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과반 18대 국회, 미디어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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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여권 독주로 언론관계법 개악 가능성 높아

한나라당이 4·9 총선에서 153석으로 과반의석을 점했다. 그러나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이 가능한 ‘매직넘버’인 168석을 확보하진 못했다. 야당들이 당·정·청으로 이어지는 여권의 일방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구도는 마련된 것이다.

그럼에도 안심할 순 없다. 본적지인 한나라당으로의 복당을 희망하는 친박연대가 14개 의석을 확보했고 무소속의 친박 당선자들까지 더하면 한나라당이 모든 상임위를 충분히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위한 신문법 개정 등처럼 한나라당이 공언한 언론관계법 제·개정 작업이 순서대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는 이유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 가속도 붙나

한나라당의 수술대 위에 가장 먼저 오르게 될 것으로 예측되는 것은 다름 아닌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위한 신문법·방송법 등의 언론관계법이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자 한나라당이 18대 총선에서 중앙당 차원의 정책공약으로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큰 범위 안에서 신문·방송 겸영의 제한적 허용은 가능하다”며 올해 정기국회 기간 동안 관련 법안의 상정 가능성을 긍정했다.

공영방송 민영화 작업 역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현행 한국방송공사법 대신에 지난 2006년 정병국 의원이 발의한 국가기간방송법을 만들겠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국가기간방송법은 KBS 2TV 민영화의 근거일 뿐 아니라, KBS의 사장 임명과 예산 편성·승인에 국회가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언론계는 이 법이 정치권력의 방송장악 지름길이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이 법안을 발의한 정병국 의원(경기 양평·가평)은 이번 총선에서 3선에 성공했다.

시장주의 미디어 정책 저격수들 대거 탈락

이처럼 언론의 공공성을 위협하게 될 언론 관계법들을 한나라당이 18대 국회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진 반면, 17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시장주의 미디어 정책을 견제하는 ‘저격수’ 역할을 하던 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총선에서 대거 탈락해 언론계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17대 국회에서 언론개혁법을 통과시키는데 역할을 했던 정청래(서울 마포을)·우상호(서울 서대문갑)·노웅래(서울 마포갑) 의원 등이 낙선한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에선 국회 문광위에 몸담았던 의원 중 심재철(안양 동안을), 김충환(서울 강동갑), 이계진(강원도 원주), 정병국(경기 가평·양평), 전여옥(서울 영등포갑) 의원등이 살아남아 18대 국회에서도 같은 상임위에서의 활동을 할 지 여부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한 최구식 의원(경남 진주갑)은 국회 문광위 간사를 지냈다.

민주당에선 17대 국회 하반기 문광위 위원장을 지낸 조배숙 의원(전북 익산시을)과 함께 이광재(강원 태백 영월·평창·정선군)·전병헌(서울 동작갑)·김재윤(제주 서귀포·남제주) 의원 등이 살아남았다.

전직 언론인 출신 당선자들의 성향 ‘오리무중’

▲ 한나라당의 과반 확보로 미디어관계법의 개악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지역구에 출마한 전직 언론인 출신 후보 17명(첫 출마 기준) 중 10명이 당선자 명단에 포함됐다. 김효재(서울 성북을)·진성호(서울 중랑을, 이상 조선일보)·강승규(서울 마포갑, 경향신문)·홍정욱(서울 노원병·전 헤럴드미디어 회장), 허원제(부산진갑)·유정현(서울 중랑갑, 이상 SBS)·김영우(경기 연천·포천, YTN), 신성범(경남 산청·함양·거창)·안형환(서울 금천, 이상 KBS)·김용태(서울 양천을, 중앙일보) 후보 등이다. 반면, 민주당 이름을 걸고 지역구에 출마한 전직 언론인 출신 후보들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언론인 출신 의원들은 상임위 선택 시 ‘친정’의 문제를 다루는 문광위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17대 국회 전반기에도 김재홍(동아일보)·노웅래(MBC)·민병두(문화일보, 이상 열린우리당(현 통합민주당))·고흥길(중앙일보)·최구식(조선일보)·심재철(MBC)·이계진(KBS, 이상 한나라당) 의원 등 7명이 문광위에 둥지를 틀었다. 17대 국회 하반기에도 최구식·박찬숙(KBS)·심재철·전여옥(KBS, 이상 한나라당) 의원 등이 국회 문광위를 선택했다.

문제는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이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전직 언론인으로서의 소신보다는 소속 정당의 기조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실례로 4·9 총선 직전 전국언론노조가 지역구 출마 후보들을 상대로 진행한 미디어 정책 관련 설문조사에서 상당수 언론인 출신 후보들은 응답을 거부했다. 또 응답에 응한 소수의 언론인 출신 후보자들조차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에 대해선 답변을 유보했다.

반면, 무소속의 최구식 당선자의 경우 언론노조의 설문에선 △최시중씨 방통위원장 임명 △공영방송 민영화 △신문·방송 교차소유 허용 등에 대한 질문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문광위 간사를 지냈을 때와는 다소 다른 입장이다.

한편, 언론의 독립성 유지를 위한 방어막 구축을 위해 정계 진출을 결심했다는 최문순 전 MBC 사장과 신낙균 전 문화관광부 장관, 박선숙 전 청와대공보수석(참여정부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위원) 등도 민주당 비례대표로 18대 국회 입성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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