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교육의 일차적인 책임은 방송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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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교육의 일차적인 책임은 방송사에 있다
[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 ⑥
  • 고승우 박사 (한성대 전 겸임교수)
  • 승인 2008.04.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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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우 박사
TV 는 수많은 매체 가운데 단연 최정상이다. 그 영향력을 압도할 다른 미디어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TV가 컴퓨터와 결합하는 식으로 계속 진화할 경우 그 위세는 더 커지면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TV가 일상생활에서 기여하는 갖가지 혜택은 명백하다. 그래서 TV의 부정적인 측면을 주목해서 아예 TV 안보기 운동을 펼치기도 하지만 그것이 널리 확산되기는 어렵다. TV를 멀리할 수 없다면 그것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노력 하는 것이 실용적이다.

TV의 교육 프로그램, 창의성을 길러주거나 새로운 지식을 알려주는 프로그램 등을 어린이와 청소년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은 TV의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는 노력과 병행해서 이뤄져야 한다. 이미 많은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와 같이 TV가 어린이와 청소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심각하다. 미디어가 미성년자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부모와 자녀를 상대로 한 미디어 교육을 통해 크게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TV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고 국민 세금으로 대처방안을 세우는 정부 부처가 여럿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다. 이들 부처는 제 각각 관련 조직을 통해 자체 예산으로 TV 등 미디어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도 하고 대처방안도 제시한다. 과거 정부에서 존재했던 시스템들이 부처 이름이 달라졌지만 대부분 다 살아남았다.

과거 정부의 경우 어느 부처도 TV 등 영상매체가 미성년자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특효약을 내놓지 못했다. TV를 상대로 정부 부처에서 대책을 내놓는 것은 미디어에 대한 외부 통제로 비춰질 수 있어서 일까? 지난 세월 동안 여러 정부부처에서 TV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조사 연구를 많이 해왔지만 그 대책을 내 놓는데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느 부처도 딱 부러진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 부처에서 TV 방영 물에 대한 문제제기가 언론매체에 대한 외부 간섭으로 비춰질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TV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 기구는 존재하는데 하는 일이 없는 꼴이다. 영상매체가 청소년 비행과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소리가 높아져도 누구 하나 내 책임이요 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관련업무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서 어느 부처가 책임을 떠안는 일도 없었다. 모두의 책임은 결국 어느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식이었다. 무책임한 행정의 표본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새 정부가 특단의 처방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럴 것 같지 않다. 과거 정부처럼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욕먹을 일은 피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 미디어교육의 1차적인 책임은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방송사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TV 미디어 교육은 일차적으로 TV가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하다. TV 방송사 스스로 해야지 외부의 주문을 받는 식이면 부작용이 따를 우려가 있다. 콘텐츠 공급자가 AS도 책임진다는 자세로 임하면 제 격이다. 그러나 우리 TV 방송사들은 아직 이런 발상을 하지 않고 있다. 프로그램 등급제를 지키고 방송 심의 등에 신경 쓸 일을 챙기면 된다는 식이다. 적극적인 책임 의식이 없는 것이다.

TV방송사들의 입장에서는 경영환경이 나날이 험해지는 상황에서 미디어 교육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을 수 있다. TV가 우선 신경을 쓰는 것은 시청률이다. 시청률이 광고수입과 직결되어 있고, 광고 수입은 방송사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방송사는 수입 증대 쪽으로 제작하기 마련이다. 광고 수입이 적어 생존의 위협을 받는데도 공익프로를 지속적으로 생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광고 수입도 올리면서 미디어 교육도 하고 아동 심신 발달에 유익한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공급한다면 최선인데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러나 전혀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단연 세계 정상급이다. TV를 통해 자녀에게 유익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대대적으로 캠페인을 벌인다면 부모들이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TV 방송사에서 최소한도의 책임감과 공익성에 기여한다는 의식만 있다면 미디어 교육에 대한 프로를 방영,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TV 방송사는 매주 시청자들의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과 건의 프로를 방영하고 있다. 이는 매우 건설적이다. 여기에다가 어린이와 청소년 미디어 교육 차원의 내용을 보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TV의 미디어 교육은 각 급 학교에서 정규 과목으로 실시하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의 하나다. 교육계에서는 청소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이의 근본적인 예방책의 하나가 미디어 교육이다. 청소년의 모방심리는 모방범죄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고 모방 욕구를 미디어가 자극하는 일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미디어 방영 물에 대한 속내를 자세히 알려주고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면 청소년 문화가 크게 건전해 질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 교육의 실천 여부는 가정에서 판가름 난다. 그래서 부모와 자녀들을 상대로 한 미디어 교육이 필수적이다. 실생활에서 자녀가 배운 대로 미디어 교육 내용을 실천하느냐의 여부는 부모가 챙겨야 한다. 자녀의 TV시청은 주로 가정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교육을 시킨다 해도 가정에서의 자녀 TV 시청은 부모의 책임에 속한다. TV프로는 매일 바뀌고 그 내용도 다르기 때문에 학교에서 일률적으로 교육시키기는 어렵다. TV시청 현장인 가정에서의 교육이 더 중요하다. 부모가 가정 현장 교사로 나서서 자녀를 지도해야 한다.

