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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정책 담당 요직에 SBS 출신인사 포진

이명박 정부에서 미디어 정책을 담당하는 주요 요직에 SBS 출신 인사들이 두텁게 포진돼 이른바 ‘SBS 인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송도균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청와대 김상협 미래비전 비서관, 허원제 18대 국회의원 당선자 등 청와대와 국회를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별로 골고루 포진한 형국이다.

최근 ‘SBS 인맥’이 눈에 띄게 된 계기는 한나라당 추천으로 송도균 전 SBS 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임되면서부터다. 방송통신위원 중 유일한 지상파방송 출신인 송도균 부위원장은 MBC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였지만 SBS로 옮겨 보도국장, 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송 부위원장의 선임 배경을 두고 언론계에서는 규제완화를 표방하는 현 정부의 기본 기조와 민영방송인 SBS의 정책방향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청와대로 직행해 논란이 일었던 김상협 미래비전 비서관도 SBS 기자 출신이다. 김 비서관은 지난 2월까지 SBS 미래부장으로 일했으며 2004년부터 SBS가 주최하는 서울디지털포럼과 미래한국리포트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 지난해 한국방송협회가 주는 한국방송대상 글로벌 디지털부문 ‘올해의 방송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구성된 청와대 미래기획위원회 실무팀인 미래비전추진단 단장으로 내정됐다.

또 청와대에서 방송정책을 담당하는 곽경수 언론2비서관도 SBS 기자 출신이다. 곽 비서관은 약 10년 전 IMF때 SBS를 퇴직해 여행레저 TV 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2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이회창 캠프에서 사회·문화·언론분야 총재 보좌역으로 발탁됐다. 이후 곽 비서관은 이명박 캠프에서 방송전략실 기획총괄팀장, 이명박 당선인 비서실 공보팀을 거쳤다.

방송통신위원회, 청와대와 더불어 국회 'SBS 인맥‘도 눈에 띈다.  대통령직 인수위 기조분과 간사를 맡았던 맹형규 한나라당 의원은 18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에서 탈락됐지만 최근 정무장관격인 특임장관에 거론되고 있다.

MBC 출신으로 1995년부터 SBS에서 프리랜서 MC로 활동한 한선교 의원은 공천에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 18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또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부산진갑 지역구로 금배지를 달게 된 허원제 당선자도 SBS 출신이다. 허 당선자는 1978년 국제신문 기자로 시작해 부산일보, 경향신문, KBS를 거쳐 SBS 정치부장, 비서실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 이사를 역임했다. 허 당선자는 이명박 정부 인수위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SBS 아나운서 공채 3기로 방송에 입문한 방송인 유정현 씨도 서울 중랑갑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유정현 씨는 1999년 프리랜서를 선언했지만 이후 줄곧 SBS를 주요무대로 활동했다.

또 이명박 정부의 핵심 실세들과 SBS 경영진과의 관계도 눈길을 끈다. 최근 차기 KBS 사장 후보 가운데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안국정 SBS 부회장(63년 졸업)은 부산 경남고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은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66년 졸업)과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이들은 서울대 출신 언론인과 정계 인사들의 모임인 ‘관악언론인회’ 회원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18대 국회 당선으로 5선 메달을 획득한 김형오 의원은 PK인맥 중 대표적인 인물로 지난해 대선과 대통령직인수위, 그리고 이번 4·9 총선을 통해 정치적 위상이 한껏 높아졌다. 김 의원은 현재 당 대표와 18대 전반기 국회의장직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또 인수위 경제 1분과 간사로 활동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64년 졸업)과도 경남고 선후배 사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으로 ‘야전 사령관’으로 활동한 김원용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73년 졸업)도 부산 경남고 출신이다. 김 교수는 안국정 부회장과 10살 가량 차이나지만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자문을 맡은 핵심 6인 회의 맴버로 지난 대선 당시 선거전략 등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SBS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언론학자 가운데 미국 텍사스주립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출신 인사들도 ‘SBS 인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한나라당의 미디어 정책수립에 브레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7년 해외연수자로 선정됐던 김도연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서 문학박사를 받은 학자다. 그는 지난해 MBC 민영화를 사실상 전제한, 공영방송만을 따로 관리하는 공영방송위원회(안) 등을 주장한 한나라당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신문·방송·통신 등 전 미디어 산업의 규제완화를 주장해 온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2006년 SBS문화재단 해외연수자로 선정돼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서 1년 동안 방문교수로 머물렀다.

SBS 문화재단 지원을 받진 않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중 텍사스주립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출신 인사도 있다.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으로 임명된 양유석 중앙대 국제대학원장도 역시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앞서 언급한 경남고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6인회 맴버인 김원용 교수도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출신이다. 김 교수는 텍사스대학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 박사학위를 받았다.

SBS 인사들의 폭넓은 인맥관계에 대해 그동안 같은 지상파방송이지만 민영방송인 SBS와의 긴장관계를 유지해온 KBS, MBC는 신경을 쓰는 눈치다. KBS와 MBC는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예고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서 자칫 민영방송 일변도의 미디어 정책들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논란이 예상되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과 민영방송의 소유규제 완화 등 미디어 판도를 바꿀만한 굵직한 정책들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SBS 내부에서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오랫동안 두텁게 유지되어 온 일종의 편견이라며 언짢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KBS와 MBC에 비해 SBS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을 놓고 ‘SBS 인맥’ 으로까지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SBS의 한 관계자는 “SBS 출신의 정계 진출을 SBS 인맥의 확대로 해석해 이를 비판하는 것은 민영방송 SBS에 대한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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