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사장 ‘찍어내기’에 감사원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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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클리핑]방통위 출범 두 달 만에 ‘삐걱’

감사원이 다음달 KBS에 대해 특별감사를 시행키로 해 ‘표적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적자 경영, 부당 인사 등 감사 청구 이유는 구실일 뿐, 사실상 정연주 사장 교체를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2일자 주요 일간지들은 KBS 감사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스트레이트 처리했고, <동아일보>는 감사원의 방침에 기름을 붙는 사설까지 썼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표적감사’라는데 방점을 찍었고, <한국일보>는 방만 경영이 드러날 경우 정연주 사장이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음은 22일자 주요일간지의 1,2면에 실린 KBS 감사 관련 보도 제목이다.

<경향> KBS 4년 만에 특감 ‘정연주 표적감사’ 논란
<동아> 감사원, 내달 부실경영-인사권 남용 특감
<조선> ‘KBS 적자 경영’ 특별감사
<중앙> “부실 경영, 인사권 남용” KBS 4년만에 특별감사
<한겨레> 정권 표적 KBS ‘표적감사’
<한국> KBS 내달 특별감사 받는다

<경향>과 <한겨레>가 ‘표적감사’라는 표현을 제목 전반에 드러낸 반면, <조선>, <중앙>, <동아>는 ‘부실경영’, ‘인사권 남용’ 등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 시민단체들의 감사 청구 이유를 그대로 제목에 사용했다.

<조선>은 기사 본문에서도 “KBS 경영 중 가장 큰 문제는 수년간의 적자 행진이다. KBS는 2004년 638억원, 2006년 132억원, 2007년 310억원의 적자를 냈다. 2005년 20억원 흑자를 냈지만 영업을 잘해서가 아니라 법인세를 환급 받아 생긴 ‘무늬만 흑자’였다. 올해도 439억원의 적자 예산이 편성됐다”고 비판했다.

<중앙>도 “징계 중인 PD를 부서장으로 특별 승진시키고 경력이 불투명한 사람을 경력기자로 채용했고, 적기가와 김일성 장군가, 광우병 괴담 방송 등 편파방송도 끊이지 않는다는 것도 감사 청구 이유 중 하나”라고 청구인들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다.

▲ 동아일보 5월 22일자 사설
<동아>는 ‘KBS, 정연주 방송인가 국민 방송인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감사원은 엄정하고 중립적인 잣대로 KBS 운영 전반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번 감사에선 일단 제외됐지만 편파방송 의혹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방송이 되풀이되는 근본 이유에 대해서도 국민은 알고 싶어 한다”고 했는데, <동아>가 말하는 국민이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동아>는 또 “정 사장은 국민이 내는 수신료를 받고 상업광고까지 하면서도 적자를 키운 책임이 크다. KBS 노조 조합원 70%가 ‘정 사장 퇴진과 낙하산 사장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인용하며 “정 사장은 볼썽사나운 ‘농성(籠城)’을 그만두고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보수단체 민원 ‘덥석’ 물어”

반면 <한겨레>는 ‘정권 표적 KBS ‘표적감사’’란 제목의 1면 톱기사는 물론 4면과 5면 등 3개면에 걸쳐 KBS 감사 조치의 문제점을 꼼꼼히 짚었다.

<한겨레>는 4면 ‘뚜렷한 근거 제시 못한채…보수단체 민원 ‘덥석’’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감사원이 KBS에 대해 감사 착수를 결정한 것을 두고 “감사원의 새 정부 ‘코드 맞추기’ 행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며 “여권과 보수단체 등에서 ‘정연주 사장 사퇴 요구’를 줄곧 제기해온 것을, 정치적 중립성과 업무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헌법기관이 총대를 메고 나선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또 ‘“왜 갑자기 지금…보수단체 청구도 명분맞추기”’란 기사에선 “갑자기 감사를 해야 할 명분이 없으니까 보수단체의 국민감사청구라는 방식을 들고 나온 것”이라며 “방통위원장까지 ‘정연주 사장 몰아내기’에 나서니까 뜻이 통하는 보수단체들이 알아서 손발을 맞춰주는 게 아니겠느냐”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전했다.

▲ 한겨레 5월 22일자 5면

정연주 사장 측근 “특별감사와 정 사장의 거취는 무관”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정연주 사장은 KBS 감사에 대해 “정치적 의미가 담긴 표적감사”라는 태도를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 주변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감사 결정은 감사원의 권위와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한 행위”라며 “정 사장도 이번 감사를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감사를 통해 한국방송을 압박함으로써 내부의 균열을 유도해 정 사장 스스로 사퇴하도록 하겠다는 저의가 깔렸다는 게 정 사장 주변의 시각”이라고 해석했다.

또 정 사장 주변의 한 관계자는 이날 “특별감사와 정 사장의 거취는 무관하다”며 “아무리 특별감사를 통해 트집을 잡더라도 정 사장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원, 입 굳게 다물어

감사원은 21일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를 열어 한국방송공사에 대한 국민감사청구를 받아들여 감사 실시를 결정했다. 하지만 심사위원회 내부의 논의 과정이나 심사위원 명단 등 관련 정보에 대해선 입을 굳게 닫고 있다.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이날 열린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에는 성용락 제 1사무차장, 유충흔 제 2사무차장, 김병철 기획홍보관리실장 등 감사원 고위직 간부 3명과 황인선 <서울경제신문> 정치부장, 박춘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또 다른 대학 교수, 변호사 등 외부인사 4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성용락 제 1 사무차장 등 감사원 내부인사 3명은 지난 3월20일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했다. 특히 성용락 제 1사무차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감사원 재정금융감사국장, 기획홍보관리실장을 거쳐 올초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고, 새 정부 들어 감사원이 진행중인 ‘공공기관 경영실태’ 감사를 총괄해온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감사청구심사위원회는 오후 12시20분까지 2시간20분 동안 지속됐다. 일부 외부 심사위원들의 이견 때문에 표결처리를 거쳐 한국방송공사에 대한 감사를 최종 결정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논란이 있을 경우 표결을 할 수 있으나, 한국방송공사에 대한 감사 결정을 표결로 확정했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다만 각 심사위원들의 의사를 모두 다 물었고 충분히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감사 청구 이유 정치적으로 편향…정치 감사 될 수밖에”

