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 공영방송, 존재 증명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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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칼럼] 공영방송, 존재 증명을 하라
  • PD저널
  • 승인 2008.04.2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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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 20년 동안 공영방송으로서 큰 기여를 해 왔다. 공적 소유구조를 갖고 있는 대부분의 지상파들은 여론 다양성을 유지하고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는 프로그램으로 공영방송의 역할에 충실하려 노력함으로써 신뢰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땅의 지상파 방송들이 앞으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확신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2/3를 차지하는 보수 세력을 활용해 시장과 산업 논리에 기반한 정책들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거기에는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을 통한 신문 방송 겸영 허용, 공영방송 민영화, 국가기간방송법 추진 등 反공공적 미디어 정책도 포함된다. 이렇게 될 경우 공영방송이 급격히 위축돼 제 역할을 다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방송계와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통해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각종 토론회를 열어 여론을 환기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시민단체들은 지난 20년간 축적돼 온 언론 자유화 및 방송 민주화 운동 경험을 토대로 여권의 밀어붙이기식의 방송 구조 개편에 대해 만만치 않은 저항을 할 것이다. 하지만 역시 힘이 부칠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바로 방송 스스로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지상파라는 큰 자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송을 통해 미디어 정책에 대해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일부에서는 방송의 자기 이기주의로 비춰질 것에 대해 우려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송판 전체 구조를 바꾸는 미디어 정책으로 공영방송의 위상이 바뀌게 될 것이라면 이에 대해서는 제 목소리를 내는 게 당연하다. BBC 프로듀서 가이드라인은 영국의 BBC가 정치적 사안에 대해 자사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단 방송 정책에 대해서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이러한 공영방송의 제 목소리 내기는 바로 방송 저널리즘에 충실해지는 것이다. 방송 저널리즘이란 권력을 감시 비판하고 사회에 내재한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 아닌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앞으로 한국 사회의 공공 영역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시장과 산업 논리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의 경우도 시장 개방 시대에 복합 미디어그룹을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적 보은과 보수 세력의 장기 집권 시나리오가 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방송 저널리즘은 바로 이 지점부터 파고들어야 한다. 의혹이 있다면 추적을 하고 위험성이 있다면 경고해야 한다. 시장과 산업 논리의 허점을 짚어 주고 의료, 교육 등 사회 각 분야에 대한 민영화의 폐해에 대해서도 충실히 점검해야 한다. 최근 개봉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식코(Sicko)처럼 말이다.

특히 방송 분야의 경우 복마전이 예상되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철저히 해부해야 하고, 여야 간 6 : 3의 정파적 구성으로 앞으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현저히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방송통신 심의위원회의 문제점도 지적해야 한다. 또한 조중동 매체의 여론 독점과 그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는 프로그램도 더 나와야 하고 이상한 관변 단체들의 실체를 추적하는 방송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공영방송은 닥쳐오는 위기에 제대로 맞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바로 공영 방송이 한국 사회에서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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