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의 꿈을 꾸는 것은 천박한 소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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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PD블로그]이성규의 빨간 구두의 마법에 걸린 PD

돌아오는 금요일(5월2일)이면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신의 아이들>이 첫 상영을 하게 된다. 영화제에 우리의 영화가 걸린게 된것도 고마운 일이건만, 공식경쟁 부문에 올라 흥분된다.

올해 '한국PD대상'에서 <들꽃처럼 두 여자 이야기>로 작품상을 받은 이승준PD가 연출한, 영화 <신의 아이들>. 그동안 공개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한국독립PD협회가 제작사로 나서면서 만든 첫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 내가 맡은 것은 프로듀서 즉 제작자다. 말이좋아 프로듀서지.. 사실 돈만드는 역할이다.

  

없는 살림 탁탁 털어 눈물겹게 만든 영화다. 지금까지 제작비로 들어 간 돈은 꽤 솔찬하게 들어갔다. 네팔 현지에서 자료조사와 기획만 한달이 걸렸고 촬영은 약 100일 정도 소요됐다.

지난 해 <천상고원 무스탕>을 촬영하기 위해 네팔에 있을 때, 촬영 허가 문제로 6주를 카트만두에서 기다려야 했다. 당시 이승준PD는 천상고원 무스탕 촬영팀의 연출스텝이었다. 그러나 촬영이 늘어지면서 일정이 꼬이게 됐고, 무료한 나날만 계속됐다. 

그러던 중, 이승준PD가 이런 말을 내게 했다. "기다리기 영 짜증인데, 우리 그동안 다른 아이템 하나 잡아서 촬영하면 어떨까요?" 그래서 나온 게 이번에 영화제에 걸게 될 <신의 아이들>이다. 나는 무스탕으로 들어갔고 이승준 PD는 카트만두에 남아 네팔의 화장터에서 맑은 눈망울의 아이들을 촬영했다. 


처음엔 방송용으로 시작한 기획이었다. 하지만 방송 보다는 영화 쪽에 거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어 미련한 짓을 한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로 폼을 잡고 싶었다. 영화는 자칫 본전은 커녕 쪽박 차기 딱 좋다. 더군다나 대중들이 그다지 관심도 두지 않는 다큐멘터리는 더더욱 그렇다. 

그동안 이승준 PD가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돈도 안되는 영화 만들자고 꼬시는 내 세치 혀에, 그는 그동안 생활고가 심했다. 방송을 연출하면 그나마 생활비는 벌었을텐데 영화 만든다고 그동안 방송쪽 일도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작업을 하는 동안 무척 행복했다고 한다. 

본인 자신이 하고 싶은 작업이었고 그 전에도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었던 이승준PD였는지라 나로선 그의 뚝심과 심성에 대한 신뢰가 컸다. 

이제 영화가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극장에서 대형스크린으로 상영된다. TV모니터와 분명 다른 느낌일 게다. 관객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여기저기 뒤지면 영화에 대한 소식 하나라도 실린 게 없나 하고 기대를 해보지만, 아무 것도 없다. 아직 상영도 하지 않은 영화에 언론이 관심을 가질리가 없다.

5월 2일 오후 2시 그리고 5월 6일 오후 5시에 전주에 있는 메가박스 5관에서 두 차레에 걸쳐 상영을 하는 <신의 아이들>에서 좋은 반응이 나오길 막연히 기대를 해본다.  그리고 바라건대, 우리의 독립PD들을 비롯해 여의도의 인하우스PD의 관심도 함께 있어주길 희망한다. 전주까지 와서 함께 영화를 보며 격려해준다면 더더욱 좋겠다. 우리는 5월 2일 상영을 보기 위해 전주로 간다. 

영화제가 끝나면 다시 보충 촬영을 하기 위해 이승준PD를 네팔로 보낼 계획이다. 그리고 우리의 영화를 개봉관에 걸 생각이다. 글쎄 이건 미련한 꿈일지도 모른다. 영화 만든다고 내 개인 통장의 잔고는 바싹 말랐다. 

대박의 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그럴듯한 상 하나라도 받고,  올 가을 쯤 개봉했을 때, 한 25개의 개봉관에서 10만명의 관객이 입장하는 꿈을 꾼다.  크크.. 말이 10만명이지 이건 불가능하다. 아니 좋다. 2만명이라도 들어온다면 우리는 펑펑 울지도 모른다. 아! 대박(?)의 꿈을 꾸는 것은 천박한 소망일까?

그동안 우리의 미련하고 무모한 짓에 도와준 동료PD들과 지인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전한다. 

술 사주고 조언과 격려를 늘 아끼지 않았던 최영기 PD, 우리의 독립PD협회장이다. 그리고 옆에서 늘 잔소릴 늘어놓으며 밤참을 챙겨주던 박정남PD, 미련한 우리의 작업에 선듯 나서 온갖 일을 다 맡았던 크릭앤리버의 조동성과장, 그가 없었으면 우리는 전주 국제 영화제에 작품을 낼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편집실과 녹음실을 선듯 내준 콩스튜디오의 송규학PD, 돈 한 푼 안받고 작업실을 내줬다. 네팔주재 한국대사관의 기경석씨를 비롯해 그 관계자들은 번역이며 이런저런 네팔 현지 행정에 나서줬다.  

자원봉사자로 구성과 원고를 써준 이용규 작가, 나중에 대박나면 작곡료 준다는 꼬임에 빠져(?) 엄청난 음악을 만들어 준 민성기 음악 감독. 포스터 디자인을 하고 자비로 인쇄를 맡은 익명의 디자이너. 

무스탕 촬영으로 카트만두에서 촬영해야 할 카메라가 없을 때, 서슴 없이 장비를 내준 엠인포텍의 김수환 사장, 그리고 산악장비를 조건없이 지원한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들(코오롱이 지원 해준 장비는 영화 속에서 단 한 컷도 안나온다. 물론 크레딧에도 없다. 단지 우리의 열정만 보고 지원 해준 것이란다) 정말정말 고마운 이들이다. 그걸 보면 이승준PD와 나는 정말 복 터졌다.  

우리의 다큐멘터리 영화 <신의 아이들>이 대박나서 이 모든 고마운 이들과 함께 한다면 얼마나 우리는 행복할까. 살림살이 쉽지 않은 우리의 '독립PD협회' 통장에 돈을 잔뜩 넣을 수 있게만 된다면, 그래서 협회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게만 된다면  정말 행복해서 펑펑 울 것이다. 

08년 4월 27일(일) 여의도 작업실에서 이성규

PS : 그리고 <신의 아이들>은 올해 6월 프랑스에서 펼쳐지는 유럽 최대의 다큐멘터리 영화 견본시에 출품됩니다. 

 

다큐멘터리 <신의 아이들> 

Film info  Korea,Nepal I 2008 I 90min I HD I Color I Documentary I World Premiere 

▶ Subtitle  - Korean, English

▶ 상영일 1) 2008년 5월 2일 낮 2시 - 전주 메가박스5  (관객과의 대화)

                    2) 2008년 5월 6일 낮 5시 - 전주 메가박스5  

Staff  제작 : 이성규&김은정

                연출 : 이승준

                원고 : 이용규

                음악 : 민성기

                사진 : 이미영

                제공 : 한국독립PD협회

 

 

 

 

▶  영화 속의 장면들  

 

 

 

 

☞이성규 PD 블로그 바로가기 http://www.pdjournal.com/blog/report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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