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성희롱 논란 보도, 이대로 좋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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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성희롱 논란 보도, 이대로 좋습니까
[보도비평] 언론 정파성 논란에 대한 지나친 경계, 공정 선거 해치나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8.04.04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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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의 여기자 성희롱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3일 오후 정 후보가 MBC를 찾아 김 모 기자에게 사과를 하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 한 번 공개사과를 함으로써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말 이렇게 끝나도 되는 걸까.

당일 지상파 방송 3사의 저녁 뉴스와 다음 날인 지난 4일 발매된 주요 일간지들은 일제히 해당 사건을 보도했다. 그러나 내용은 매우 축소돼 있었다. 방송사들은 뉴스 시작 10여분이 지난 뒤 12~20번째 소식으로 해당 사건을 다뤘고, 신문들은 3~14면 사이에 원고지 4~5매 분량의 스트레이트 기사만을 내보냈다. 초점도 사건의 경과와 정 후보의 사과 그리고 해명에 맞췄을 뿐, 오락가락 해명 끝에 떠밀리듯 사과를 한 부분 등은 지적하지 않았다.

정 후보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며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될 만큼 뉴스 가치가 큰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다름 아닌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성희롱 논란을 불렀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신문·방송들의 이 같은 보도 태도는 뭔가 석연찮다. 지난 2006년 2월 최연희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동아일보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1면부터 3~5면 사이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심지어 문화일보는 3일자 신문 5면에서 <‘鄭 vs 鄭’ 격전지 동작을의 해프닝>이란 제목으로 해당 사건을 하나의 우발적인 일 혹은 웃음거리로 치부했다.

▲ 3일자 문화일보는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서울 동작을)의 여기자 성희롱 논란을 하나의 해프닝으로 보도했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총선 6일을 앞두고 벌어진 거물급 인사의 민감한 사건이다 보니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까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해당 사건에 대한 세세한 보도가 나갈 경우 이를 정파적으로 해석하는 이들에게 휘둘릴까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정 후보가 공식사과를 하기 전인 3일 오전 해명자료를 내 “왼팔로 김 기자의 어깨를 툭 치는 순간 본의 아니게 얼굴에 손이 닿았다”며 의도하지 않은 접촉인 만큼 성희롱이 아니라고 주장하자, “동영상을 확인하면 정 후보의 말이 사실과 다름을 알 수 있다”고 반박하던 MBC조차 그의 총선 경쟁 상대가 자사 기자 출신이자 지난해 민주당의 대선주자였던 정동영 후보이기 때문에 엉뚱한 해석을 낳을까 우려해 동영상 공개를 망설이지 않았는가.

그러나 언론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가 권력을 감시·비판하는 일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이 같은 태도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일 수밖에 없다. 정당은 공천 심사라는 작업을 통해 함량 미달의 인물을 걸러내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 체가 촘촘하긴 매우 힘든 게 작금의 한국 사회 현실이다. 때문에 언론의 밀도 있는 감시가 더욱 필요하다.

‘상식’이란 이름의 거름망을 사용한다면 이번 사건이 벌어지고 수습되는 일련의 과정들에선 많은 의문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우선 정 후보는 김 모 기자가 그의 뉴타운 공약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뉴타운 추가 지정에 반대하는 입장인데 (정 후보는 약속을 받았다 하고)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여기서 그런 얘긴 하지말자”면서 뺨을 쓰다듬고 톡톡 쳤다. 동작을 지역 총선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그의 거짓말 논란에 대한 기자의 질의에 대한 대답 대신의 행동으론 부적절한 것이다.

더구나 정 후보는 이에 대해 “처음엔 왼팔로 (김 기자의) 어깨를 툭 치는 순간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다. 사과는 하지만 의도성이 없는 만큼 성희롱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MBC를 비롯한 언론계의 항의와 야당으로부터의 공세가 계속되고 동영상 공개 얘기가 흘러나오자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김 모 기자를 찾아가 직접 사과를 했다.

▲ 여기자 성희롱 논란의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며칠 동안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피곤한 상태에서 왼손으로 김 모 기자의 오른쪽 뺨을 건드려 (그가) 모욕감과 수치감을 느끼게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고, 해당 기자도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공식 해명했다. 동아일보 여기자 성추행 사건의 최연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당시 만취로 심신 상실 상태였다는 주장을 내세운 것과 마찬가지 맥락의 해명이다.

그러나 성희롱 여부를 떠나 해명이 번복된 것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없었다. 또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야당과 여성단체가 “악어의 눈물”(통합민주당), “여론에 떠밀린 사과”(전국여성연대) 등의 비판을 던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련의 거짓말 논란과 부적절한 행태에 대한 언론의 지적과 비판, 감시는 공정한 선거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하지만 언론들은 ‘정파성’ 논란에 대한 지나친 경계로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다시 한 번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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