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PD협회(회장 양승동)는 29일 오후 12시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감사원의 표적 특별감사와 KBS 2TV 민영화 시나리오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KBS PD 총회가 100여명의 PD들이 모인 가운데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PD들은 정연주 사장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는 KBS노조에 대한 상황인식과 향후 KBS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KBS 노조가 정연주 사장의 퇴임문제에만 얽매여 이명박 정부의 KBS 압박대응에 손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양승동 KBS PD협회장은 “최근 감사원의 KBS 표적감사, 2TV 분리방안, 정연주 사장 퇴진 압박 등 방송구도를 개편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의도가 여러 층위로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KBS 노조가 정연주 사장 퇴진운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에 대한 외부 시민사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에 대한 의견을 펴달라”고 밝혔다.
이태경 편성기획팀 PD는 “KBS 노조가 지금 정사장이 퇴진해야 된다고 걸어놓은 만장 가운데 절반만이라도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에 대해 비판하는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며 “2003년 한나라당의 요구로 실시된 특감은 129일간 진행됐지만 이번 특감은 채 한 달도 안 걸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PD는 “이번 특감은 정사장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왜 KBS가 민영화해야 되는지 논리적 근거를 마련해 줄 것”이라며 “감사원이 결론을 가지고 KBS를 보면 KBS가 방만한 조직일 수밖에 없는데 현재의 KBS 노조는 이 같은 감사원의 대응에 싸울 동력이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사장 나간다고 KBS가 탄탄대로로 가진 않아”
국은주 제1라디오 PD는 “정사장이 KBS를 나가면 앞으로 KBS의 길이 탄탄대로가 될지, 현실적 이익에 대한 회의가 든다”며 “90년 4월 KBS 투쟁을 비롯해 방송법, 노동법 등 웬만한 투쟁을 다 해본 바 사람들의 여론을 얻지 못하면 투쟁이 실패하고 만다. 노조가 구심점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강현 드라마기획팀 PD는 “KBS 노조와 각 직능단체가 KBS 전사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PD는 “복지대박, 코드박살 등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현재 노동조합 집행부는 KBS의 많은 움직임을 훼손하고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90년 이후 최대의 KBS 위기라고 보고 노동조합이 함께하는 사원비상대책위를 꾸려 정치적 입장에 좌우되지 않고 공영방송에 대한 노골적 장악에 대해 반대하는 기치를 내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중앙위원인 박기호 드라마기획팀 PD는 “대전, 청주, 부산, 창원총국의 지부에서는 현재의 집행부에 협력할 수 없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얘기하는 등 노조가 구심점이 상실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언론노조에 대해 조합비 납부 거부 등과 관련해 언론노조 차원에서 박승규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대한 징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PD로서 영혼을 팔아먹는 행위해선 안 돼”
박천기 제3라디오 PD는 “현 노조 집행부의 정사장 책임론은 일리가 있지만 차기 사장으로 거론되는 김모씨의 길을 터주는 명목으로 2TV 분리를 막고 수신료 현실화를 이룬다고 한다면 이는 PD로서 영혼을 팔아먹는 행위”라며 “만에 하나 김모씨가 사장으로 들어온다고 하면 노조는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광주방송총국 PD는 “지역에서 서울의 문제를 바라볼 때는 노조 집행부와 개인의 인적관계에 따라 인식이 묶이기 때문에 서울처럼 논점에 따라 사안이 달라지기는 어렵다”며 “현재 노조와 PD협회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싸움을 따라야 할 조직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KBS PD협회는 이날 긴급총회를 통해 KBS 노동조합에 대해 △표적 특별감사, 2TV 분리 등 KBS에 몰아치는 압박에 KBS 노조가 조속히 현안사안에 대한 투쟁에 나설 것 △조합원들을 친정과 반정세력으로 구분해 갈등과 대결양상을 중단하고 단일한 깃발로 투쟁동력 극대화 할 것 △언론노조와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시급히 복구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 KBS의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로부터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은주 PD는 “<추적60분>이나 <시사투나잇> 등에서 의료보험 민영화와 같은 가장 뜨거운 아이템을 가장 뜨겁게 다루는 방법들이 난국을 헤쳐가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KBS PD총회 결의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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