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정부 언론대책회의 ‘황당한’문화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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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정부 언론대책회의 ‘황당한’문화부 자료
“멍청한 대중은 재밌게 꼬드기면 바로 세뇌”
  • 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
  • 승인 2008.05.29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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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여론 확산의 진원지(방송·인터넷)에 대한 각 부처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겠음."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말씀'이다. 이 '말씀'은 지난 9일 열린 정부의 언론 대책회의 문건에 적시돼 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문제로 촛불문화제가 한참 확산되고 있던 그 때, 정부는 부정적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열고 있었다. <한겨레21> 최신호(712호)는 그날 회의 문건인 '부처 대변인회의 참고자료'를 입수해 당시 어떤 주제가 논의됐는지 보도했다.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당시 언론대책회의에는 청와대 관계자를 비롯해 정부부처 대변인 22명이 참석했다. 청와대 쪽에서는 박흥신 언론1비서관,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이 참석했다. 그리고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조원동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 김규옥 기획재정부 대변인 등을 비롯해 대부분의 정부부처에서 참석했다.

정부 언론대책회의 "방송과 인터넷 적극적 관리 필요"

이들은 각 언론사의 보도 논조에 따라 정부 광고를 어떻게 집행할 것인가를 주되게 논의했다. 즉 삼성 특검이 진행될 때 삼성이 자신들에게 비판적 보도를 하는 언론사에 광고를 주지 않았던 것처럼, 정부도 자신들이 집행할 수 있는 광고비로 일부 언론사를 달래려 했던 것이다.

특히 문건에 신재민 차관의 '말씀'으로 분류된 부분이 흥미롭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의 확산 진원지로 방송과 인터넷이 지목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는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논란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이 어떤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즉 정부는 자신들의 부실한 협상을 성찰하지 않고, 논란의 원인을 일부 언론의 비판적 보도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9일 열린 언론 대책회의에서는 '청와대 홍보 관련 지시사항 전달'을 통해 신문 가판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빠른 대응 방법도 논의했다. 정부의 가판 신문 구독은 언론 로비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참여정부에서는 금지됐다. 하지만 "프레스 프렌들리"를 외친 이명박 정부에서는 가판신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대중은 꼬드기면 바로 세뇌…인터넷 게시판은 외로운 사람 한풀이 공간"

또 <한겨레21>은 9일 문화체육부 홍보지원국 소속 공무원 12명이 참가한 정책 커뮤니케이션 교육에 사용된 68쪽짜리 자료집 '공공갈등과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자료집에는 중앙정부 공무원 교육 자료집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황당한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다.

자료집 한 카테고리의 제목은 '멍청한 대중을 조작, 영합(하는 방법)'이다. 제목도 문제가 있지만, 수록된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해 잘 꾸며서 재미있게 꼬드기면 바로 세뇌 가능."

"몇 가지 비판적 요소를 받아주고 '기술을 걸면' 의외로 쉽게 꼬드길 수 있음."

"그럴듯한 감성적 레토릭(Rhetoric)과 애국적 장엄함을 섞으면 더욱 확실. ex) 붉은 악마."

또 자료집은 인터넷 미디어와 시민단체의 타락을 최대한 활용하라며 아래와 같은 '팁'을 제시하고 있다.

"조중동에 꿇던 것 30%만 꿇으면 더욱 확실한 공작효과."

"인터넷 게시판은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 따뜻하고 친절한 응대(필요)."

"비판성의 상당부분이 주류(main stream)에 못 낀 좌절을 포함 엉겨주면 너무 뿌듯해함."

자료집은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인터넷 게시판은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의 자기실현 공간, 비슷한 사람을 만나서 같이 떠드는 곳"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대중매체의 영향'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대충 질러대서 뜨고 나면 그만"이라며 그 예로 손석희, 김미화, 신강균을 들고 있다.

"조중동만이 아니라 방송사의 기자, PD도 표 안나게 관리하라"

이 뿐만이 아니다. '제대로 피하고 알리는 지혜' 부분에서는 "공격적 인터뷰에서는 뭉개기, 거꾸로 묻기, 잘 아는 것만 말하기"를 제시했고, 위기모면 기술로는 "웃기기, 그럴듯하게 말하기, 늘여 말하기"를 제안했다.

또 언론 대응 전략으로 "조중동 중심의 관리를 넘어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방송판의 주요 기자, PD, 작가, 행정직을 절대 표 안나게 관리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은 국내외 국정홍보 지원을 총괄하며 국내외 뉴스의 수집, 분석 업무 등을 담당한다.

출범 초기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프레스 프렌들리"한 정권이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약속과 달리 현 정부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처럼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위에 적시한 언론 대책회의와 홍보지원국의 부적절한 교육 자료집만 봐도 그런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방송 때문이며 그 원인 중 하나가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이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보도유예와 비보도 요청을 남발해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은 최근 촛불집회 정국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회의도 열기도 했다. 바야흐로 자율과 분권, 그리고 다양성의 시대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통제와 권위의 시대로 퇴행하고 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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