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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의 ‘식코’ 를 보고

 지난 주 큐칼럼 제목이 ‘위기의 PD저널리즘’이었다. 총선 국면에서 PD저널리즘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외부의 우려와 관련한 글이었다. 이번 주 큐칼럼은 그와 반대되는 제목을 달아 본다.

  지난 주말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식코(Sicko)>가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그 동안 <로저와 나>, <볼링 포 콜럼바인>, <화씨 911>을 통해 본 마이클 무어의 역량과 시각을 믿고 다시 한 번 극장을 찾은 사람들은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이클 무어는 여러 편의 다큐를 통해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함으로써 고발 다큐멘터리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줘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료 보험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복잡할 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공공 의료보험제도를 계속할 것인가 민영화할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것을 보다 보면 양측이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민영화된 미국 의료보험제도의 심각한 문제점을 알기 쉽고 매우 설득력 있고 또 흥미 있게 보여 준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이러한 미국식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하는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식코>를 보며 자연스레 한국의 PD저널리즘을 떠 올리게 된다. 지난 1987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 PD저널리즘이 한 역할은 컸다. PD저널리즘은 <광주는 말한다>와 <어머니의 노래>부터 현대사 재조명 프로그램과 황우석 논문 조작 프로그램까지 성역과 금기에 대한 도전을 계속해 왔다. 우리 사회의 고정 관념을 깨고 사회 진보에 큰 기여를 해 온 것이다.

 그런데 지난 번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근래 들어 PD저널리즘의 위기론이 점점 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마이클 무어의 작품은 그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회가 복잡해져 가고 진실이 점점 더 은폐돼 가는 구조 속에서 이러한 다큐멘터리가 더 절실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가 얼마나 흥미진진할 수 있는지를 메이킹과 연출력을 통해 잘 보여준다. 이 영역은 바로 PD저널리즘의 영역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총선을 우려한다. 제대로 된 대의 민주주의 체제라면 국민들의 적극적 투표 참여를 통해 민의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각 당에 대한 정책 검증과 인물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그리고 투표율도 낮을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이 끝나고 앞으로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하지만 이번에 <식코>를 보면서 한국에서 PD저널리즘이 계속 살아 있다면 너무 걱정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다큐멘터리가 다시 말해 PD저널리즘이 여전히 권력과 사회 환경에 대한 강력한 감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식코>는 미국의 주류 방송사 PD가 아닌 독립 프리랜서 감독의 작품이고 민영 상업 방송사들이 주류인 미국 방송 시스템 속에서는 나오기 힘든 작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이라는 풍토 속에서 이런 작품도 나올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공영방송 중심인 한국의 방송시스템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이 아직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희망이 있다. 하지만 또한 불길한 예감도 드는 게 현실이다. 한국에서도 공영방송 채널들이 민영화되면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는 일이 아주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적 풍토에서 한국판 마이클 무어의 출현도 기대 난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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