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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흙과 생명의 작가, 故 박경리 선생 추모식

▲경남 통영에 마련된 故 박경리 선생 추모 글 ⓒPD저널

날씨는 을씨년스러웠다. 통영 바다도 옷깃을 여미고 머리를 조아리며 선생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었다. 해와 별과 달도 그 빛을 잃었다는 추모사는 '박경리'라는 이름만으로 예향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던 통영시민들에게 절절하게 들려왔다.

▲故 박경리 선생을 추모제가 남해안 별신굿 넋맞이 굿으로 시작됐다. ⓒPD저널
"통영은 나의 문학의 모태요, 나를 문학인으로 키운 고향이다.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죽어서 고향 통영 땅에서 묻히길 원했던 故 박경리 선생. 평생을 '자연'과 '생명'에의 주제에 천착하며 살아온 선생은 그렇게 통영의 품에 영원히 잠들었다.

지난 5일 타계한 故 박경리 선생의 추모제가 9일 오전 10시 경남 통영시 중앙동 강구안문화마당에서 외동딸인 김영주 토지문화관장과 사위 김지하 시인이 참석한 채 거행됐다.

이 날 추모제에는 전국에서 모인 문인과 시민 등 30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애도했고, 100여명이 넘는 취재진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날 추모제는 남해안 별신굿의 넋맞이 굿을 시작으로 김태호 경남도지사와 진의장 통영시장의 추모사, 김혜숙 시인의 조시낭독, 선생의 육성 청취 순으로 진행됐다. 통영여성합창단과 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조가가 통영 강구안에 울려퍼지며, 통영의 큰 별이 졌다는 원통함에 슬픔을 애도하는 울음 소리로 가득했다.

추모제가 끝난 오전 11시, 고인의 유해를 모신 꽃상여와 고인의 지인과 문인들이 쓴 200여개의 만장(輓章)행렬이 노제를 위해 강구안을 출발했다. 운구는 소설 <김 약국의 딸들>의 무대가 된 갯문가(현 문화마당)를 지나 서문고개(현 문화동 주유소)를 거쳐 고인의 모교인 통영초등학교로 가는 길 앞에 잠시 멈춰서기도 했다.

▲故 박경리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선생의 통영초등학교 후배 어린이들이 나와 운구행렬을 맞이하고 있다. ⓒPD저널 

통영 초등학교 출신인 고인을 배웅하기 위해 나온 통영초등학교 어린이들은 '통영초등학교를 사랑해 주신 박경리 선배님, 동문들은 영원히 가슴 속에 새깁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 앞에서 3번의 절로 조우했고, 이윽고 헌화분향소가 마련된 충렬사로 향했다.

▲운구 행렬에는 많은 통영시민들이 나와 선생이 가는 길에 명복을 빌었다. ⓒPD저널 

▲이 날 추모식에는 200여개의 만장(輓章)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만장은 죽은 사람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글을 말한다. ⓒPD저널 

▲이 날 추모식을 취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100여명이 넘는 취재진이 취재경쟁을 벌였다. ⓒPD저널 

▲이 날 추모식을 취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100여명이 넘는 취재진이 취재경쟁을 벌였다. ⓒPD저널 

▲추모식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문인과 통영시민 등 3000여명의 인구가 운집했다. ⓒPD저널 

약 1㎞가량을 이동했던 이 날 추모행렬에는 수 많은 통영시민과 학생들이 나와 고인을 애도했으며 시가지 곳곳에도 추모 현수막과 가로기가 내걸렸다.

또 충렬사 광장에서 헌작과 헌화분향 순으로 노제를 가졌고, 낮 12시께 장지인 산양읍 신전리 양지농원으로 출발했다. 선생의 유해는 통영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미륵산 끝자락 독산(獨山)에 안장됐고, 선생이 꿈에 그리던 '토지'(土地)의 품에 안기며 이승과의 작별을 고했다.

▲ 故 박경리 선생 ⓒPD저널
이날 영결식에는 2004년 마산MBC 창사특집 특별대담 '토지완간 10주년 특별대담-작가 박경리'에서 제작한 고인의 육성이 3분 동안 방송돼 유족과 참석자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선생은 "25년간 <토지>를 집필하는 동안 세상으로부터 나를 고립시키는 것이 글 쓰는 일 이상으로 고통스러웠다"며 "작가는 대중에 노출되는 것인 세속적인 것이라 진정한 자유를 원할 때는 외로워져야 하는 멍에를 짊어져야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통영'에서 작곡가 윤이상, 시인 유치환, 극작가 유치진, 시인 김춘수, 화가 전혁림 등 쟁쟁한 문인들이 많은데 대해 선생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전국 각지에 있던 기술자들을 불러 모았고 이들이 사시사철 먹을 것이 풍부하고 온화한 통영에 뿌리를 내린 덕"이라고 밝혀 당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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