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보도와 인격권, 특히 명예훼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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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보도와 인격권, 특히 명예훼손에 대하여
[시평]
  • 승인 2000.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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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요즈음 우리나라에도 외국에서처럼 방송사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과거 방송 보도가 야기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소송의 급증은 개인의 명예에 대한 국민의 성숙한 의식과 자각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이지만 일부에서는 이러한 명예훼손 소송이 민주주의의 기본이 되는 방송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반론도 제기 된다. 즉, 과거 이른바 언론 권력으로부터 힘이 약한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명예훼손에 대한 많은 법적 제도가, 오늘날에는 방송이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권력층의 비리를 파헤치고 사회 고발적 역할을 다하고자 하는 데에 커다란 장애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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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현재 언론사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에 있어서 일반 서민들이 요구하는 손해 배상금이 천만원대의 비교적 적은 금액인 데 비해, 사회 일부 계층이 요구하는 금액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만일 패소할 경우 방송사의 경영에 많은 지장을 주게 되므로 언론이 사회 지도층의 문제를 다루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될 우려도 존재한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언론 기관만이 아니라 기자나 필자 개인이 언론사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의 공동피고로 연루되어, 패소함으로써 기자 개인이 손해 배상책임을 지게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손해 배상액수의 고액화라는 현상과 더불어 앞으로 우리나라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오게 되지 않을 까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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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또한 사건보도에 있어서 대부분의 경우, 방송보도는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사실여부를 조사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보통, 수사기관의 발표만을 그대로 믿고 다른 특별한 조사나 입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에는 공인 (public figure)인 경우 범죄수사와 관련된 혐의 사실보도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혐의 내용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보도의 전제조건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피의 사실 공표가 허용되지 아니하는 수사 단계에서 공인도 아닌 사람들의 혐의 내용을 실명을 사용하여 보도한 것은 권리 침해이며, 이는 보도 내용이 진실하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라는 판결이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판례를 따를 때, 공인이 아닌 자가 범죄를 저지른 사건에 대해서는 형이 확정될 때까지 방송이나 뉴스는 용의자에 대해 혐의 사실조차도 보도할 수 없다는 문제점에 봉착하게 된다. 또 방송이 유명 통신사나 다른 신문사의 보도를 전재하는 경우에도 보도내용의 사실성 여부에 대해 독자적으로 충분한 조사를 해야만 하도록 되어 있으나 보도의 신속성 때문에 사실상 지키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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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5|언론 자유와 개인의 명예에 대한 권리는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 견제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한편으로 언론의 지나친 권한과 그에 따른 권한의 남용이 문제로 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규제로 인한 언론의 위축과 그에 따른 언론 자유의 제약이 문제 되기도 한다. 즉, 시사 보도에 있어서 방송사 책임의 한계 등을 명확히 하지 않은 현재 상태에서는 명예훼손권에 대한 법체계가 일부 소수 계층에 의해서 가장 잘 사용되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특히 앞에서 밝힌 대로, 손해 배상액의 고액화와 공동 피고로서 기자 개인배상책임 사례의 급증, 또 명예훼손소송에서 사인 (私人)보다 공인이 높은 승소율을 보이고 있는 일련의 현상들을 볼 때, 명예훼손에 대한 우리나라의 현행 법체계가 일부 권력층이나 특권 계층에 의한 방송 길들이기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는 개연성을 보여준다는 점이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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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0|앞으로 방송의 보도 권한 남용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정신적 위자료보상의 확대나 징벌적 배상제도의 제한적 도입과 같은 문제들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신문 및 방송 등 언론기관에 의한 활발한 활동이 궁극적으로 가져다 줄 많은 사회적 이익을 고려해 볼 때, 명예훼손법이 지나치게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은 피해야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앞으로 언론의 활성화와 언론자유보장을 위해, 특히 공익적 목적의 사실보도에 대해서는 미국 등의 선진국 수준으로 과감하게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관련 법체계가 나아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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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5|※ 본 시평의 의견은 연합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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