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미디어 지형’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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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미디어 지형’ 바꾼다
진보언론, 촛불문화제 ‘생중계’로 넷심 ‘후끈’…오마이TV ‘자발적 시청료’ 1억
  • 백혜영 기자
  • 승인 2008.06.04 0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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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반대 촛불집회 현장 ⓒ민족 21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반대 촛불집회 현장 ⓒ민족 21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반대 촛불집회 현장 ⓒ민족 21
오마이tv

미국산 쇠고기 사태가 미디어 지형에까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은 거세지고, 이른바 ‘진보 언론’에 대한 호응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반대 촛불문화제를 ‘생중계’ 해온 언론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오마이뉴스, 민중의 소리, 라디오 21, 참세상 등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반대 촛불문화제 생중계를 통해 ‘날것’ 그대로의 현장 모습을 전했다. 이들의 생중계는 사실 그대로를 보고 싶어 하는 네티즌들을 끌어당겼다. 직접 촛불문화제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생중계를 보며 실시간 댓글을 통해 서로 의견을 나눴다. “생중계를 보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촛불집회 현장으로 뛰쳐나갔다”는 사람도 생겼다.  

네티즌들의 호응 덕분에 오마이뉴스에서 운영하는 오마이TV는 5월 생중계 평균 트래픽이 4월 대비 10배 증가하는 성과를 얻었다. ⓒ오마이뉴스
‘생중계’로 생생한 현장 모습 담아
 
제일 먼저 촛불문화제를 생중계한 언론사는 오마이뉴스와 민중의 소리다. 이 두 언론사는 촛불문화제가 처음 시작된 지난 달 2일부터 지금까지 생중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종호 오마이뉴스 방송팀장은 “〈PD수첩〉 보도 이후 광우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첫 장외 집회였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보도해야겠다고 판단해 생중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호응이 이처럼 클 거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이 팀장은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반응이 있어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촛불문화제 위주로 생중계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이 언론사로부터 생중계를 계속하도록 이끈 셈이다. 

네티즌들의 호응 덕분에 오마이뉴스에서 운영하는 오마이TV는 5월 생중계 평균 트래픽이 4월 대비 10배 증가하는 성과를 얻었다.

지난 달 2일부터 생중계를 시작한 민중의 소리 역시 네티즌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평소에 비해 방문자수는 10배 이상 늘었다.

김동현 민중의 소리 편집부장은 “촛불문화제 생중계를 하면서 서버 다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지금도 원래 서버의 2배를 증설했는데 못 버티고 있어 이번 주에 또다시 서버 증설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반대 촛불집회 현장 ⓒ민족 21
민중의 소리는 또 농림수산식품부의 장관고시가 발표된 지난 29일부터는 현장에 차량을 투입해 보다 적극적으로 생중계에 나서고 있다. 김 부장은 “민중의 소리 차량이 현장에서 인기가 많다”며 “이동이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1~2만 명이 모여 있어도 사람들이 길을 열어준다. 우리끼리 농담처럼 차량 중계팀은 굶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라디오 21과 참세상도 뒤늦게 촛불문화제 생중계에 뛰어들었다. 특히 지난 달 24일 이후 전개된 시민들의 거리행진과 경찰의 강제진압이 생중계 시작의 계기가 됐다.

24일 처음 생중계를 시작한 라디오 21은 ‘집회’가 ‘시위’로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튿날 새벽까지 중계를 계속했다.

김승형 ‘라디오 21’ 관리팀장은 “기성 언론들이 보도하지 않는 집회 현장의 실황을 생생히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촛불시위 생중계를 시작한 이후 접속자가 크게 늘어 매일 자정을 전후해 한 두 차례씩 서버가 다운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방송인 만큼 ‘라디오 21’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청취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의 ‘미국산 쇠고기 반대’ 교민·유학생 촛불집회도 이곳 게시판을 통해 알려졌고, 집회에 참석한 현지 교민을 전화로 인터뷰하기도 했다.

참세상도 지난 달 27일 생중계를 시작했다. 처음엔 인터넷 개인방송 아프리카의 플랫폼을 사용했으나 지금은 자체 팀을 꾸려 방송하고 있다.

김용욱 참세상 편집장은 “시민들이 거리시위를 벌이고, 경찰의 강경진압이 시작된 24일 이후 생중계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김 편집장은 “생중계를 통해 경찰과 일반 시민들이 부딪히는 과정을 밤새 지켜보면서 대중은 즉각적인 분노를 일으키고, 생중계를 본 사람들이 또다시 현장에 나오는 것을 봤다”며 “대중이 정보를 얻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껴 언론사로서 우리도 생중계를 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참세상의 생중계에 대한 네티즌의 호응 역시 뜨거웠다. 김 편집장은 “생중계를 시작하면서 평소보다 많게는 10~15배 정도 방문자수가 늘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며 “생중계뿐만 아니라 기사에 대한 접속자수도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반대 촛불집회 현장 ⓒ민족 21
이제 자발적으로 시청료도 낸다

‘생중계’에 대한 네티즌들의 뜨거운 호응은 ‘자발적 시청료’ 내기 운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공짜로 생중계를 보는 만큼 네티즌들이 그 대가를 스스로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시작된 오마이TV의 자발적 시청료 내기 운동은 시작된 지 불과 9일 만에 시청료 1억 원을 돌파했다. 오마이뉴스 측은 3일 오전 8시30분 기준 자발적 시청료 내기 운동에 참여한 건수가 모두 3만 2127건에, 금액으로는 1억 2088만 695원이라고 밝혔다.

특히 오마이TV는 2일 하루 동안에만 ARS 2038건, 신용카드·휴대폰 등 온라인 결제 592명, 자발적 유료화 CMS 결제 121건, 통장 입금 235건 등 모두 2986건, 1734만 5150원을 모으는 성과를 얻었다.

오마이뉴스와 비슷한 시기 민중의 소리 역시 동영상 서버 증설을 위한 후원 공지를 띄우고 모금에 나섰다. 민중의 소리는 3일까지 약 1000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고 밝혔다.

조중동에 대한 거부감, 진보언론 관심으로 이어져

네티즌들이 이처럼 촛불문화제를 생중계하는 언론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언론, 특히 조중동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산 쇠고기 사태 이후 조중동은 줄곧 ‘배후설’ 운운하며 촛불문화제에 모인 시민들을 폄하하고 ‘반정부 폭력시위’ 등으로 왜곡보도 해왔다. 이러한 조중동의 보도 태도에 시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했다. 네티즌들은 조중동 끊기 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조중동에 광고를 하는 기업에 대한 직접 압박에까지 나섰다. 기존 방송사 역시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동안 주류 매체에 가려져 있던 언론사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촛불문화제 생중계를 하고 있는 최은정 참세상 영상기자는 “조중동에 대한 거부감과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에 대한 불신이 생생하게 현장을 보도해주는 생중계에 대한 호응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우린 당신을 믿지 않아. 그럼 우린 뭘 해야 되지? 우리가 직접 만들자’ 하는 의식이 예전엔 상업적 UCC로 많이 소통됐다면 이명박 정권 들어 분노한 사람들이 그것을 생중계나 기타 여러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현 민중의 소리 편집부장도 “촛불문화제 초기 기존 언론, 특히 보수 매체들이 문화제에 참여한 사람의 숫자부터 시작해 왜곡보도를 많이 했다”며 “각종 왜곡이 있으니 가감없이 보여주는 생중계에 사람들이 호응을 보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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