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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의 주간 미디어 리뷰]

지난주는 미디어 구도 재편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한 주였습니다. 월요일(4월 14일)에는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와 여의도클럽이 한국통신학회와 조선일보의 후원으로 ''이명박 정부의 방송통신정책 대토론회''를 개최했고, 목요일(17일)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한국언론재단 후원으로 ''여론 다양성 보장을 위한 미디어 정책방향 모색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금요일(18일)에는 한국언론정보학회가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란 제목의 세미나를 마련했지요.

그런가 하면 한국정책방송의 ''생방송 KTV 토론광장''은 ''미디어 환경 개선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란 제목 아래 토론회를 방송했고 ''언론 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은 워크숍을 열어 미디어행동의 전망과 과제를 진단했지요.

뉴라이트방통정책센터의 토론회는 ''대토론회''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그 넓은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좌석을 가득 메우고도 서서 방청하는 사람이 넘쳐날 만큼 성황을 이뤘습니다. 정권이 바뀌었음을 새삼 실감케 하는 생생한 현장이었고, 미디어 정책 변화에 쏠린 관심을 반영하는 무대이기도 했지요.

이 자리에서 환영사에 나선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은 "대통령과 국회가 바뀌었지만 방송ㆍ통신ㆍ문화ㆍ언론 모든 분야에 좌파의 일꾼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아직도 국민 여론을 그릇되게 이끄는 면이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KBS를 꼽았습니다.

그는 노근리 사건을 소재로 한 KBS의 2005년 6ㆍ25 특집방송을 거론한 뒤 "MBC를 민영화해 다공영 1민영 방송체제를 1공영 다민영 체제로 개편하는 한편 과거 좌파 이데올로기 성향으로 방송을 이끌었던 인사들을 과감하게 퇴출하고 신문ㆍ방송 겸영을 허용해 시장경제원리가 통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주최 측이 당초 초청한 최시중 방통위원장 대신 참석한 형태근 방통위원은 축사를 통해 정부 주도에서 시장 주도로 진흥 방식이 바뀌고 있고 규제 완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규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이어 진행된 토론 순서는 토론이라기보다는 업계의 의견을 공개리에 청취하는 마당처럼 여겨졌습니다. 교수 등 일부 참석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체나 소속 업계가 그동안 주장해온 내용을 방통위에 건의하는 것으로 자신의 토론 순서를 대신한 듯한 느낌입니다.

주요 쟁점을 놓고 공방을 벌인 이는 김진홍 상임의장과 마찬가지로 ''1공영 다민영'' 체제로 개편할 것을 주장한 강동순 전 방송위 상임위원과 "정부가 인위적으로 경쟁을 권장하면 소유집중 현상이 일어나 공정성이 결여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성경섭 MBC 논설위원 정도였지요.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선진국의 20년 과제가 일시에 터져 나온 만큼 경쟁의 가속화가 능사가 아니라 규제기관이 강력한 의사결정 능력을 발휘해 제한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면서 △KBS는 수신료 △나머지 지상파방송은 광고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시청료 △융합서비스는 페이퍼뷰 등으로 매체간 돈줄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요금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지요.

저 역시 신문까지 포함해 매체간 돈줄을 분리하면 광고를 둘러싼 소모적 경쟁이 다소 완화되고 콘텐츠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품어왔습니다. 그러려면 수신료를 올리고 신문 구독료도 올려야 할 텐데 그게 잘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언론노조의 토론회 역시 쟁점 공방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이른바 언론개혁 진영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숙의하는 자리에 가까웠습니다. 나름대로 진지한 의견과 다양한 주장이 쏟아지기는 했지만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고 공영방송을 민영화하려는 기도를 막아내야 한다는 쪽에 초점이 맞춰진 듯한 느낌이었지요.

저도 이 자리에 토론자로 참석했는데, 미디어의 공공성이 위협받고 여론 다양성의 토대가 무너지면 지역의 언론과 수용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만큼 지역에서 먼저 나서야 하며 지역 출신 정치인들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박민 전북민언련 정책실장과 민진영 경기민언련 사무국장은 신문-방송 겸영 등이 허용돼 여론 독과점이 심화되면 언론의 서울 집중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고, 지역 언론이 붕괴되면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알릴 기회도 사라진다는 점을 내세워 이들을 설득하자고 제안하더군요.

보수진영이 지역신문발전법에 대해서는 별로 문제삼지 않았다가 그보다 훨씬 독소조항(반대 진영에서 보면 개혁적 조항)이 적은 신문법의 신문발전위원회 규정에 대해서도 위헌임을 주장하고 나선 것을 보면 나름대로 ''효과''가 있겠다고 여겨집니다.

지역의 목소리가 서울에 잘 반영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서울의 매체들이 지역의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비판하기에는 눈치가 보이게 마련이지요. 또한 모든 것이 중앙집권화돼 있지만 국회는 그렇지 않은 데다 인구비례에 비해서도 서울 이외의 지역 국회의원이 더 많고, 이들은 지역 주민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니 시도해볼 만하지요.

