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과반’ vs ‘거대 여당’… 박근혜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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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정국전망] 한나라 153, 민주당 81, 선진 18, 친박 14, 민노 5, 창조3에 담긴 의미

▲ 9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당선이 확정되자 대구 달성군선거사무소에서 꽃다발과 함께 당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혁
한나라당이 18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민주당을 크게 누르고 과반수 의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국민은 민주당 대신 박근혜 전 대표에게 여당을 견제할 책무를 맡겼다.

9일 실시된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절반보다 3석 많은 153석을 얻어 총선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은 지역구 66석과 비례대표 15석을 합쳐 81석을 얻었고, 자유선진당은 18석, 친박연대 14석, 민주노동당 5석, 창조한국당 3석을 각각 차지했다. 무소속이 25석이다.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 81석(서울 40, 경기 32, 인천 9)을 휩쓸었지만 '텃밭' 영남에서는 68석 중 46석을 얻는 데 그쳤고, 호남·충청·강원을 통틀어 4석을 확보했다.

화려하게 부활한 '친박', 향후 정국의 핵

한나라당은 일단 원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기반을 마련했다.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2/3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것도 '영남정당'의 이미지를 벗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선 이후의 정국 기상도는 여당에 결코 맑다고 할 수 없다.

여당으로서 안정 과반수를 확보한 것은 기뻐할 만 하지만, 153석은 4년 전 열린우리당이 얻은 의석수(152석)보다 불과 1석 많은 것이다. 수도권과 충청·호남에서의 승리로 과반의석을 확보했던 열린우리당이 연이은 재보선 패배로 1년도 안 돼 과반수 정당의 지위에서 물러난 것은 지금의 한나라당에도 시사할 대목이 적지 않다.

▲ 한나라당이 9일 부산 18개 선거구 중 11곳에서만 승리하고 친박 후보와 무소속, 야당 후보에 열세를 보이자 시당 개표상황실에는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조정호
박근혜 전 대표의 '화려한 부활'은 여권 수뇌부를 한층 더 부담스럽게 만드는 '사건'이다.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던 '박근혜계'는 당내 30명, 당외(친박연대+친박무소속) 25명 안팎의 당선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대구(13개 지역구)는 '친박' 당선자가 8명에 이르는 등 영남권 전체에서 '박근혜계' 당선자가 30명에 이른다.

현 정권의 실세 3인방(이재오·이방호·박형준)이 나란히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것도 '박풍'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오 의원은 이 대통령의 은평뉴타운 방문 등 여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음에도 친여 박근혜 지지층의 마음을 돌리지 못해 분루를 삼켰고, 한나라당 공천 작업을 주도했던 이방호 사무총장도 친박 유권자들의 전략 투표로 상대후보에게 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지역 최대의 이변으로 기록되는 박형준 의원의 낙선도 경선 당시 대변인 활동에 대한 친박 유권자들의 '응징'으로 해석된다.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의 '엔진', 줄줄이 낙선

이재오·박승환·윤건영 의원 등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의 '엔진' 역할을 하던 의원들이 줄줄이 낙선한 것도 정부의 대운하 사업에 걸림돌이 될 만 하다.

한나라당은 당·청간의 정무라인을 정비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하겠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친박연대 및 친박무소속 당선자들과의 관계 설정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할 형편이다.

박 전 대표가 이미 이들에 대한 복당을 주장한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어떤 카드를 제시할 지 주목된다.

▲ 제18대 총선 출구조사 발표가 임박한 9일 오후 서울 영등포 통합민주당사 상황실에서 당직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선거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일각에서는 이재오·이방호 라인이 퇴장하며 '친이 온건파(이상득 국회부의장)'가 키를 쥐게 되면 탈당한 친박 세력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지만, 강재섭 대표를 정점으로 한 당 지도부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 불투명한 상태다.

이명박계와 박근혜계가 복당 문제를 시작으로 대운하 등의 현안에서 사사건건 대립하게 되면 여권의 이전투구가 전면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30명으로 추산되는 당내 친박 의원들이 똘똘 뭉치면 한나라당은 친이명박 성향의 무소속 의원 5~10명을 끌어 모아도 국회에서 법안 하나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절름발이 여당'이 된다.

반대로, 양대 계파가 그 동안의 앙금을 털고 국정운영의 대원칙에 합의하게 되면 한나라당은 급속히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친여 무소속들을 모두 합쳐 범보수진영이 개헌선(200석)을 넘긴 것도 향후 권력구도와 관련해 눈여겨볼 대목이다.

민주당 '간판' 대부분 낙선... 새 진용 어떻게 꾸릴까

호남 지역기반을 가진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참패했지만 호남권 석권(25석) 및 충청권(8석)과 강원·제주권(5석)의 선전에 힘입어 82석을 얻었다. 대선 직후의 암울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선전'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부산과 경남에서 각 1석씩 확보한 것도 먼 훗날 전국정당의 기반을 닦은 것으로 긍정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에 전례 없는 대패를 당한 것은 두고두고 아프게 여길 대목이다. 민주당은 '공천 혁명'과 이명박 정부의 인기 하락을 지렛대 삼아 대반격을 시도했지만, 전통적인 지지자들에게도 대안정당으로서의 믿음을 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학규·정동영·김근태·신기남·한명숙·유인태 등 당의 간판들이 대부분 낙선한 상황에서 당의 새로운 진용을 어떻게 꾸릴 지도 걱정이다.

이밖에도 자유선진당은 원내 교섭단체에 육박하는 18석을 얻어 제3당으로 올라섰다. 자유선진당은 대전·충남 16석 중 13석을 석권했지만, 충청권 밖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는 실패했다.

민주노동당은 권영길·강기갑 의원,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대표를 지역구에서 당선시키며 한나라당에 '매운 맛'을 보여줬지만, 각각 5석과 3석에 불과해 활로 모색이 시급하다.

심상정·노회찬 '투톱'이 낙선한 진보신당은 의석을 전혀 얻지 못함으로써 원외에서 '새로운 출발'을 고민하게 됐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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