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끝낸다는 것 자체가 면죄부 될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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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기자들의 눈에 비친 '삼성특검 99일'... "많은 비판 들을 것"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통해 양심고백을 한 이래 6개월 동안 세상을 흔든 삼성 3대 비리 의혹은 17일 오후 2시 특검의 최종수사결과 발표와 함께 일단락 된다. 조준웅 특검팀이 출범한 이래 99일 만이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최종수사결론을 발표하면서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핵심 관련자 10여명을 불구속 기소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금으로 의심했던 전·현직 임원들의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 1300여개와 삼성생명 차명주식에 대해서는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이라는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세포탈 혐의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발행·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발행과 관련해서는 배임·횡령 혐의로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을 기소할 예정이다.

고객의 돈을 빼돌려 1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삼성화재의 황태선 사장, 김승언 전무도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다.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로비 담당 삼성 관계자와 로비 대상자들을 무혐의 처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최종발표까지 2시간 남겨놓은 지금 서울 한남동 특검 기자실에는 200여명의 기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99일 동안 특검팀과 동거해 온 100여명의 기자들의 상당수는 이번 특검의 결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들에게 '99일의 특검'에 대해 물었다.

"특검 결론, 기대에 못 미쳐 비판 많이 받을 것"

<뉴시스>의 배혜림 기자는 "특검이 겉으로는 열심히 한 것 같았지만 결국 삼성의 탄탄한 논리를 뚫지 못했다"고 말했다. 배 기자는 "에버랜드나 삼성SDS와 같은 고소·고발 사건은 기존 검찰의 조사나 법원의 판결로 참고할 만한 자료가 많았는데 정작 핵심인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는 의욕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 대로라면 3조원 이상의 돈이 차명으로 관리됐는데 이 중 일부는 비자금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봤다. 배 기자는 "삼성의 주장처럼 삼성생명의 차명주식은 양도소득세 포탈을 위해 차명으로 관리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주식거래하면서 돈을 불린 점,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한 것과 같은 분식회계를 통한 비자금 조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더 수사하지 않았다"며 특검의 미진한 수사를 비판했다.

또 "특검이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핵심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한 것은 다른 유사한 사건들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중앙일간지의 A 기자는 "e-삼성 수사 결과 발표 때 많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A 기자는 "관련해서 사람도 많이 불러 조사했고, 열심히 하고 있다 믿어달라고 말한 뒤에 전원 무혐의로 처리했다"며 "당시 남겨진 사건들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1층과 2층에서 주로 소환자들과 수사관들을 상대하며 취재를 벌여왔다. 가끔은 아침마다 특검 사무실에서 나오는 쓰레기통을 뒤지기까지 했다. 그는 지난 16일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수사관들로부터 '현재 예상되고 있는 결론과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결국 비판을 많이 받을 것이다. 특검 기간도 길었고 그 결과에 대한 기대치도 상당히 높지 않았나."

"여기서 끝낸다는 자체가 삼성에게 '면죄부' 될 수 있어"

MBC 이용주 기자는 이건희 회장이나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 주요 인물들이 소환될 때마다 기자단의 대표로 나서 무선마이크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삼성 측 관계자들로부터 거친 제지를 받았다. 일례로 지난 11일 이 회장이 두번째로 특검 소환조사를 마치고 귀가 취재 때 삼성 관계자로부터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어쨌든 기자단을 대표해서 나갔고, 국민을 대신해 질문한 것인데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삼성은 기본적으로 겸허한 모습은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또 특검 수사결과에 대해서는 "제기된 의혹에 비해 특검은 제한된 시간과 인력이라는 기본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며 "수사가 미진한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로 넘겨 지속적으로 수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기자는 "결과에 따라서는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한 수사를) 여기서 끝낸다는 자체가 삼성에게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취재하면서 이해하기도 힘들었고, 안타깝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의 조현호 기자도 "특검은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아무 것도 입증하지 못하는 등 '보여주기' 식 수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또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의 경우 브리핑 때 '말하기 곤란하다' '언급할 수 없다'로 일관해 '성역'을 다루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며 "특검 출범 당시 '모든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힌 것에 비해 특검의 수사의지가 부족했다"고 평했다.

더불어 "그동안 수사가 지리멸렬해진 면도 있지만 현장 기자들이 매일 열심히 취재한 결과가 다음날 신문 지면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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