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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드러낸 ‘뉴라이트 방송통신센터’

  어제 ‘뉴라이트 방송통신정책센터’라는 단체가 주최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통신 정책 대토론회'.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을 꽉 메울 정도로 성황을 이룬 어찌 보면 대단히 성공적인 토론회였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는 정상적인 토론회라기보다는 정치집회라고 하는 게 어울린다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이 토론회가 관심의 대상이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주최 단체가 ‘뉴라이트 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 소속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지난 대선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이번 총선에서도 소속 회원 여러 명을 한나라당 의원으로 당선시킨 정치 단체다. 얼마 전 이 단체의 산하기구로 뉴라이트 방송통신센터가 출범한 것이다. 

어떻게 방송 관련 단체라는 이름을 걸고 이런 정치 단체의 산하기구가 된 것일까 그리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하는 걸까? 사실 많은 방송인들이 의아해 하고 있었다. 게다가 작년 녹취록 파문으로 더 이상 방송인으로서 신뢰를 상실한 강동순 전 방송위원도 1순위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방송’하면 정치적 독립성이 키워드인데, 어떻게 그렇게 정치적 지향성을 드러내는 것일까? 그래서 이번 토론회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토론회에 앞서 상위단체인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수장인 김진홍 의장이 인사말을 통해 이번 토론회와 이를 주최한 단체의 지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문화계와 방송계에 좌파 세력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여론을 그릇되게 이끌고 있다.”, “MBC를 과감히 민영화해야 한다. 정연주 사장 같은 좌파 인물을 퇴출시키고 우파 보수 인물을 사장에 앉혀야 한다.”, “신문 방송 겸영은 허용돼야 한다.” 등등. 

  김의장은 과거 빈민 운동으로 이름난 인물, 바로 그 ‘김진홍 목사’가 아닌가? 어찌 그가 이런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하는 것인가? 과거 우리가 알고 있던 김목사가 한 말로는 믿기지 않는 발언들이다. 그는 왜 ‘좌파’ 운운하며 그렇게 날을 세우는 것인가? 우리 사회에 명실상부한 좌파 세력이 어느 정도나 된다는 것인가? 설사 좌파 세력이 있다 하더라도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 수 있는 이치처럼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좌파도 필요한 존재가 아닌가? 

  이게 종교적 신념에서 나온 발언일까? 진정한 종교이라면 한국현대사에 대해 그렇게 왜곡된 역사관을 갖질 수 없다. 따라서 그가 정치권력을 지향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실 김목사가 근래에 한 발언들을 떠 올려 보면 이번 발언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운하는 하나님의 지시이다. 사람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운하 파는 것을 그만두면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된다.”, “셋방살이 하는 장관이 나라를 다스리면 나라꼴을 셋방살이로 만든다.” …

  이번 토론회는 한 참석자의 말처럼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하위기구인 ‘뉴라이트 방송통신정책센터’가 ‘또하나의 정치권력’으로 보여지다보니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체에서 하는 주장과 여론 수렴 행위가 방송계로부터 신뢰성을 갖기는 어렵다. 이번 토론회가 비난받는 이유다. ‘뉴라이트 방송통신센터’는 그 소속과 구성, 그리고 지향점을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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