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가 두 번 죽인 왕년의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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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가 두 번 죽인 왕년의 스타
  •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 승인 2008.05.2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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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9일 파스칼 세브랑(Pascal Sevran)이란 은퇴한 프랑스의 방송인이 생을 마감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과 각계각층 유명인사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었으며 그의 장례식은 많은 프랑스인들의 애도 속에 치러졌다.

1945년 파리에서 태어난 세브랑은 사회자, 프로그램 제작자, 가수, 작사가 및 작가로서 다방면에서 성공을 거둔 인물이었다. 특히 그는 <노래에의 기회>(La chance aux chansons)란 프로그램을 1984년부터 2000년까지 17년 동안이나 진행한 사회자로 많은 프랑스인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세브랑은 2007년 당시 진행하던 음악프로그램들을 끝내면서 자신이 투병중임을 밝히고 은퇴를 선언했다. 결국 그는 폐암으로 62세의 화려했던 삶을 끝냈다.

그런데 이 원로스타의 죽음을 전하며 몇몇 미디어들은 이런 코멘트를 달았다. “이번엔 그가 진짜로 죽었다”. 그가 정말로 죽었음을 강조한 것은 지난 달 있었던 오보 때문이다. 라디오 방송인 유럽1(Europe 1)은 지난 달 21일, 저녁 7시 에 방송된 뉴스에서 파스칼 세브랑의 사망소식을 전했다. 이 방송은 세브랑의 사망시각이 14시였다고 구체적으로 보도하기까지 했다. 이어서 인터넷 개방사전인 위키피디아(Wikipedia)에 세브랑이 죽은 것으로 그의 약력이 수정되었고 몇몇 사이트를 통해 그가 죽었다는 소식이 퍼져 나갔다.

오보의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공중파 채널 프랑스 2(France2)였다. 저녁 7시 10분 프랑스 2에서 당시 생방송 중이던 토론 프로그램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On n’a pas tout dit)에서 진행자 로랑 뤼퀴에(Laurent Ruquier)는 방송도중 세브랑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이어 출연자들이 차례로 세브랑의 죽음에 유감을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역시 유럽1의 뉴스를 믿었던 케이블 종합 채널 디렉트 8(Direct 8)에서도 세브랑의 죽음을 전하며 애도를 표명했다.

하지만 다행히 세브랑은 30분후 부활하게 된다. 7시 30분, 프랑스 텔레비전의 공식 논평을 통해 세브랑이 가족들과 함께 있음이 확인되었던 것이다. 유럽 1을 비롯해 오보를 낸 방송사들은 30여분 만에 자신들의 뉴스를 정정해야만 했다. 4월 22일자 르 파리지앙(Le Parisien)에 따르면, 뤼퀴에는 “라디오 방송의 뉴스가 속보로 전달되었고 나는 당연히 그것을 믿었다”라며 자신이 꼼꼼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세브랑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정말 큰 잘못일 것이다”라는 말로 미안함을 표했다. 이 신문은 디렉트 8의 프로그램 사회자 자크 프라델(Jacques Pradel)의 사과도 소개했는데, 그는 “세브랑이 일했던 방송인 프랑스 2가 사망소식을 전한만큼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럽 1은 세브랑의 사망 정보를 입수하고 확인을 위해 가족들과의 접촉을 시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입수한 정보가 신뢰할 만하다고 믿은 채 방송에 내보냈던 것이다. 5월 7일자 리베라시옹(Liberation)지는 이 과정에서 장-피에르 엘카박(Jean-Pierre Elkabbach) 사장이 직접  세브랑의 죽음을 방송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5월 6일자 누벨옵세르바퉤르 인터넷판에서는 유럽 1 소속 익명의 기자가 방송사고 다음날인 4월 20일 엘카박 사장이 임원단 회의를 소집해 ‘집단적인’ 실수였음을 강조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즉 엘카박 사장이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발생한 방송사고의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엘카박 사장이 집단적인 실수였음을 강조하는 것은 비슷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 프랑스=표광민 통신원/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정치학 석사과정

2004년, 알랭 쥐페(Alain Juppe)라는 정치인이 은퇴했다고 방송 오보를 낸 프랑스 2의 경우, 대표이사이던 올리비에 모제롤레(Olivier Mazerolles)가 사임했었다. 엘카박 사장에 대한 방송위원회의 조사는 아직 진행중이다.  우리의 경우 가수 나훈아 사건과 같이 언론사의 잘못된 보도행태로 누군가의 인권이 침해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럴 때 신문과 방송은 언론의 자유를 악용하고는 한다. 잘못된 정보에 방송사 대표가 책임을 지는 프랑스의 모습이 부러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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