<한겨레>는 이어진 사설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감사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번 감사가 환부를 제대로 도려내려는 것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번 감사는 그런 기대를 품기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 결정의 모양새부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청구를 낸 국민행동본부·뉴라이트 전국연합 등 세 단체는 부실경영 및 인사권 남용과 함께 한국방송의 보도를 문제 삼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보도와 송두율씨 관련 보도,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논란에 대한 보도 등이 편파방송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이다. 그런데도 감사원이 이를 받아들였으니, 정치 감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 한겨레 5월 22일자 사설
<한겨레>는 또 “감사원은 방송 프로그램 선정 등에 대해선 방송의 독립성을 고려해 감사에서 제외한다고 밝히긴 했다. 하지만, 기관 운영 전반을 감사하게 되면 보도·제작 과정까지 감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기관이 언론에 간섭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된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이어 “이를 표적 감사가 아니라고 말하긴 어려울 게다”라며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일이 됐다. … 그런 끝에 특별감사가 시작됐으니, 그 초점은 정 사장에게 맞춰질 것이다. 결국 권력의 특정인 찍어내기에 감사원이 동원된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방만경영’ 드러나면 정연주 사장 버티기 어렵다”

한편 <한국일보>는 이번 감사에 대한 문제제기와는 별개로 정연주 사장의 ‘방만경영’이 실제로 증명될 경우, 정 사장의 거취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한국>은 ‘방만경영 드러나면 ‘정연주 버티기’ 한계’란 제목의 기사에서 “비록 보수단체에 의해 청구된 것이기는 하지만 정 사장 취임 후 1,500억원에 이른 KBS의 누적적자는 특별감사의 충분한 근거가 된다”며 “KBS의 방만한 실태가 감사에서 드러날 경우, 정권교체 때마다 공영방송 수장을 갈아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그 근거로 정연주 사장에 대한 KBS 노조의 사퇴 압력, “정 사장의 버팀목이던 이사회의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다”는 점 등을 들었다. 김금수 KBS 이사가 21일 사퇴했고, 정연주 사장 사퇴 결의안에 반대하는 신태섭 KBS 이사 등이 사퇴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보궐 이사에 대한 추천권을 방통위가 갖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가 정 사장의 보루에서 비토 기관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그러나 정 사장에 대한 전방위적 사퇴 압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단체들은 정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정부기관을 총동원한 방송장악 기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 한국일보 5월 22일자 8면
<한국>은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방송 관련 정책을 진두지휘하며 월권 논란을 일으키는 것도 역효과를 낳고 있다. 정 사장에 대한 공격이 노골화될수록 정 사장이 KBS 사장직을 지켜내야 하는 명분도 커지는 셈이다. 정 사장 진퇴를 둘러싼 KBS 안팎의 갈등은 임계점을 향해 치닫는 분위기다”라고 보도했다.

김금수 KBS 이사장 사퇴…“KBS 사장 교체 위한 靑의 정지작업”

김금수 KBS 이사장이 21일 돌연 사퇴했다. 김금수 이사장은 지난 12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최 위원장으로부터 정연주 사장 사퇴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PD저널〉 등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부담을 느꼈고, 본인의 사퇴 압박까지 받았을 것이란 게 언론계 전반적인 해석이다.

22일 주요일간지들은 김금수 이사장의 사퇴에 대해 일제히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김 이사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대해 “사실상 사퇴 압박을 받아온 김 이사장의 사의는 KBS 정 사장을 교체하기 위한 청와대의 정지작업”으로 해석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최근 일부 언론에선 ‘지난 12일 김 이사장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만난 자리에서 정 사장의 사퇴가 언급됐다’고 보도해 논란이 됐었다”며 “하지만 이 만남에선 KBS와 방송산업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고 최시중 위원장과 김금수 이사장의 해명만을 전하려 애썼다.

방통위, 출범 두 달 만에 ‘삐걱’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 두 달 만에 삐걱대고 있다. 청와대의 간섭과 정실인사 논란, 최시중 위원장의 돌출 행동 등이 겹친 데다 민간인에서 공무원으로 신분이 바뀐 구 방송위원회 출신 인사들의 이탈도 줄을 이으면서 방통위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청와대는 최근 방통위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실에 미리 내용을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는 또 방통위에 부서별 일일 업무보고를 지시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한국>은 “인사 문제로 인한 갈등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방통위의 주요 5개 실국장 가운데 방송위 출신은 한 명에 불과하다.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직위 중에서도 방송위 출신이 차지한 자리는 몇 자리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 주엔 방송위 출신 직원 3명이 사표를 쓰는 등 공무원 신분 전환 이후 모두 9명의 방송위 출신이 조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또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인 직제 개정안이 최 위원장의 측근들을 위한 것이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며 “고위공무원단으로 한정된 기조실장과 대변인 자리를 개방형 공무원임용제 대상으로 바꾸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 두 자리를 비롯, 신설될 정책보좌관 자리에 모두 최 위원장 측근이 거명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최 위원장의 정치행보가 가장 큰 문제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방통위 수장이 여권 실세로 분류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고, 최 위원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직원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지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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