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보도, '슬로우푸드' PD저널리즘 역할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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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연합회, 美쇠고기 보도 관련 토론회 개최..."PD저널리즘 영역 확대가 과제"

“국무총리가 광우병이 전염병이 아니라고 말했다. ‘벌거벗은 임금님’ 얘기가 생각난다.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이 정말 사라질 거라고 보는지, 알면서도 고집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총리의 말을 듣고 미국과 영국, 일본 학자들에게 e메일을 보냈는데, 일본의 학자는 금시초문이라며, ‘광우병이 전염병이 아니라니’하고 놀라더라.”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광우병 보도에 관해 전체 매스미디어의 점수를 매기자면 아직 과락이다.”
“광우병 때문에 지난 2주 동안 받은 정신적 불쾌감에 대해 미국식으로 소송을 걸면 몇 백 불은 받을  수 있을 거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조·중·동을 흔히 보수신문이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칭호를 잘못 붙인 것 같다. 파렴치범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손동우 〈경향신문〉 논설위원

“다행히 우리 사회에는 조·중·동만 있는 게 아니라, 〈PD수첩〉도 있고 〈KBS스페셜〉도 있기 때문에 광우병 문제가 생활 속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효성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논란이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MBC 〈PD수첩〉 방송을 기점으로 촉발된 광우병 논란은 정부와 조·중·동의 “허위사실 유포”, “반미·반이 단체에 의한 선동”이라는 매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름을 부은 듯 더 활활 타오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은 입을 맞춘 듯이 “광우병 괴담” 운운하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힘으로 제압하려 하고 있다. 반면 〈PD수첩〉과 KBS 〈시사기획 쌈〉 등 TV 시사프로그램들은 광우병의 위험성과 협상 과정의 문제점을 적극 폭로하고 있어 PD저널리즘에 대한 기대를 새삼 높이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광우병 언론보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14일 오후 3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열렸다. 한국PD연합회가 주최하고, 한국방송협회·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정보센터가 후원한 이번 토론회엔 언론사, 학계, 의료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참석해 광우병 관련한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올바른 저널리즘을 위해 머리를 모았다.

양승동 PD연합회장에 따르면 토론회에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도 섭외하려고 했으나, 농림부 측에서 〈PD수첩〉 방송과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등을 신청해둔 상태여서 참석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뜻을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 '광우병 언론보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한국PD연합회 주최로 14일 오후 방송회관에서 열렸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조·중·동과 이명박 정부 VS. 한겨레와 경향, 공영방송

이날 ‘위험사회와 광우병, 그리고 언론의 보도 프레임’을 주제로 발제한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매체별 광우병 보도의 특성을 살폈다. 지난달 29일 MBC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폭로한 이후, 광우병 논란은 각 매체에서 어떻게 다뤄졌을까. 이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조·중·동과 〈한겨레〉, 〈경향신문〉이 분명한 차이를 갖고 있다.

조·중·동은 ‘무책임한 선동자TV’, ‘미국 쇠고기 무해’, ‘광우병 통제 가능’, ‘반미 반정부 방송’의 프레임을 광우병 관련 보도에 적용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검역주권 포기’, ‘한국인 광우병 취약’, ‘졸속협상 비판’ 등의 프레임으로 광우병 논란을 보도했다. 이들 신문의 보도 프레임 차이는 지난 8일 열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세미나에 대한 보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9일자 〈조선일보〉는 광우병이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을, 〈동아일보〉는 광우병이 통제 가능하다는 주장을 부각해서 보도한 반면, 같은 날 〈한겨레〉와 〈경향〉은 광우병 증세가 심한 소는 살코기로도 오염될 수 있으며,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는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창현 교수는 “조·중·동과 이명박 정부가 하나의 진영으로, 〈한겨레〉와 〈경향〉, KBS와 MBC 등이 또 하나의 진영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광우병 보도...‘슬로우 푸드’ PD저널리즘의 승리”

