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통위, 李정부 ‘방탄위원회’ 역할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사 파행, 부실 정책 발표 등 ‘관리’ 능력 부재 드러나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이명박 대통령을 위한 ‘방탄 위원회’ 역할을 계속하고 있어 논란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통위 설치법)이 정치적 중립을 의무로 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이 이에 아랑곳 않고 다분히 정치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12일 김금수 KBS 이사장을 만나 미국산 쇠고기 파문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물러나지 않는 정연주 사장에게 있다며 사실상 이사회가 나서 정 사장의 퇴진을 압박할 것으로 주문했다. (인터넷 PD저널 5월15일 보도)

이는 방통위 설치법 제1조(목적)와 제3조(위원회의 설치) 6항 ‘이 법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하여…’ 등을 위반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방통위원장 취임 이틀 후인 지난 3월 27일에도 김금수 이사장을 만나 정 사장을 교체하는데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PD저널 제553호 보도)

최 위원장은 또 지난 6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쇠고기 협상의 경우 언론홍보나 대응이 미흡했다. 방통심의위가 곧 활동을 시작하게 되지만 사후 심의가 아닌 사전에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정홍보에 개입하는 발언을 했다. 방통위 설치법 제9조(겸직금지 등) 2항이 ‘위원은 정치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 것을 위반한 것이다.

그밖에도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결정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방통위의 한 사무관이 지난 3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댓글 삭제를 요청한 사실이 나흘 뒤에 알려지면서 방통위의 정치적 행보는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댓글 삭제 요청 등은 방통심의위 소관으로 방통위 설치법 제11조(위원회의 소관사무)가 정한 방통위의 역할을 넘어선 것이다.

출범 60일 되도록 인사 문제도 매듭짓지 못해

방통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위한 ‘방탄’ 역할에 앞장서며 정작 내부 인사와 같은 최우선 현안은 출범 56일(5월20일 기준)이 지나도록 매듭짓지 못하는 등 관리 능력의 ‘부재’를 드러내는 것도 문제다.

최 위원장은 지난 3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방통위의 시급한 현안으로 구 방송위원회와 구 정보통신부의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꼽았다. 그러나 두 집단 결합의 가늠대라 할 수 있는 인사 문제를 최 위원장은 방통위 출범 두 달이 가까워 오도록 매듭짓지 못했다. 방통위 정책·예산·조직 등의 업무를 종합적으로 관장할 기획조정실장 자리가 여태 공석인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례없는 인사 난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최 위원장의 측근이 대변인, 비서실장, 정책보좌관 등에 내정됐다는 얘기도 방통위 안팎에서 속속 흘러나오고 있다.

방통위가 발표하는 정책들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규 영어 라디오방송(FM) 허가 계획이다.

방통위는 지난 2일 지방자치단체에 사업권을 주는 신규 영어FM을 허가키로 결정했는데, 이는 이미 아리랑국제방송이 담당하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를 추진할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낭비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지방자치단체장 대부분이 특정 정당 소속인 상황인데 이들에게 사업권을 주는 것은 방송 독립성과 관련해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문제제기다.

방통위원장의 잇단 정치적 행보와 관리 능력 부재 및 정책 부실 논란과 관련해 언론계 안팎의 반응은 “그럴 줄 알았다”는 쪽이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사활을 걸고 ‘멘토’ 역할을 자임해 왔던 이가 아무리 정치적 중립을 약속한다 한들 지켜질 수 있겠으며, 애초부터 방송 관련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한 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는 “방송독립을 몸으로 지키겠다던 이가 오히려 몸을 바쳐 방송독립을 파괴하고, 방송을 대통령 입맛에 맞추기 위한 망동을 서슴지 않고 있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최 위원장의 사퇴만이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