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제작기]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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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제작기]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광주MBC ‘5·18 특집다큐 2부작 인권’
  • 광주MBC TV제작국 박병규·백재훈 PD
  • 승인 2008.05.21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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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해마다 5·18 특집을 기획하는 우리에게 일종의 마지노선과 같은 문장이다. 사람들은 이제 지겹다고도 하고, 뭐 다른 거 없냐고도 묻는다. 그럴 때마다 ‘기억의 역사’는 우리의 마음을 견고하게 잡아주는 동력이며,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그날의 저항 정신과 대동 세상을 꿈꾸던 민중의 염원은 아직까지 유효하다. 또한 그날의 학살자들이 아직 오월 민주영령들 앞에 무릎을 꿇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분명히 기억해야할 사실이다.

28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그날의 기억을 특별하게 간직하며 공유하고 있는 이웃들을 찾아갔다. 태국의 인권운동가 앙카나 닐라파이짓과 인도네시아 빈민운동가 와르다 하피즈가 그 주인공이다. 이 두 여성 인권 운동가는 2005년과 2006년의 ‘광주 인권상’ 수상자다. 하지만 이들에게 광주는 인권상 수상을 넘어서는 특별한 의미의 도시다. 나라 안에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광주는 잊혀져가는 향수의 도시이지만, 나라 밖 이들에게 광주는 하나의 지향점이며 연대의 도시다.

그들은 지금 자신의 나라에서 국가 폭력과 인권 유린에 맞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그 투쟁의 의미를 알아주고 격려해준 것은 그들이 동경하는 민주의 도시 광주였다. 그들은 먼 길을 찾아온 우리에게 강한 신뢰와 지지를 보여줬다. 국가 폭력에 신음하는 태국 남부의 사람들, 개발 독재와 신자유주의의 그늘에서 소외되는 빈민들, 그리고 그들과의 공존을 꿈꾸며 그들과 함께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숨 가쁜 저항과 투쟁의 이야기가 광주MBC 〈5·18 특집 2부작, 인권〉속에 담겨있다.

1부 〈앙카나의 충격 보고서, 국가폭력〉은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수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국가 폭력의 실상과 잔혹성을 앙카나 닐라파이짓을 통해 고발한다. 태국 남부는 정권으로부터 차별받는 이슬람 지역이다. 차별은 저항을 촉발했다. 그러나 시위에 모인 시민들에게 진압군들은 무차별적인 발포로 대응했다. 불법구금, 고문, 민간인 학살이 이어졌다. 이 땅에서의 폭력은 철저히 은폐됐고, 정권은 이곳을 완전히 고립시켰다. 미디어는 남부의 이슬람 지역을 위험한 땅, 위험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낙인찍었다.

2부 〈와르다의 희망 보고서, 빈민을 위한 투쟁〉은 강제 철거와 이주로 소외받는 도시빈민들을 위해 싸우고 있는 인도네시아 빈민 운동가 와르다 하피즈의 이야기다. 32년 동안의 수하르토 철권통치는 인도네시아 사회를 극단적인 양극화의 사회로 몰고 간 시기였다. 농촌은 붕괴됐고 도시빈민을 늘어갔다. 권력과 도시는 그들이 임의로 세운 계획에 따라 도시를 개발했고, 공권력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서민들의 집을 부수고 쫓아냈다. 전기, 수도, 보건, 교육 등의 공공분야 민영화로 물가는 치솟아 올랐고, 서민들의 삶은 나락으로 빠졌다.

앙카나는 이슬람 인권 운동을 하다가 실종된 인권 변호사 솜차이 닐라파이짓의 아내다. 남편의 죽음은 아내를 투사로 만들었다. 억압하고 고립시키고 낙인찍는 잔악한 권력의 모습은 씁쓸하게도 우리의 아픈 기억과도 닮아있다. 철학이 없는 개발과 성장의 후유증은 인도네시아를 빈민의 나라로 만들었다. 와르다는 빈민들에게 ‘당신들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 권리를 위해 함께 싸울 수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고 또한 일러준다. 

▲ 광주MBC TV제작국 박병규

▲ 광주MBC TV제작국 백재훈 PD
앙카나를 살게 하고, 싸우게 하는 힘은 남편에 대한 기억이다. 와르다에게 희망은 빈민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공동체이며, 그를 통해 싸울 수 있는 힘을 키워가는 것이다. 앙카나와 와르다가 들려주는 이웃 나라의 이야기는 그들의 삶 속에서 건져 올린 투쟁과 저항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들을 통해서 우리는 다시 오월 광주의 의미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정의를 새겨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도 아직 싸워야할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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