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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의 주간 미디어 리뷰]

   
▲ 이희용 연합뉴스 엔터테인먼트부장
제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권이 기대하고 야권이 우려했던 것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친박연대와 범여권 무소속 당선자, 그리고 비슷한 성향의 자유선진당까지 포함하면 개헌선(200석)에 육박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웠고 보수 진영에서 요구해왔던 신문법 폐지와 신문ㆍ방송 겸영 허용 등에 힘이 실리게 됐습니다(자유선진당은 총선 공약에서 조건부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6월에 원 구성이 마무리되면 신문법과 방송법, 언론중재법 등 미디어 관련법안 개폐 작업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새 정부는 당초 21세기 미디어위원회를 구성해 신문ㆍ방송 겸영과 공영방송 민영화 등에 대한 여론을 수렴한 뒤 미디어 구도 재편작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중을 직-간접적으로 밝혀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진 듯합니다.

21세기 미디어위원회 구성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져 온 박천일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가 대통령 추천 몫의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내정됐고, 여권 주변에서도 "미디어위 구성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흘리고 있습니다. 최근 한 정부 관계자는 "미디어 구도 재편을 위한 논의의 장은 있어야겠지만 꼭 정부 기구로 구성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고 말하더군요.

미디어계 일각에서는 이미 문화체육관광부가 신문법 대체입법을 위한 자료조사와 의견수렴에 나선 것으로 미뤄볼 때 방송법도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정 작업을 주도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 입법 방식을 택하더라도 국회에서 논의가 불가피하고, 한나라당의 공약에 반대하는 통합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등이 별도 법안을 내면 병합심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과정에서 국회 차원의 별도 자문기구가 구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요.

비록 여권이 안정적인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해도 미디어 관련 법안을 날치기 방식으로 밀어붙이면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힘쓸 겁니다(예전 사례를 보면 다른 법안과 주고받으며 여야가 합의 통과시키거나 여야의 묵계 속에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미디어 관련 업무를 국회의 어느 상임위원회가 담당할지도 관심거리입니다. 신문과 뉴스통신, 언론중재위원회, KOBACO, 아리랑TV 등은 문화관광위원회가 맡겠지만 방통위를 누가 맡느냐가 관건이지요.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가 각각 방통위와 교육과학기술부로 흡수됐으니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도 해체될 텐데, 과기정위의 업무를 문광위와 교육위로 나눌지, 문광위에서 방송을 떼어낸 뒤 기존 정보통신부 업무와 합쳐 새로운 상임위가 담당하게 할지 아직 모르지요.

정부 부처를 줄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듯이, 국회에서도 현재의 17개 상임위 가운데 몇 개를 없애면 위원장과 전문위원 등의 자리가 줄어들어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감안하면 과기정위를 없애더라도 이를 대체할 새로운 상임위가 생길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더라도 여성가족위원회처럼 국회의원들이 복수로 소속되는 위원회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예측입니다.

'노무현 코드 뽑기' 재연되나

총선이 끝남에 따라 언론계에서도 정부 산하 기관장이나 공영언론사 사장 등을 겨냥한 이른바 ''코드 인사 물갈이론''이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입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발언으로 대표되는 ''친노'' 기관장 사퇴 요구는 당사자와 야권의 반발, 총선을 앞두고 역풍을 우려한 자제 분위기, 통합의 리더십을 역설한 이석연 법제처장의 쓴소리 등으로 한동안 주춤했으나 이제 상황이 달라진 것이지요.

여권이 국정 주도권을 잡게 된 만큼 산하 기관장을 상대로 한 소위 ''노무현 코드 뽑기''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고, 여권 내부에서도 낙천자와 낙선자에게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겁니다.

따라서 누구를 콕 찍어서 공개적으로 물러날 것을 촉구하는 방식은 아니라 해도,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다르다고 여기는 기관장에게는 강도 높은 감사나 경영평가에 따른 예산 배정 등 유-무형의 퇴진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신문법이나 방송법 등의 개정을 통해 임기를 단축하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겠지요.