KBS, MBC 등 공영방송의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은 어땠을까. 공영방송의 프레임은 ‘미국 쇠고기 유해론’과 ‘검역주권 포기’였다. 이 교수는 “광우병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제고하고, 정부의 쇠고기 수입 조치에 대한 문제점을 하나의 의제로 만들어냈다”며 “방송이 의제형성과 의제설정에 모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 주역은 PD저널리즘이었다. 이 교수는 PD저널리즘을 ‘슬로우 푸드’, ‘된장 저널리즘’에 비유하며 “PD저널리즘을 보여주는 〈PD수첩〉 등은 ‘패스트푸드’와도 같은 일상적 뉴스 보도와 달리 ‘슬로우 푸드’ 프로그램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저널리즘의 한계를 넘어서는데 PD저널리즘의 차별성과 가능성이 있다”며 “PD저널리즘이 기자저널리즘의 빈 영역을 채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PD저널리즘이 시청자들의 관심에 영합하는 한계가 있다”며 “PD들이 때로는 시민들의 구미에 맞는 광우병 문제를 열심히 해야 하지만, 무관심한 영역인 원자력, 기후 온난화 문제 등을 다루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광우병 방송에 대해 박수 쳐줄 때 광우병 외의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그래야 진정으로 박수를 쳐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서적 공동체 만들어 가는 것이 PD저널리즘의 새로운 과제”

이날 발제에서 ‘PD저널리즘 역할과 가능성, 그리고 한계’에 대해 살펴본 원용진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PD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원 교수는 “위험을 늘 감지할 수 있는 정서적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가 PD저널리즘의 또 다른 과제”라고 설명했다.

“PD저널리즘이 인지론을 중심으로 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저널리즘과 동떨어진 형태로 감정에 호소하는 거다. 정서적 공동체에선 감정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이를 일탈된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기존의 저널리즘 가치에 매몰될 필요가 있나. 위험 앞에선 객관적이지 않아도 된다. 객관적으로 위험을 알리면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원 교수는 이어 “지금까지 PD저널리즘이 사회의 위험을 인지시키는 것까진 성공했다”고 말한 뒤, “이제는 어떻게 정서공동체, 불안공동체를 만들 것인가 고민하고, 국민들에게 정서적으로 다가갈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광우병 말고 PD저널리즘이 한 게 있나?”

▲ "일탈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원용진 서강대 신방과 교수(왼쪽)와 "PD들이 통렬한 자기 반성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이강택 KBS PD. 원성윤 기자 socool@
광우병 보도와 PD저널리즘에 대한 호평에 고개를 젓는 이도 있었다. 2006년 〈KBS스페셜〉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을 연출했던 이강택 PD는 “PD저널리즘이 과연 칭찬 받을만한가. 솔직히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격 없다. 그럼 앞으로 그런 기대를 받을만한가. 역시 상당한 의문이 든다. 앞으로 닥칠 일들을 생각하면 PD저널리즘을 어떻게 세워갈지, 조금 과장해서 눈앞이 캄캄하다”고 털어놨다.

이 PD는 전문성의 부재 등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광우병 논란에서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 과학이다. 과학자들 간에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럼 이것을 판단할 능력이 필요하다. 과학자에 준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어떤 분이 곡학아세를 하고 있는지, 옥석을 구분해야 될 것 아닌가.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럴 능력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PD는 “우리가 만드는 프로그램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에 대해 현실적인 영향력 가지는가. 광우병 말고 PD저널리즘이 제대로 한 게 있나”라며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광우병 문제의 핵심은 누가 이런 위험사회, 서구적 근대 패러다임을 조종하는가 하는 문제”라며 “그 실체는 초국적 자본”이라고 꼬집었다.

이 PD는 “시장 근본주의 시대에 PD저널리즘이 바탕에 둬야 할 철학이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묻고 싶다”며 “PD들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공부하고, 제대로 알아야 한다. 알지 못한다면 공부부터 하자”고 말했다.

“과학주의적 패러다임 벗어나야”

▲ "광우병 논란에서 과학주의적 접근을 떨쳐내야 한다"고 주장한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원성윤 기자 socool@
광우병 논란이 지나치게 과학에 기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조·중·동의 입장이나 〈PD수첩〉의 입장 모두 과학주의적 관점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을 근거로 여러 나라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기준을 정한다면 EU나 일본이나 왜 다 다르겠나. 과학만을 결정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는 거다. 간단히 말하면 집단 내의 구성원들의 의식, 안전에 대한 의식과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그것들이다. 과학적인 사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반응하는가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우 교수는 “일반 구성원들이 위험에 대한 느낌을 어느 정도 가지냐에 따라서 그 사회의 정책이 정해져야 한다. 과학적으로만 정해지는 게 아니고 국제 기준에 의해 정해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과학과 일반인의 소통 고리가 이번 광우병 통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또 OIE 기준에 대한 정부의 무한한 신뢰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OIE는 WTO 산하에 있는 교역에 관계된 기구다. 동물이나 부산물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룰 뿐이지, 과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 특정위험물질(SRM)에 대해 분석하는 기구가 아니”라며 “따라서 각 나라의 문화나 위험에 대한 감각 등을 고려해 그 나라에 맞는 조건을 적용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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