미디어 교육은 부모와 자녀가 반드시 머리를 맞대고 해야 한다. 글을 익히기 전후의 연령대에서는 부모 역할이 절대적이다. 아이가 성장하는데 따라 미디어 교육의 내용도 달라진다. 아이들의 판단 능력 등이 성장하면서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자녀의 나이와 관계없이 부모가 자녀에게 설득력 있게 TV 시청 법을 가르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녀와 함께 TV프로에 대해 대화하는 것이다. 이때는 주요한 사항을 꾸준히 기록하고 확인하면서 하는 것이 좋다. 부모가 유치원 입학 전 자녀와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에게 가르치는 방법은 동일하지만 사용하는 언어, 이해를 돕기 위한 사례 등에서 차이를 두면 된다. 즉 TV 프로그램 내용을 대상으로 삼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와 설명 방식으로 시행한다.

부모가 자녀들의 TV 시청 습관이나 그 방식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자녀의 TV 시청이 너무 장시간이거나 특정 프로를 골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프로를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볼 경우 이를 바로잡는 것이 좋다. 신문이나 TV프로 안내책자 등을 통해 자녀가 시청할만한 프로를 선정해 아이와 대화한다. 너무 오래 TV를 시청하거나 손 가는 대로 채널을 돌리는 식의 시청은 부적절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렇게 한 다음 신중하게 선정된 유익한 아동 프로를 시청토록 한다. 이 때 자녀가 다니는 학교 교사가 도와주면 매우 효과적이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개발한 아동의 TV 시청 가이드라인 가운데 일부 우리에게 유익한 것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자녀의 좋은 TV 시청 습관은 어렸을 때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철이 들기 시작할 때 부모의 노력에 의해 그것이 확립될 수 있다.

☀ 자녀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시청하지 않고 특정 프로를 시청할 경우 칭찬해주고 격려해준다. 프로들이 연이어 이어지지 않을 때 TV를 끄고 자녀들과 함께 뜰에 나가 활발히 뛰어노는 것이 좋다.

☀아동들이 주요 배역으로 등장하는 유익한 프로를 시청하는 것이 좋다.

☀TV 시청을 통한 간접 경험보다 동물원, 박물관에서 직접 체험하거나 좋은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이 더 좋다.

☀ 자녀들이 시청을 하면서 의문이 생기지만 그 해답이 주어지지 않는 아동 프로를 시청토록 하는 것이 좋다. 부모와 자녀가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 자녀의 독서와 TV 시청이 균형을 이루도록 부모가 도와준다. 자녀가 TV에서 시청한 프로의 내용을 다룬 책을 부모가 구해 주어 읽도록 한다. 그러면 자녀는 좀 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 자녀가 TV 프로를 다양하게 시청토록 한다. 즉 아동 교육프로, 액션물, 예술과 문학작품 소개 프로, 판타지, 스포츠 프로 등을 균형 있게 시청토록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TV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TV 등 언론매체는 외부의 통제나 간섭에 대해 예민하다는 특성상 정부 부처에서 TV 미디어 교육에 앞장서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런 현실적인 제약은 지금도 존재한다. 따라서 TV 미디어 교육은 TV사가 앞장서야 한다.

스스로 앞장서는 것이 모두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교육계도 어린이와 청소년이 미디어의 긍정적인 측면은 100% 활용하고 부정적인 측면은 예방적 차원에서 대처할 능력을 지니도록 미디어 교육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 그래서 모든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머리를 맞대고 미디어 교육을 실천하는 그 날이 빨리 오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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