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돈벌이 방송’만 살찌우는 방통위의 규제완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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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독과점 해소와 매체간 균형발전. 통합방송법 제정이후, 방송 정책당국의 정책기조라고 할 수 있는 키워드들이다. 그리고 이는 방송위에서 방통위로 정책기관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변하지 않는 정책수립의 원칙인 것 같다.

지난 2월 구 방송위에서 초안을 마련하고, 최근 방통위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한 마디로 ‘케이블방송의 규제 완화’가 핵심이다.
대기업 기준을 3조원이상에서 ‘10조원이상’으로 완화한단다. 이는 지상파방송사업,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PP에 대한 소유 및 겸영을 제한하는 대기업의 범위를 대폭 축소한 것이다. 이로 인해, 자산규모 10조 미만인 현대백화점과 태광은 보도 및 종편 채널 승인 신청을 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지역 SO를 소유한 기업 역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역방송을 겸영할 수 있는 근거가 확립됐다.

또한 종합유선방송사업의 겸영 범위가 상당 부분 완화된다. 개정안은 종합유선방송사업 겸영범위를 매출액 기준 33/100 초과 금지와 종합유선방송구역 기준 5분의 1 초과 금지를 가입자 수 기준 3분의 1 초과 금지로 변경키로 했다. 이로 인해 케이블 MSO 사업자가 현행 티브로드, C&M(씨앤엠), CJ케이블, HCN, 큐릭스 등 BIG 5에서 BIG 3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케이블 시장에서 대규모 M&A와 독점력 강화 현상이 불을 보듯 뻔하다.

사실상 가입자 기준 3분의 1은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다. IPTV의 ‘방송권역 3분의 1 시장점유율’ 규제와는 대조적인 모습에서 케이블에 대한 편애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게다가 케이블 방송사의 재허가 기간을 5년으로 완화했고, 채널의 구성과 운용에 있어서도 케이블 방송에 채널수를 축소하는 등 규제 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지상파에 해당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지상파 DMB에 해당하는 부분이 일부 포함되긴 했지만, 지엽적인 문제이며, 실질적으로 그동안 현업과 시민사회 등에서 주장해 왔던 방송시간의 제한, 상대적으로 엄중한 방송심의, 자체제작 비율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외주정책, 특정 장르의 협찬 제한 등에 대한 개정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한동안 제기되었던 MMS, 수신료, 디지털 전환에 대한 논의도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 작업의 취지가 IPTV 등 신규 매체의 도입에 따라 케이블 TV 등의 규제완화를 통한 방송서비스 활성화라고 하더라도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그리고 방송서비스 활성화를 왜 케이블TV 등 유료매체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방송위의 케이블 편애적 시행령안이 그대로 유지되고, 방통위는 이를 곧 입법예고 한다고 하니, 케이블에 대한 방송위의 사랑은 방통위가 되어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신화로 남아있는 것 같다.

그러나 IPTV 등 신규매체의 도입에 따라 가장 우선되어야 할 정책은 지상파 방송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 이유는 지상파 방송이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매체 가운데 거의 유일한 무료 보편적 매체이며, 공공성을 구현할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익을 우선시하는 지상파 방송과 상업 마인드에 기초한 유료 방송을 규제와 진흥 등에서 동일하거나 후순위로 취급하는 것이 그동안 정책당국의 현실적인 지상파 방송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 규제이며 역차별 정책이며, 현 지상파 방송의 위기는 이러한 과정의 총체적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재고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사회의 공공성을 그나마 수호하고 공공 서비스 섹터를 만들어 나가는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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