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참사로 똘똘 뭉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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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성 참사로 똘똘 뭉친 중국
CCTV, 대형 모금운동·항일전쟁 드라마 특별편성
  • 북경=이재민 통신원
  • 승인 2008.05.28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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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좀 흔들리지 않았나요” 같이 일하는 동료의 한마디…. 이것이 내가 가장 처음 접했던 지진에 관한 정보였다. 진앙에서 1500Km나 멀리 떨어진 베이징에서, 그 것도 그다지 높지 않은 층에서 근무하는 나로서는 매우 약한 현기증이 느껴지는 정도의 흔들림에 불과했다.

그 전날까지 중국의 언론을 장식하고 있던 것은 올림픽 성화 봉송 등 각종 축제 분위기의 프로그램들로 편성이 되어 있었다. 일부 국가에서 중국 올림픽과 관련된 시위가 있었지만, 중국 언론의 초점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는 올림픽에 맞추어져 있었다. 게다가 북한에서 있었던 열렬한 반응과 성화의 중국 본토 입성 및 제 2의 성화가 역대 최초로 에베레스트 노선 봉송 성공을 하는 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언론의 경축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 쓰촨성 지진 관련 보도를 하는 중국 CCTV. 사진제공=CCTV

그러나 올림픽을 88일 앞두고 발생한 대지진은 너무나도 심각했고, 중국은 바로 그날로부터 전혀 다른 날이 시작되어 전역은 애도의 분위기로 대 반전을 했다. 가장 처음 재해 현장으로 달려간 것은 원자바오 총리였으며, 또한 그를 수행하는 방송 취재단이었다. TV 카메라는 참혹한 재해의 현장을 전함과 동시에 원자바오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시청자들에게 전했다. 특히 현장에서 맨손으로 돌을 들어 올리는 칠순을 바라보는 총리의 손에서 피가 흐르는 모습은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방송이 되었고, 생사의 기로에서 구조되는 난민들과 모든 것을 뒤로하고 생존자 구조에 뛰어든 수많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방송으로 전달되었다.

“혈액 보장창고의 수용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니, 인터넷 예약을 하시고 예약증을 받아서 헌혈에 참여해 주십시오…”. 베이징 등 지역에서 헌혈에 참가한 사람이 너무 많아 관련 부서에서 내놓은 공고문이었다. 성금은 금세 우리 돈 4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19일부터 3일 간 거리에는 조기가 내걸렸고, 인터넷 사이트는 마치 국상을 치르는 듯한 분위기의 검정과 회색 계열의 색채로 모두 교체되었다. 방송 진행자들도 상복을 연상케 하는 검은 옷을 착용하였다.

TV를 통해서 쓰촨의 참상을 접한 이들은 통곡을 하며 메어지는 가슴을 끌어안았다. 적잖은 중국인들이, 특히 그 동안 개인주의적인 세대라고 여겨졌던 젊은이들이 이 기간 동안 검정 계열의 차림을 하고 생활을 한 경우가 많았다. 누가 압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었으나 스스로 쓰촨의 동포가 희생되었음에 애도를 표한 것이었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항상 ‘모래알 같은 민족’이라며 자신들은 결코 단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그 내면에 담겨있는 애국주의를 발견한 것이다.

애도 기간 동안 방송에서 음악의 사용이 금지되고, 대부분의 프로그램 내용이 쓰촨 재난 관련 방송으로 채워졌으며, 그 밖의 시간에 방송되는 드라마는 모두 특별 편성된 항일전쟁 등 시기의 군사드라마로 이어졌다. 지난 18일 저녁 CCTV에서 벌어진 대형 모금행사의 경우, 모든 채널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전송함으로써 중국인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물론 시간이 계속되면서 방송과 각종 홍보매체에서 전해지는 지진 소식에 심미적 피로감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지진의 피해를 확대시킨 책임자들에 대한 추적보도가 이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 북경=이재민 통신원/ 게오나투렌 중국투자자문 이사, 북경대 박사

하지만 중국인들은 말한다. 이번 지진을 통해서 자신들 속에 숨겨져 있던 뜨거운 마음을 발견했다고, 지진 희생자들이 마지막으로 남겨준 작은 불씨를 발견하였다고…. 그것이 어떤 의미의 민족주의이든, 중국의 방송은 여진의 위험이 있는 과정 중에서도 재난지역에 국민들의 작은 정성이 모일 수 있도록, 국민들로 하여금 단결을 할 수 있도록 쉼 없이 현장의 이야기를 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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