이와는 달리 임기가 끝나 ''순리대로'' 교체되는 곳도 있습니다. 위성방송 사업자인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은 3월 26일 주주총회를 열어 서동구 사장 후임으로 KBS 보도국장과 부산방송총국장 등을 지낸 이몽룡 씨를 선임했습니다. 이몽룡 신임 사장은 서동구 전임 사장이 노무현 대통령 후보 언론정책 고문을 지낸 것처럼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방송특보로 활약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도 코드 교체가 이뤄졌습니다. 언론중재위는 인권변호사로 이름난 조준희 위원장의 3년 임기가 끝나자 4월 7일 권성 변호사를 후임 위원장으로 선출했지요.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시절 사법부 추천으로 방송위원을 맡기도 했던 권성 신임 위원장은 한나라당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이 된 뒤 호주제, 행정수도 이전, 간통죄, 성매매특별법 등 민감한 사안 때마다 소신 있는 소수의견을 낸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신문법에 대해서도 김효종 재판관과 함께 가장 많은 위헌 의견을 냈지요. 신문과 방송의 겸영 금지 조항에 대해 겸영의 의미가 명확치 않고 신문 기업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는 이유로 위헌이라고 주장했으며 신문의 경영정보 공개 의무나 신문사의 고충처리인 설치 조항 등도 다른 대다수 재판관과 달리 헌법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정순균 사장과 장명호 사장이 각각 사표를 제출한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와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TV)의 후임 사장은 머지않아 공모절차를 거쳐 선임될 겁니다. 이밖에 8월에 표완수 사장의 임기가 종료되는 YTN 등 공영언론사 후임 사장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보수-진보 논객 대결 이뤄지나

3월 19일 발족한 뉴라이트 방송통신정책센터가 4월 14일 ''이명박 정부의 방송통신정책 대토론회''를 개최합니다. 그런데 토론회 주최 및 후원단체를 정하고 토론자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공동주최사인 여의도클럽은 "우리가 공동주최하기로 한 적이 없다"며 언론사에 문의하는 소동을 빚는가 하면 일부 인사는 항의하며 빠지기도 했다네요.

3월 24일 뉴라이트 방통정책센터가 첫 보도자료를 냈을 때는 토론자 명단이 없었고, 4월 4일 고지한 명단에는 서정수(KT 부사장) 이형희(SKT 전무) 유장근(LG데이콤 부사장) 서영길(TU미디어 사장) 윤영관(여의도클럽 회장) 이원군(KBS 부사장) 강동순(전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강석희(CJ미디어 사장) 오광성(SO협의회 회장) 김경호(기자협회 회장) 진용옥(전 한국통신학회 회장) 정윤식(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이 들어 있었는데, 후원사인 조선일보의 4월 7일자 사고에는 윤영관 여의도클럽 회장과 이원군 KBS 부사장이 빠지고 이남기 SBSi 대표와 변동현 방송비평회장이 포함됐더군요.

뉴라이트 방통정책센터가 공동주최 단체와 토론자 등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개최 취지를 밝히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했거나 내부 인사들 사이의 이견을 조정하지 않은 채 보도자료를 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빚어진 것 아닌가 짐작됩니다. 뉴라이트라는 이름이 지닌 색깔에 부담을 느낀 이들도 있었을 만한데, 공공미디어연구소 출범과 대비해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대결 구도를 부각시키는 식의 일부 보도가 그 부담을 가중시켰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토론회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보수 편으로 분류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지요.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4월 8일 미디어비평 전문 인터넷매체 미디어스에 칼럼을 실어 뉴라이트 방통정책센터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제목은 "Dear 뉴라이트 방송통신정책센터"로 돼 있고 경어체로 정중한 인사를 건네고 있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뉴라이트 방통정책센터의 설립취지문을 정면으로 공박하는 글이었지요. 시민사회와 언론운동 진영 전체를 모독하고 매도하지 말라는 것과 일반 다중이 납득하고 수긍할 만한 원칙을 분명하게 밝혀달라는 것이 요지입니다. 끝으로 다음 토론회에는 자신들도 꼭 초대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 자신들도 좋은 자리를 곧 마련하겠다는 약속으로 글을 맺었지요.

그렇지 않아도 공공미디어연구소는 '좌우의 만남, 그리고 미디어에 대한 시각'이란 제목으로 4월 말 월례 포럼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진보는 진보끼리, 보수는 보수끼리 토론회를 여니까 재미와 관심이 떨어진다는 판단 아래 보수적 시각을 지닌 미디어 단체 관계자와 공공미디어연구소 관계자가 참석해 '18대 총선 이후 미디어 정책의 방향'이란 주제를 놓고 공방을 펼치겠다는 구상이지요. 그런데 초청 대상이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발연)가 될지 뉴라이트 방통정책센터가 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랍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에서 제공했습니다.    [이희용 기자의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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