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승우의 미디어 리터러시]

취학 전 어린이들은 TV에 나온 장난감과 과자류 광고를 통해 문자를 익히고 상품에 대한 식별력도 갖춘다. 어린이용 상품을 만드는 메이커들은 어린이가 부모에게 졸라 자기들이 파는 물건을 사도록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런 과정에서 어린이가 상표나 상품의 이름 등을 익히면서 문자 해독력 등이 급격히 향상된다. 자녀들이 정식 교육을 받기 전에 문자 해독력이 높아진 것을 보고 ‘우리 아이가 천재인가 보다’고 오해(?)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그러나 TV를 접하는 많은 어린이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영상매체의 교육적 효과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다.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후의 아동은 TV 드라마나 만화영화에서 꾸며내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들은 지적 수준만큼만 TV를 받아들인다. 따라서 TV가 때로는 아동을 자지러지게 할 만큼 공포의 대상이 되거나 신비의 세계로 비춰진다. TV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실제 TV 속에 살고 있거나 전기 배선을 통해 움직이는 것으로 상상하기도 한다. 동식물, 심지어 돌멩이 같은 무생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화영화에 대해서도 현실인양 받아들인다. 어린이 TV 프로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펼쳐보여 주지만 유치원 가기 전 아동은 사람과 동물의 변신 등에는 심한 공포를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연령대 아동은 드라마에서 출연자들이 서로 격투를 벌일 때 실제 싸움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은 드라마 촬영 기법으로 더 촉진되기도 한다. TV 드라마 등장인물의 의상, 소도구 등으로 현실세계와 동일한 장면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또한 탤런트들이 싸움을 하는 장면에서 피를 흘리고 병원으로 실려 가서 치료받거나 입원하는 것으로 묘사되면서 아동들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혼동하게 된다.

자녀가 만화나 공상과학물을 TV를 통해 시청했을 때 부모가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화나 공상과학물처럼 환상의 세계를 그린 TV프로 가운데 기억나는 것을 말하게 한다. 물론 써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또한 부모나 자녀가 살고 있는 현실을 그린 드라마가 무엇인지 말하고 써보게 한다.

그런 다음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다. 만화나 공상과학물이 현실을 다룬 프로와 어떤 차이가 있나? 만화나 공상과학물이 어떤 부분은 현실과 비슷하고 어떤 부분은 비현실적인가? 이런 질문에 자녀가 답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사고력을 키워줄 수 있다. 자녀가 이런 과정에 흥미를 보일 경우 환상세계를 그린 프로의 내용을 바꿔보도록 한다. 주인공이나 다른 등장인물을 새로 설정할 수도 있다. 만화일 경우 그 주인공을 그림으로 그리도록 해본다.

TV프로는 다양한 영상효과 기법을 통해 가상의 세계를 창조한다. TV 속에서는 천국과 지옥도 형상화되고 요정이 사는 신비의 세계도 그럴 듯하게 제시된다. 만 3살 전후의 아동은 TV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분간치 못한다. 이 연령대의 아동들은 자신이 얻은 지식을 응용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단편적인 형태로만 기억하기 때문에 TV를 잘 이해하도록 부모가 도와주어여 한다. 아이들은 성장 속도에 개인차가 있지만 기초적인 의사표현 능력이 생기면 TV를 무척 즐기게 되는데 그 때 부모가 TV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가르친다. 어릴 적 습관이 여든 간다는 속담을 생각할 때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되는 유치원 입학 전에 실시하는 부모의 TV교육은 큰 효과가 있다.

아동이 만 3살이 되면 탐구심을 가지고 TV를 시청한다. 동영상과 등장인물, 음향 등의 의미를 파악하려 한다. TV나 컴퓨터 또는 책 속에 나와 있는 내용을 가지고 자녀에게 간단한 질문을 한다. 사람이나 동식물, 건물 등의 이름을 배우는데 도움이 된다. TV나 컴퓨터에 나오는 숫자나 사물의 모양, 색깔 등에 대해 자녀에게 질문하고 답하게 한다. TV에 춤과 노래가 나오는 프로를 시청토록 하고 따라 하게 한다. 부모도 같이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자녀에게 TV 쇼나 비디오 게임 등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만 3~4살이 된 아동은 TV 화면이 확대 또는 축소되거나 편집이 되는 것과 같은 외형상의 특성을 이해한다. 이 시기의 아동은 많은 단어를 익히고 사용하려 하면서 주변 사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언어능력과 사물을 판단하는 능력이 급격히 상승한다. 하지만 논리적 사고나 인과관계 등의 지식이 필요한 성인용 프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4살 전후가 되면 아동들은 자신들이 TV에서 보는 것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는 TV가 제시하는 많은 현실을 이해하는 첫걸음일 뿐이다.

