 정점에 이른 뒤 2006년 842억 원, 2007년 748억 원으로 조금씩 줄고 있긴 하나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에는 요원해 보입니다. TU미디어는 올해 초 인력과 예산을 30% 이상 감축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최근 SKT가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뒤 양사의 결합상품 판매 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자체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토로합니다.

이에 따라 방송발전기금 출연, 주파수 할당대가, 전파 사용료와 허가 및 검사수수료 등에 대한 차별 철폐와 함께 공영방송 재송신 의무화, 편성 자율성 보장, 외국인 지분 제한 철폐 및 외국인 지분 제한 완화, 허가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TU미디어가 이대로 주저앉는다면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DMB용 위성 한별을 쏘아올리고 DMB용 콘텐츠를 확보하는 등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갔고, 앞으로도 산간벽지에서의 이동수신이나 통일시대 대비 등 지상파DMB가 해내기 어려운 역할이 많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체 미디어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 사업자의 경영환경이 어렵다고 해서 특단의 조치를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TU미디어도 엄연히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만큼 어디 들어갈 때 마음하고 나올 때 마음하고 다르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겠지요.

그러나 TU미디어로선 억울하다고 여길 만한 대목이 있지요. 지역방송을 비롯한 방송사 노조 등의 반대로 지상파방송 재송신이 이뤄지지 않아 초기 가입자 확보에 엄청난 애로를 겪은 겁니다. 더욱이 2004년 지상파TV 디지털 전송방식에 대한 이른바 '4자 합의'에 따라 지상파DMB를 도입하다보니 선발 사업자로서의 이점을 누리지 못한 채 곧바로 강력한 경쟁사업자를 만나게 되지요.

지상파DMB 역시 경영난을 겪고 있긴 마찬가지입니다만, 올 2월 말 기준으로 가입자 969만2,000명을 기록해 4월 초 1,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상파DMB는 가입자 확보가 쉬운 반면 수신료가 없어 수익모델을 만들기 어렵고, 유료인 위성DMB는 가입자 확대가 쉽지 않지요. 둘 다 어려운 처지에 비슷한 시장을 놓고 경쟁하다보니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겠지요.

사업자가 시장 상황을 잘못 판단했거나 경영에 실패해 낙오한다면 도태되는 게 당연한 이치지요. 그러나 적어도 방송시장은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일반 시장과 다르기 때문에 공적 역할, 산업 기여도, 시청자 권익, 매체간 균형발전, 사회ㆍ문화적 영향 등을 고려해 허가권자가 적절한 정책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어느 방향이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상파DMB와 함께 적어도 활발한 논의와 치밀한 검토는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여겨지는데 공론화가 이뤄질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방송위(이제는 방통위로 공이 넘어왔지요)가 가장 한심해 보이나 사정이 저러니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라 해도, DMB의 도입을 역설하던 학자나 전문가들은 다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연구 프로젝트 주고 세미나 개최할 때는 너도나도 달려들다가 정작 활로를 모색하거나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게 절실해질 때는 뒤로 빠지는 것처럼 보이네요.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에서 제공했습니다.    [이희용 기자의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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