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운을 건 티베트 사태, 하나의 중국 유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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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운을 건 티베트 사태, 하나의 중국 유지될까
  • 정길화 MBC 대외협력팀장
  • 승인 2008.04.0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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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지역에 대한 보조와 우대정책으로 국경과 소수민족 지역의 경제는 신속히 발전하였고 인민들의 생활도 매우 크게 개선되었다. (...) 그러나 부분적으로 일부 지역의 민족분열주의 활동은 아직도 창궐하고 있다. 주요하게는 시쟝(西藏)과 신쟝(新疆) 2개 지역으로 표현된다. 달라이라마 집단은 외국에 망명정부를 수립하여 중국을 ‘분열’하는 외국의 중국 반대세력의 도구가 되었으며 이는 티베트 민족분열주의의 근원이다. 달라이라마는 ‘인권 문제’와 ‘티베트 문제’를 가지고 중국 정부를 공격하고 ‘티베트 문제의 국제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티베트의 독립을 실현하려고 하고 있다....”

이 글은 중국이 건국 50주년을 맞아 향후 중국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지표를 제시한 <당대 세계군사와 중국국방>이라는 책에서 인용한 것이다.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장완니엔(張万年) 상장(上將)이 주필이 되어 편찬한 이 책은 2000년 초 베이징에서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21세기 세계군사와 중국국방>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2002년에 발행되었다. 중국군 고급장교의 학습교재로도 사용된다는 이 책에 기술된 내용은 티베트 문제에 관한 중국의 관점을 잘 알 수 있다. 역병(疫病)에나 어울릴 ‘창궐’이라는 말을 쓴 것이 눈길을 끈다. 

최근 유혈 사태로 얼룩진 티베트 사태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이 책은 잘 보여준다. 군 내부용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당대 세계군사와...>에는 어떻게 해서 티베트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성찰이 전혀 없다. 티베트인들이 왜 중국 체제에 저항하고 분노하는지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없는 것이다.

1950년 초 마오쩌둥은 “시쟝은 인구가 많지 않으나 지정학적인 위치가 중요하니 반드시 점령하여 개조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인민해방군을 투입해 강제 합병했다. 이후 중국은 지속적으로 한족을 이주시켜 장족(藏族)들의 인구비율을 낮추고 상권을 장악하였으며 ‘하나의 중국’을 강요했다. 최근에는 칭장철도를 개통하여 경제적, 사회적 영향력을 강화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58년여에 걸친 억압에 대한 티베트인들의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이다. 국운을 걸고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며 세계의 이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중국의 의표를 찔렀다. 하지만 중국은 티베트도 올림픽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당국은 이번 시위가 한마디로 분열주의자의 배후 조종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중을 미혹시키고 세력화하며 또 민족 분열주의자들이 분규를 일으키도록 종용하고 시쟝의 안정을 파괴하고 있다”는 인민해방군의 입장은 이번 사태에도 일관되게 적용되었다. 자발적 협조인지 당국의 통제인지 중국 언론은 초기 티베트 문제에 침묵하였다. 국제 사회의 따가운 눈총 탓에 나중에는 보도를 하긴 했어도 시위 군중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화면을 주로 내보냈다. 

92%에 달하는 한족(漢族)과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 그러면서도 일사불란한 통제국가를 유지하는 중국으로서는 어느 한 쪽에서라도 분열과 붕괴의 조짐이 발생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 이 광대한 영토와 엄청난 인구를 유지하는 것은 현대 중국 지도자들에게 주어진 제일 중요한 임무다. 역사를 왜곡하고 학문을 동원해서라도 변강(邊疆)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영화 <색, 계>의 파격적인 정사신에 놀라 애꿎은 탕웨이를 출연금지시킨다. 이는 사상과 문화의 변강을 유지하려함이다.

티베트 사태에 세계 각국은 중국의 눈치를 보며 국익을 계산하느라 바쁘다. 처음에는 ‘올림픽 불참’을 말하다 다음에는 ‘개막식 보이코트’로 바뀌었다. 아마도 나중에는 모두 표정관리를 하며 슬며시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챠오(鳥巢 새둥지)’로 몰려올지 모른다. 통합과 분열의 역사를 반복, 순환해온 중국사를 돌이켜 볼 때 중화인민공화국의 봉합(縫合)이 영원 무변할 수는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티베트 사태는 분열의 전조(前兆)일까 아니면 스쳐지나가는 미풍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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