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청 습관을 바로 잡는 것도 미디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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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⑦

▲ 고승우 박사
공부벌레가 되어야 하는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도피처는 TV다. 이는 전문적인 연구에서 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도 흔히 확인된다. 왜 그럴까? 심신이 파김치처럼 지쳐 집에 돌아온 아이들이 가장 쉽게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TV이기 때문이다.

공부로 무거워진 머리를 식히기 위해 TV 화면으로 빨려 들어가기 위해서 해야 하는 노력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 리모컨으로 전원을 켜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면 된다. 몸은 TV 앞의 소파나 거실에 눕힌 채 손가락으로 수십 개가 되는 채널을 돌리면 된다. 눈동자, 귀만 열어놓으면 된다. 영상, 음향과 함께 쏟아지는 ‘브라운 관 속의 현실’을 보고 즐기면서 하루의 피로를 잠시 잊는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컴퓨터나 기타 오락 게임도 즐기겠지만 이들 기기를 작동하는 것은 TV만큼 간단치 않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그날 밀린 공부를 생각하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책과 씨름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TV를 선호한다.

공부에 매달리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그러나 월급은 성적순이다.”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기분 전환과 휴식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TV에 의존하는 것이다.

TV는 학원이나 학교에 가기 이전의 어린이에게도 대단히 매력적인 오락 기구다. 리모컨 작동 법만 익히면 철부지에게 너무 자극적인 영상물과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유치원 가기 이전의 아이들은 대부분의 TV 프로그램들이 전하는 정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어른들이 설명해주지 않으면 더욱 그렇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교육열은 대단하다.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을 당연시 하다 보니 어느 사이에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국가가 되어버렸다. 일단 낳았다 하면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잘 기를 만한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면 하나만 낳고 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부모들이니 자녀의 TV 시청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지난 해 실시된 한 조사에 의하면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방학동안 가장 많이 하는 잔소리는 “TV시청이랑 게임 그만해”인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를 위한 엄마학교 맘스쿨과 영어교육을 위한 부모커뮤니티 쑥쑥닷컴(ww w.suksuk.co.kr)이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약 열흘간 ‘방학기간 가장 많이 하는 잔소리’를 주제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TV 시청과 인터넷(게임) 그만(36%)하라는 잔소리를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884명의 학부모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그 밖의 잔소리는 △숙제(공부) 좀 해라(20%), △방 좀 치우면서 놀아(16%),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16%) 등의 순이었다.

평소에 TV와 가까웠던 자녀들은 방학 기간 동안에도 습관적으로 TV를 가까이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동의 TV시청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은 매우 높다. 혹시 TV시청은 아동 시력을 나쁘게 하지 않을까, 폭력물이나 만화영화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아동의 두뇌 및 언어발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광고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하는 것이 주로 제기되는 부모들의 의문이다. 아래와 같은 사항은 부모가 익혀야 할 TV 시청에 대한 기초적 지식이다.

우선 아동 시력 보호를 위해 TV 시청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 TV화질은 무조건 좋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TV제작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라서 크게 염려할 것은 없다. 그 다음 TV를 놓는 장소다. 책을 읽을 만한 밝기의 실내에 TV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 어두운 곳은 피해야 한다. TV가 놓일 곳의 벽면 등 배경도 살핀다. TV 뒤 배경이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어지러운 무늬가 있는 것은 좋지 않다. 아동이 TV를 시청하는 위치에 신경을 써야 한다. 즉 TV 정면에서 약 1~1.5m 떨어진 곳에서 아동 눈높이에서 시청토록 한다. TV를 측면에서 보거나 아동이 누워서 보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TV 시청 중간 중간에 시선을 다른 곳에 돌려 눈을 쉬게 한다. TV를 계속 응시하는 것은 시력을 나쁘게 한다.

다음은 TV 채널 권을 누가 갖는가 하는 것이다. TV가 흔해지면서 가정에서 TV 채널 선택과 시청 시간을 놓고 다투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나 이런 환경이 아동에게는 심각한 측면이 있다. 아동 프로 시간대가 아니면 아동과 청소년은 흔히 성인용 TV프로를 시청하게 된다. 때로는 아동들에게 유해한 프로도 어른들과 같이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시청한다.

아동을 사랑하는 부모도 무의식적으로 과오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는 TV 시청에서 자녀에게 반드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즉 유해 프로는 시청치 않는다든가 밤늦게 까지 시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만들어 지키는 것이 좋다. 그래야 아동들이 보고 배우게 된다. 부모 모두 직업을 가지고 있어 출근하면서 자녀를 보모에게 맡길 경우 TV 시청에 대해서도 반드시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보모들은 흔히 아이들을 TV앞에 앉혀놓고 아무 프로나 틀어놓거나 비디오를 시청토록 하는 일이 많다.

자녀가 집에서는 부모의 말씀에 따라 합리적인 TV 시청을 한다 해도 친구의 집에 놀러갔을 때가 문제다. 친구의 집에 보호자가 출타중일 때 자기 집에서 부모가 허락하지 않는 프로를 시청할 위험이 높다. 이런 경우 평소 부모로부터 확실한 교육을 받은 아동과 그렇지 않은 아동의 차이가 크다.

불량 TV 프로나 비디오를 시청해서 안 된다는 의식이 확고한 아동은 부모의 감독이 없는 상태에서도 빗나가는 일이 적다. 이럴 때도 부모가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자녀가 외출에서 돌아 온 후 친구의 집에서 무슨 TV를 얼마나 오랫동안 시청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확인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자녀의 TV시청 습관은 좋아지게 된다.

식사와 숙제를 하면서 TV를 보지 않도록 한다. 아동들이 집에서 숙제를 하면서 TV를 켜놓고 시청하는 일이 있는데 이는 피하는 것이 좋다. 아동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숙제와 TV 시청을 별도로 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한다. 숙제를 끝낸 뒤 TV를 시청토록 하는 것이다. 식사 중에 TV를 보는 것도 좋지 않다. TV를 보면서 식사를 하는 것은 여러 가지 단점이 있다. 아동이 과식을 하거나 가족과 대화를 하면서 화목하게 식사하지 않게 되거나, TV에 의존하는 버릇이 생기는 것과 같은 나쁜 점이 있다.
TV 만화, 특히 폭력적인 장면이 많은 것을 과도하게 시청하는 아동은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사례가 많다. 물론 모든 아동이 동일한 것은 아니고 아동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초등학교 학생의 경우 폭력 프로를 많이 시청하면 학교생활에 열의가 부족하다. 부모는 자녀들이 어떤 프로를 얼마나 오래 시청하는지를 파악해서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동들의 TV 시청시간을 적절히 통제하면서 아동과 같이 놀아주면서 TV시청시간을 줄이도록 한다. 그래야 아동이 TV 앞에만 앉아있으려는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많은 TV프로들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심하게 과장하거나 폭력적인 내용을 과다하게 포함시키는 수가 있는데 이것은 아동들을 놀라게 하거나 혼란스럽게 한다. 이럴 때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즉 자녀들에게 TV에서 나온 많은 내용은 현실이 아닌 가공의 것으로 그것을 흉내 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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