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지 않는 A급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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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예능스타 릴레이 인터뷰] ⑧ 유세윤

유세윤이 ‘닥터피쉬’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로 〈개그콘서트〉에 복귀했다. ‘요상한 가족’ 이후 2~3개월 만에 정식으로 선 무대였다. 관객 한명을 두고 수천 명의 관객이 있는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유세윤의 모습이 더없이 반가웠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랑의 카운슬러’ 이후 ‘큰 웃음’이 아쉬웠던 까닭이다. 그래서 특유의 관찰력과 능청스런 연기가 빛을 발하는 ‘닥터피쉬’는 그간의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하다.

유세윤이 현재 출연중인 프로그램은 5~6편.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와 케이블TV 〈천만원을 지켜라〉, 〈기막힌 외출3〉에 출연 중이며 KBS 〈영화가 좋다〉에선 강유미와 함께 ‘떴다 수다남녀’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애니메이션 〈호튼〉에 목소리 출연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서 피로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이 바쁘냐는 안부에 그는 “안 바쁘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지금을 얼른 즐겨야 한다”는 게 스스로 ‘낙천적’이라고 밝히는 그가 내놓은 대답이다.

유세윤에겐 목표가 없다. “조건 안에서의 자유”를 누리고 싶을 뿐, “바락바락 해서” 성공하고 싶지도 않다. 지금 개그 무대와 버라이어티를 열심히 오가듯이, 시트콤도, 드라마도, 주성치의 영화도, “죽기 전에 한번쯤 해보고 싶은 것들”일뿐이다. 이 모든 것은 그에게 ‘목표’가 아닌 ‘이벤트’다.

-‘닥터피쉬’에 대한 반응이 엄청 뜨겁다.
“내게도 너무 사랑스러운 코너다. 나는 마니아 개그를 좋아한다. 사람들이 다 웃는 건 싫다. ‘닥터피쉬’는 아이돌 가수나 ‘빠순이’ 경험이 있는 친구들을 겨냥했다.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우리가 개그로 표현해주는 거다. 가수들이 우리 코너를 정말 좋아한다. 슈퍼주니어와 DJ DOC의 하늘이 형이 전화해선 너무 재미있다고 하더라.”

-왜 ‘닥터피쉬’인가.
“아무 생각 없이 지은 거다. 팀명을 웃기게 짓고 싶진 않았다. 메탈리카를 ‘개그리카’로 패러디하면 유치하고, 앰뷸런스 같은 이름도 이상하지 않나. ‘닥터피쉬’는 이름 자체는 멋있는데 생각해보면 좀 우습다. 발에 붙은 각질을 뜯어먹고 산다는 게 웃기지 않나. 멋있으면서도 우습고, 그래서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성공적인 복귀란 평이 쏟아졌다.
“화려하게 복귀해야지 마음먹고 복귀한 건 아니다. 나쁜 생각인데, 나 한번 재미있어야지 했다. ‘닥터피쉬’가 1회성 코너였다고 해도 상관없을 거 같다. 그게 더 웃기지 않나. 한번 ‘짠’하고 들어가는 게. 그런데 게시판을 봐도 평가가 반반이라 그다지 성공적인 것 같진 않다. 그동안 어린층이 좋아할 개그는 안 했는데 이번엔 어린 친구들이 좋아해주는 거 같다.”

-유세윤식 개그의 비결은 뭔가.
“강유미 씨를 보면서도 느꼈는데, 관찰력인 것 같다. 또 책을 정말 안 읽는 대신 생각이 많은 편인데, 그것도 도움이 되는 거 같다. 그리고 사람들을 놀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이 웃으니까 따라 웃을 수밖에 없는 거 말이다.

또 실제로 내 안의 모습이 반영되기도 한다. 나도 ‘닥터피쉬’가 그러듯이 대단한 스타처럼 말도 해보고 싶고, 최고의 가수가 되어 노래도 해보고 싶다. 체육경기장에 가득 모인 관객들을 향해 ‘안녕하세요’ 외치고도 싶고. 내가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 그런 개그가 나오는 것 같다.”

-개그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나.
“음… 나르시시즘인 것 같다.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나 자신을 낮게 평가하고 그 결과에 대해 나를 칭찬하는 거다. ‘할 수 있어’ 하고 못하면 자괴감이 크지 않나. 나는 스스로를 굉장히 낮게 평가한 다음, 내 기준보다 잘 했다고 생각되면 ‘세윤이 넌 역시 최고야’라며 칭찬해준다.”

-나름의 평가 기준이 있나.
“스스로의 만족인 것 같다. 주위의 반응도 중요하다. 이번 ‘닥터피쉬’ 코너에 대한 반응은 무척 마음에 든다. 반대 의견이 있다는 게 너무 좋다. 50대 50이란 게.”

-어떤 말이 듣기 좋은가.
“‘유세윤 답다’는 표현이 제일 좋다. 칭찬인가 욕인가 싶지만 좋은 말인 것 같다. 나는 ‘악플’보다 ‘선플’에 신경을 더 많이 쓰는 편이다.(웃음)”

-버라이어티나 인터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계산되지 않은 말을 해야 하니까 사고를 치게 된다. 그래서 가끔 피하고 싶다. 계산되지 않으면, 누군가가 ‘때찌, 그렇게 하는 거 아냐’ 해주지 않으면 나에게 돌아오는 게 너무 크기 때문이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잡아주는 거랑 올라간 뒤에 잡아주는 건 다르다. 무대에 올라간 뒤 ‘때찌’하면 후회를 한다. 인터뷰도 그 중 하나인 것 같다.”

-‘건방짐’이 콘셉트다. 건방진 캐릭터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얻은 게 더 많다. 잃은 게 있다면, 처음 보는 사람이 나를 기가 세게 본다는 정도? 아! 이런 것도 있다. 유세윤이란 사람은 캐릭터가 씌워지지 않았을 때 불분명한 존재다. 그런데 지금은 ‘닥터피쉬’ 캐릭터나 ‘복학생’ 캐릭터 없이 가만히 있어도 건방진 캐릭터가 잡혀 있다. 그게 얻은 것일 수도 있고, 잃은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캐릭터가 씌워졌을 땐 그 캐릭터로 이해되고, 가만히 있을 땐 ‘어떤 사람이지?’하는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이 좋은 것 같다.”

-요즘 무척 바쁘다. 지금 상태에 만족하나.
“그렇다. 방송이 재미있다. 발전에 대해선 남들이 걱정하지 나는 걱정 안 한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열심히 오르겠지, 지금 발전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한다. 바락바락 해서 성공하고 싶진 않다. 유하게 하다가 망하는 것도 웃길 거 같고.”

-언젠가 아무도 찾지 않을까 두렵진 않나.
“두려움보다는 아무도 찾지 않을 때 여가를 즐겨야겠다, 그럴 때 많이 놀아야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렇다. 너무 낙천적이다. 회사에서 생각하는 나의 단점이기도 하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나.
“머릿속에 어떤 그림도 그려져 있지 않다. 시트콤도 해보고 싶고, 가수도 해보고 싶고, 주성치 같은 느낌의 영화감독이든 주인공이든 해보고 싶은 건 많다. 삶에서 뭐가 돼야지 하는 생각보다 이거 해봐야지, 저것도 해봐야지 하며 산다. 인생에 이벤트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목표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 사실 예능인은 정말 자유롭지 않으니까. 아! 목표는 자유다. 나는 주목받지 않는 A급이고 싶다. 주목받는 게 굉장히 부담스럽고 싫다. 나이트에 가도 반만 알아봤으면 좋겠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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