아동들은 만 4 ~ 5살이 되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재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게 된다. 이 나이 아동은 무서운 장면에서 공포심을 느낀다. 유령, 괴물 등과 같은 상상 속의 존재에 대해 더 두려움을 갖는다. 어린이 유괴살해 사건이 온 나라를 뒤집어 놓아도 그 같은 위험에 대해서는 아무런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

만 4~5살 자녀에게 TV와 컴퓨터를 이용하는 원칙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식사 중에 TV를 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른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잠들기 전에 공포심을 자아내는 프로는 보지 못하게 한다. 악몽에 시달리는 등 고통을 당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어른들은 전혀 공포심을 안 느끼는 경우가 많아 자녀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요즘 아동은 가정에서 전자기기가 보편화되면서 TV에 대한 인식이 과거의 아동에 비해 무척 빠르다. 캠코더나 디지털카메라 등이 아동의 TV 세계를 이해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전자 제품이다. 부모가 캠코더로 자녀들을 촬영해 바로 TV를 통해 시청하거나 편집하는 것을 아이들이 지켜보면서 영상물 제작 등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것을 컴퓨터로 즐기거나 가족사진 앨범을 컴퓨터에 내장해 만드는 것도 아동들에 TV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캠코더를 활용하면서 TV가 제작되는 과정을 개략적으로 설명한다. TV 드라마에서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는 것은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지 실제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괴기영화에 대해서도 현실이 아니며 꾸며낸 가상의 세계라는 것을 이해시킨다. 공포영화는 흔히 어둠 속에서 괴물이나 귀신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것을 많이 시청한 아동은 어둠에 대한 공포를 갖게 된다. 어렸을 때 형성된 그런 공포 의식은 성장한 후에도 계속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어렸을 때 부모가 아동의 정서를 헤아리는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캠코더로 집안 식구들을 촬영했을 때 자녀와 같이 보면서 대화하고 즐긴다. 자녀의 TV 시청 시간은 될 수 있는 한 줄이고 활발히 뛰어놀도록 한다. TV에서 시청한 것에 대해 자녀에게 묻고 답하게 한다. TV나 컴퓨터를 설치한 캐비닛이나 책상의 여닫는 문을 사용 후 닫는 연습을 자녀에게 시킨다. 이런 일을 습관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미국 PBS에서 추천하는 만 3~5살 자녀 TV 시청, 비디오 게임 등에 대한 부모의 지도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자녀가 TV나 영화를 볼 때 같이 본다. 다 본 다음에 자녀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본다. TV나 영화가 어떻게 시작되었지? 등장인물들 가운데 누가 좋은가?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 볼 수 있을까? 그러면 어떻게 끝내지? 자녀가 TV 등에서 보고 들은 것을 흉내 내면 왜 그런지 물어보면서 아이와 대화를 자연스럽게 시작한다.

☺ 자녀의 TV 시청 시간을 줄인다. 대신 친구,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한다. TV를 시청해도 자녀가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나 함께 출 춤이 많이 나오는 프로를 선택한다. 자녀가 가만히 앉아서 TV를 시청하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 폭력물은 보지 못하게 한다. 만약 폭력적 장면이 나오면 좋지 않은 행동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자녀에게 폭력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쪽으로 대화한다.

☺ 만화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등의 행동은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해준다. 만약 만화의 주인공처럼 사람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하늘을 나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하려고 할 경우 다치게 된다고 잘 말해준다.

☺ 자녀가 공포심을 가질 프로는 보지 못하게 한다. 만약 자녀가 TV 공포물을 보고 놀랐을 경우 안아주거나 음료수를 마시게 해 달랜다. 말로 아이를 진정시키는 것보다 따듯하게 포옹하면서 TV에서와 같이 무서운 일이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해준다.

☺ 자녀가 좋아하는 TV 비디오 게임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그리고 실제 자녀가 그것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다. 부모가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비디오 게임에 대해 먼저 파악해야 한다.

☺ 비디오 게임하는 시간을 정하고 하도록 한다. 게임의 등급을 미리 확인한다. 가급적 여러 명의 친구와 다투지 않고 협력적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이나 야비한 말이나 여성 비하와 같은 내용이 없는지 확인한다. 자녀가 혹시 친구에게서 게임을 빌려올 경우 아동용인지, 성인용인지를 꼭 확인한다. 될 수 있으면 밖에 나가 뛰어놀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도록 한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