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언론인 차별없는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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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언론인 차별없는 영국
공식기자증 발급 받으면 취재지원·법률자문·보험까지 제공
  • 런던=장정훈 통신원
  • 승인 2008.04.16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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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자유를 먹고 산다. 그래서 방송판은 생각도, 행동도 모두 자유로운 사람들의 신나는 놀이터다”라고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겠지? 그 놀이터에 자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자유만큼의 긴장도 늘 존재하지 않던가? 동전의 양면처럼. 등을 맞대고서 말이다.

▲ 영국의 취재현장

경제적으로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고, 사회변화에도 긍정적으로 이바지해야 한다는 직업적 부담감. 그리고 그런 직업적 소명의식과는 별도로 도처에 널려 있는 수많은 제약들…. (테러와의 전쟁 이후에 영국도 취재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영국의 방송쟁이들은 어떻게 해결하면서 살아갈까? 더구나 둥지 없는 프리랜서라고 하면?

우리나라도 요즘 그렇지만 영국엔 프리랜서들이 정말 많다. 프로그램에 따라서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뭉쳤다 흩어졌다 한다. 엄밀히 말하면 방송판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프리랜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스고 다큐멘터리고 할 것 없이 이동이 많다. 그럼 그들은 어떻게 각종 사건 사고 현장을 누비며 취재를 할 수 있는 언론인으로서의 지위를 부여 받을까?

영국엔 NUJ(National Union of Journalist)와 FSA(Foreign Press Association)라는 단체가 있다. 이 두 단체에서는 신청자가 언론인으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증명서(최근 자신이 제작한 프로그램이나 뉴스, 기사와 함께 방송국 혹은 기타 언론매체의 책임자로부터 자신의 매체를 위해 활동을 하고 있다는 신분 확인서 그리고 몇 가지 제반 서류)를 제출하면 영국 경찰청으로 부터 공식 기자증(Press Card)을 발급 받아 주고, 각 단체의 회원으로써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 영국 프리랜서 언론인에게 발급되는 기자증

기자증을 받으면 공공장소나 공식적인 행사에 기자로서 취재를 보장 받을 수 있고, 두 단체의 회원으로서 취재중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문제에 대한 자문을 받을 수 있다. 경찰 등으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했을 경우 변호사를 선임해 주고, 회원이 활동하는 매체로부터 불편 부당한 대우나 처벌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정당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물론 회원 간 친목도모나 정보교류는 기본이다. 기자, 프로듀서, 방송카메라맨, 사진기자 등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기자증을 발급받고 회원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어느 매체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든 영국에서는 영국 경찰청이 인증한 똑같은 모양의 기자증을 가지고 있다.

FSA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언론인들을 위한 단체다. 외국 언론인이라고 해서 차별은 없다. 한편 언론인 노동조합 BECTU(Broadcasting Entertainment Cinematograph and Theatre Union)는 방송, 연예, 영화, 극장(연극, 뮤지컬 등)의 연합체로 역시 개별적으로 조합원자격을 얻을 수 있다. BECTU에 가입을 하면 월 4만원 정도의 조합원비로 여러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공공책임보험(Public Liability Insurance)을 무료로 제공해 준다는 거다. 영국에서는 박물관이나 공원등 공공장소를 섭외할 경우 촬영중 사고에 대비해 보험을 요구할때가 많다. 이럴 때 언론인 노동조합 BECTU는 큰 힘이다. 조합원에게 5백만 파운드 (약 천억원)짜리 보험을 제공해 주니 말이다.

그밖에도 임금협상, 세금이나 연금문제, 저작권 상담, 사적 혹은 공적 문제에 대한 무료 법률 상담 등을 해준다. 특이한 점은 노동조합이 여러 산업체들과 연계해 조합원들이 가정이나 사무실의 전기 및 가스비를 아낄 수 있도록 해주고, 형편이 어려운 조합원을 위해 저이자 대출을 해주는가 하면 휴가 시 이용할 렌트카나 호텔, 극장값을 할인해 준다는 거다. 그리고 직업을 잃었을 경우 새직장을 찾는데도 도움을 준다.

BECTU는 공영방송 BBC안에 지부를 두고 BBC의 노동조합원까지 아우르고 있다. BECTU와 NUJ, UNITE(일종의 한국노총)는 방송인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조직체로 BBC와 같은 큰 조직과의 협상이나 투쟁에 연합체를 이루어 나선다.

비록 영국의 노동조합이 BBC의 대량 해고 문제 등에 있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그건 힘이 없어서라기보다 명분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무모한 싸움은 하지 않는다, 투쟁만이 능사는 아니다 라는 전략적 문제로 봐야 할 것이다.

▲ 런던=장정훈 통신원/ KBNe-UK 대표, www.kbne.net

프리랜서에게도 똑같이 언론인 혹은 방송인으로서의 지위가 주어지고 평생둥지가 없어도 노동조합의 회원으로 차별 없는 권리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영국의 시스템을 우리도 한번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 누가 누굴 배척하기 보다는 개인도, 단체도 함께하면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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