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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사형제도에 관한 한 비교적 자유롭다. 지난 10년간 단 한 건의 사형도 집행되지 않아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로부터 ‘사실상의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 CNN이 15일 보도한 “중국과 미국이 사형집행에서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다(China, U.S. in top 5 for executions, report says)”는 제목의 기사. 사진제공=CNN

국제사면위원회는 14일 세계 51개 국가의 사형집행 상황을 발표하면서, 만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2007년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의 월등한 사형집행이 이루어진 나라임을 다시 한번 강조해 발표했다. 2006년 이후 중국에서는 사형제도개혁안이 시행되어 2007년에는 사형집행 건수가 최소 470건으로 전년도 1100건과 비교할 때 절반 이상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사형집행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임이 확인됐다는 것이 국제사면위원회의 설명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사형집행에 대한 공식적인 집계가 여전히 ‘국가기밀’중의 하나라면서, 전문가들은 2007년 중국에서 이루어진 사형집행 건수가 사실은 공식적인 집계의 10배가 넘는 6000여 건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형집행이 많이 이루어지는 국가들의 일반적 특징은 사형 대상의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데에 있다. 중국은 마약사범이나 횡령 역시 사형의 대상이 되고 있고, 지난해 377건의 사형이 집행되어 세계 2위를 기록한 이란에서는 13세 어린이에게 사형이 집행됐다. 예멘과 사우디 아라비아도 18세 이하의 미성년자들에게 사형을 집행했다.

세계 51개 국가 중 사형집행 건수 5위는 지난해 42건의 사형을 집행한 미국이 차지했다. 이 역시도 지난 15년간의 통계를 볼 때 최하 수준이지만 미국이 사형집행에 관한 한 소위 ‘Top 5’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인권문제를 비롯해 중국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이 미국인들의 관례화된 정서이다. 최근 미국내적으로 거세게 불은 ‘반 중국상품’ 분위기는 이 같은 반 중국 정서를 한층 부추겼다.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미국에서 며칠이나 생활할 수 있을까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결국은 중국제품 없이 살아갈 수 없다는 허탈함을 미국인들은 깨달아야 했지만, 여전히 인권문제로부터는 중국과의 차별성이 극명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CNN 방송은 15일 이 같은 정서가 현실 그 자체는 아님을 보여주는 보도를 해서 주목을 받았다. CNN은 “중국과 미국이 사형집행에서 세계 5위권을 차지하고 있다(China, U.S. in top 5 for executions, report says)”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세계 사형집행 중국 1위’라는 헤드라인을 고수했는데 말이다. AP통신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이 매년 8000여 건의 사형을 집행하고 있으며, 하루 22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제사면위원회의 이 같은 세계 사형집행보고서 발표시점은 각국에서 벌어진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저지 시위로 티베트 사태가 국제적 관심사가 된 것과 무관치 않은 듯 보인다. 중국의 인권, 환경 문제 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분위기이다.

▲ LA=이국배 통신원/ KBS America 방송팀장

일각에서는 중국의 인구가 세계 2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할 때 470여건의 사형집행이 사실이라면, 세계 사형집행건수의 14%만을 차지하는 수치이기 때문에 비율상 중국이 세계 1위라고 할 수 없다는 변호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 역시 중국의 인권상황을 변호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1위만 아니면 괜찮다는 말인가. 중국과 미국이 모두 사형집행에서 세계 5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CNN의 보도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국제정치적 배경과 최근의 분위기를 모두 함축하고 내린 결론으로 읽힌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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