KTV의 생방송과 언론정보학회의 세미나에서는 어느 정도 공방이 이뤄졌습니다. 두 토론에는 18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진성호 전 조선일보 기자에 이어 지난해부터 보수신문의 미디어정책 대표 논객으로 부상한 듯한 고종원 조선일보 전략기획실 부실장이 참석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포털 등 뉴미디어의 잠식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른바 조중동의 여론 독과점이란 말은 적절치 않고 ▲사상의 자유 측면에서 언론에 대한 각종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시장 개방을 앞둔 상태에서 글로벌 복합미디어그룹에 대항하려면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등으로 요약됩니다.

미디어행동의 워크숍에서는 그간 언론연대의 틀에서 함께 활동해왔던 시민사회단체와 현업 언론인단체는 물론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의 관계자도 참석해 미디어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저녁식사 시간에는 18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자인 최문순 전 MBC 사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18대 국회에 보수세력이 대거 진출한 것은 물론 통합민주당에서도 개혁세력이 눈에 띄게 위축됐다. 언론개혁 문제에 관해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몇 안된다. 이제는 제도권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외곽의 목소리를 조직화해야 한다"고 말했지요.

IPTV법 시행령과 방송법 시행령의 함수관계

▲ IPTV 시연장면 ⓒKT
방송통신위원회가 16일에 이어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 시행령안을 마련했습니다. 방통위는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5월 초 입법예고한 뒤 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지요. 여기서 수정 보완된 시행령안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쳐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곧바로 시행됩니다.

방통위의 시행령안을 보면 한 부문의 시장 지배력이 다른 부문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IPTV 제공 사업의 회계를 다른 사업과 구분해 정리하도록 하되 사업부문 분리는 강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또 IPTV에 의무 제공하도록 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률 또는 시청점유율 ▲국민적 관심도 ▲공급을 제한받을 경우 다른 사업자와 공정경쟁이 저해될 경우 등을 고려해 방통위가 고시하도록 했습니다.

또다른 쟁점인 망 개방과 관련해서는 망을 보유한 사업자가 망을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필수설비를 ''시장에서 경쟁력이 현저히 저하돼 공정경쟁이 불가능해지는 경우''로 한정했습니다.

방통위는 IPTV 도입에 맞춰 케이블TV 등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기 위해 방송법 시행령 개정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부처 협의가 마무리됨에 따라 입법 예고 등 후속 절차를 조속히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21일 발표했습니다.

이에 앞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1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시장지배적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해서는 IPTV사업 진출시 법인을 분리하도록 하고, 콘텐츠 동등접근 기준과 관련해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일부 국민적 관심 행사에 보편적 시청권을 적용하도록 한 방송법 76조를 준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로그램 의무제공 대상을 넓혀 놓으면 케이블TV의 기득권이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와 함께 규제의 형평성 차원에서 케이블TV에 대한 주요 규제를 우선적으로 풀어줄 것을 요구했지요.

관련업계에서는 몇 가지 쟁점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IPTV법 시행령도 방통위의 안대로 확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번 시행령안에 담긴 쟁점도 큰 줄기는 지난해 말 IPTV법 제정 과정에서 이미 가닥이 잡힌 상태였지요. 따라서 케이블TV의 기자회견을 두고 시행령안을 저지하기보다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무게를 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요.

방송법 시행령 규제 완화 역시 수위에 논란이 있을 뿐 주요 사항에 대해서는 이미 윤곽이 마련된 것이나 다름없지요. IPTV 관련업계에서는 18대 국회가 출범하면 IPTV 모법도 다시 개정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더군요.

이러다가 식당에서 비빔밥을 주문한 뒤 고추장을 더 달라고 했다가 맵다고 밥을 더 달라고 한 뒤 또 고추장을 더 넣는 식으로 규제 완화가 주고받기 식으로 가속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낳고 있습니다. KT의 입장을 반영한 IPTV 시행령을 만들었다가 케이블TV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방송법 시행령의 규제를 완화하고, 그러다보니 지상파나 위성방송, DMB의 건의도 안 들어줄 수 없어 또 풀어주다 보면 결국 IPTV의 규제까지 더 풀어줘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겁니다.

심판을 둘러싼 시비가 가장 심하다는 농구에서 농구인들은 편파 판정보다 보상 판정이 더 나쁘다고 말합니다. 한쪽을 봐주는 판정을 내렸다가 상대방의 불만을 의식해 반대편도 봐주다 보면 판정의 기준마저 없어지고, 양팀 모두 ''항의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손해본다''는 생각에 코트가 아수라장이 된다는 겁니다.
수직적 규제의 틀에서 수평적 규제의 틀로 전환하며 공정경쟁에 관한 잣대를 확실히 세워놓지 못한 채 사업자들의 요구에 끌려가다 보면 목소리 큰 사업자만 이익을 보게 되고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수용자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규제 완화도 좋지만 원칙과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공익성은 물론 경쟁력 강화와 수용자 복지라는 목표도 이뤄내기 어렵겠지요.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에서 제공했습니다.    [이희용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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