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시대와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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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시대와 한국 경제
[시평]
  • 승인 2000.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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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3년전쯤 일본의 경제학자가 쓴 글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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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일본 경제는 산맥형이다. 이 산맥형 구조를 구릉형 구조로 바꾸지 않는 한 일본 경제의 활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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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3년 전 97년은 한국 경제가 imf의 나락으로 처박히기 직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던 때다. 그 때 그 글을 읽으면서 그 일본 학자의 글이 우리 경제에도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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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과연 그 후 2년도 안돼 한국은 대기업 몇 개가 무너지면서 경제 전체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치욕을 감수해야 했다. 그리고 다시 2년여, 우리는 한국 역사상 가장 활기찬 벤처의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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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지금은 코스닥 황제주로 떠오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몇 년 전 무료 이메일 사업을 시작했을 때 그 회사 최고 경영자의 나이는 서른이 안됐다. 직원 수는 10여명. 사람들은 그의 용기를 가상하게 여겼지만 "그게 돈이 되겠느냐"고 걱정을 가장한 회의론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3년여.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무료 인터넷 서비스 한메일은 주당 200만원이 넘는 코스닥 시장을 대표하는 초대형 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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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6|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진보적임을 표방한다. 어떤 가치도, 어떤 변화도 수용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한다. 그러나 기실 사람들은 지극히 보수적이며, 대부분의 경우 신중론을 가장한 회의주의로 빠지기 마련인 듯하다. 벤처기업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도, 언론은 부실한 벤처기업의 뒤안에 카메라를 들이대거나, 몇몇 벤처기업들의 성급한 파티를 가십거리로 올리거나, 아니면 벤처기업들의 치솟는 가치가 실은 별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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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이런 비판들은 사실 정당한 면이 분명히 있다. 몇몇 벤처기업들은 속된 말로 "무늬만" 벤처인 경우가 있으며, 또 몇몇 벤처기업들은 노력에 의한 기업가치 상승보다는 코스닥 시장의 거품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들기도 한다. 반면 "신악이 구악 못지 않다"고 얘기하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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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3|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지금은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기술도 불과 2∼3년 후면 완벽한 상용 제품으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요즘 사업자 선정을 겨냥해 기업들의 물밑 작업이 한창인 차세대 이동전화 imt-2000의 경우도 97년에는 정보통신 담당 기자들 외에는 관심을 가질 아무런 이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imt-2000 상용 서비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고, 증권시장에서도 imt-2000이라는 말만 나오면 관련 주식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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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8|아마도 몇 년 안에 우리는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네트워크의 실체가 랜으로 대변되는 인터넷일 것이라고 단언한다면 너무 성급하다. 그것은 전기선일 수도, 무선일 수도, 위성일 수도 있다. 최근에는 고공을 떠다니는 거대한 기구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지금처럼 메모장 따로, 다이어리 따로, pc 따로, 전자수첩 따로 정보가 관리되는 세상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은 좀 더 많은 일을 네트워크로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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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어찌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나라는 통신수단 구입에 관한 한 세계 첨단을 달린다. 전 세계 어느 곳도 국민의 1/2 가까운 숫자가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지는 않는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전 세계 adsl 장비의 50%가 한국에서 소비된다고도 한다. 여기서 쉬운 것은 통신 과소비요 사치라고 몰아 붙이는 것이지만, 어려운 것은 그런 문화에서 국가의 잠재적 가능성을 읽는 것이다. 인터넷에 관한 한 우리 나라는 아직도 생산국이라기보다는 소비국에 가깝다. 언뜻 생각해 봐도 인터넷은 거의가 외제다. 서버 제품군에서부터 개인용 클라이언트 장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하드웨어 제품은 물론,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요즘 인터넷 매니아들이 매일 붙들고 살다시피 하는 브라우저 자체가 외제가 아니던가. 그러나 아무리 인터넷 때문에 쓰는 돈이 가구 당 10만원에 육박한다고 해도, 10만원을 기꺼이 투자하는 통신 매니아 국민들은 가슴 뿌듯한 새로운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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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8|어쨌든 우리는 그토록 바라던 구릉형 경제로의 한 걸음을 내딛었고, 소망컨대 다시는 저 넓은 들판에 혼자 우뚝 솟아있는 산맥들의 시대로 돌아가지는 않기를 바란다. 다소 감상적으로 과장한다면 작은 것들이 큰 것들을 이기고, 큰 것들이 작은 것의 힘을 알게 되는 시대, 돈만으로는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과장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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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3|※ 본 시평의 의견은 연합회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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