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헤드, 아동노동착취를 비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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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헤드, 아동노동착취를 비판하다”
[글로벌 미디어] 영국 록밴드 뮤직비디오, 5월 1일부터 MTV 통해 전세계 방영 화제
  • 영국=채석진 통신원
  • 승인 2008.05.05 17: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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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세계적인 얼터너티브 록 밴드인 라디오헤드(Radiohead)가 자신들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노동착취공장(Sweatshop)을 비판했다.

이 뮤직비디오는 라디오헤드가 <레인보우(2007)> 앨범에 수록된 “All I need" 트랙을 MTV에 기증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인신매매와 노동착취를 비난하는 ‘MTV EXIT’ 캠페인의 프로모션을 위해 MTV채널을 통해 지난 5월 1일부터 전세계적으로 방영되기 시작했다.

▲ 라디오헤드의 뮤직비디오 ⓒ유튜브

‘MTV EXIT (End Exploitation and Trafficking)’은 MTV의 브랜드 파워와 방송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젊은이들에게 사회적 이슈를 교육하기 위한 시도로, 노동착취와 인신매매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캠페인이다. 2004년에 유럽에서 시작해서, 2007년부터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까지 확대하여 진행되고 있다.

가디언(Guardian)에 따르면, 라디오헤드는 캐나다 저널리스트인 나오미 클레인(Naomi Klein)의 책 <노 로고(No Logo, 2000)>를 읽고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노 로고>는 브랜드 중심의 소비문화 뒤에 숨은 거대 기업의 생산방식을 비판함으로써 반세계화 운동(anti-globalisation movement)의 매니페스토가 된 책이다.

라디오헤드는 또한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이에 대한 어떠한 금전적인 보상도 받지 않았고 밝혔다. 그들은 앞으로 예정된 북아메리카, 유럽 그리고 아시아 투어를 통해서도 이 캠페인을 확산 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뮤직비디오는 분할 화면을 활용하여, 유복한 서구 아이의 하루와 신발 공장에서 일하는 동양 아이의 하루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한 아이가 아침에 아늑한 침대에서 일어나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반면, 다른 아이는 음침하고 비좁은 바닥에서 일어나 곧바로 공장에서 신발 깔창을 붙인다.

또한 한 아이가 운동장 그늘에서 친구와 도시락을 나눠먹고 한가로이 집으로 갈 때, 다른 아이는 작업장에서 겨우 끼니를 때운 후 다시 깔창 붙이는 작업을 반복한다. 마지막 장면에 한 아이의 침대 아래 놓인 신발과 다른 아이가 만들고 있는 신발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서구 아이의 신발이 동양 아이의 노동을 착취함으로써 만들어진 것임을 암시하며 영상은 끝이 난다.

아쉬운 점은 이 영상물이 대단히 관습적인 ‘동양과 서양’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지구적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서구/비서구 사회 간의 노동착취 관계를 지적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동서양의 이분법적 구도를 사용함으로써 자칫 서구 사회 내에서 존재하는 노동착취가 은폐될 위험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조금 삐딱하게 본다면, MTV의 캠페인은 인권운동을 통해 브랜드 가치는 높이고 실질적인 부담은 피하는 좋은 전략이기도 하다. 머나먼 곳에서 일어나는 큰일을 비판하는 것은 내 이웃의 작은 일을 지적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안전한 일이니까.

영상은 유투브를 통해 볼 수 있다(http://www.youtube.com/watch?v=0WvEDSF9580)
(출처: “Radiohead video condemns sweatshops”, <Guardian> 2008년 4월 30일자.)

영국=채석진 통신원 / 서섹스 대학 미디어문화연구 전공 박사과정, stonyji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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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2010-02-13 20:21:12
진정한 뮤지션이란 늘 사회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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